[광화문]새로운 나무를 심어야 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명룡 바이오부장 | 2024.10.17 05:40
헐벗은 민둥산을 되살리려면 나무를 심고 가꿔야 한다. 하지만 그 나무도 언젠가는 수명을 다한다. 울창한 삼림을 유지하는 방법은 또다시 새로운 나무를 심는 것이다. 푸르름을 유지하려면 항상 멀리 내다보고 새로운 나무를 심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 경제라는 산을 울창하게 만든 삼성전자라는 나무가 위기를 겪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AI(인공지능) 시대로의 전환이 더뎠기 때문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는 위기지만 다른 그룹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승승장구한다. 2010년 5월 삼성은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이차전지, 태양광 등 미래 신수종사업 5개를 발표한다.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고 이건희 회장이 선택한 새로운 나무들이다.

'미래의 먹거리'를 정한 다음 삼성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맨바닥에서 시작한 삼성 바이오사업의 성장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2011년 5월 인천 송도에 첫 공장건립 삽을 떴고 2018년까지 3개 공장을 가동했다.

2023년엔 단일공장 기준으로 세계 최대규모인 24만리터 규모의 공장가동에 들어갔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다섯 번째 공장을 짓는데 이 공장까지 완공되면 총생산능력은 78만4000리터로 전 세계적으로 봐도 압도적인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회사는 2032년까지 수조 원을 투자해 총 8개 공장을 갖춘다는 계획이 있다. 이렇게 되면 생산능력은 132만리터가 넘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 세계 어떤 바이오기업보다 높은 생산능력을 보유한다.

생산시설뿐 아니라 이 공장에서 생산할 바이오의약품 수주도 착착 진행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누적 수주 총액은 140억달러(약 20조원)에 이른다. 생산과 수주가 조화를 이루면서 올해는 매출 4조4000억원대, 영업이익 1조4000억원대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업의 가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증시에선 삼성그룹의 새로운 나무(신수종)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은 75조원가량이다. 2016년 상장 당시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9조5277억원이었다. 8년 새 회사 시가총액이 800% 정도 커졌다. 2011년 112명에 불과하던 임직원 수는 현재 4500명을 넘어섰다. 이 회사가 얼마나 더 성장할지 지켜보는 것은 바이오를 담당하는 데스크로서 즐거운 일일 듯하다.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무형 가치도 적잖다. 바이오업계의 라이벌 셀트리온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2010년대 초반은 한국 바이오의 태동기다. 셀트리온이 당시로선 생소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적잖았다. 하지만 삼성이 이 사업에 뛰어들면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누그러졌다. 세계적인 기업 삼성의 선택이 바이오도 하나의 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인식을 바꾸는 데 힘을 발휘한 것이다.

이후 정통 바이오기업 셀트리온이 대기업 삼성과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우리 바이오산업 전체가 풍성해진 것은 삼성이 바이오를 택하면서 얻은 무형의 자산이라 할 수 있다.

미래를 내다보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꼭 필요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10년 후 어떤 먹거리로 먹고 살 것인가.' 한 기업의 고민과 성과가 국가경제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말하고 싶어 장황하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과를 늘어놓았다.

한국 경제라는 산을 푸르게 하기 위해 각각의 기업은 새로운 나무를 심고 키운다.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하고 노력한다면 삼림의 푸르름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나무를 키우는 기업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광화문 칼럼용 사진. /사진=김명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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