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대형 4개 사가 올 1월부터 8월까지 지급한 실손보험금은 5조482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5% 늘었다. 급여가 11.7% 늘었고 비급여 항목이 13% 늘었다. 증가율만 보면 이미 전년도 지급보험금 증가율(9.3%)을 넘어섰다.
올해 실손 지급 보험금 증가를 견인한 곳은 1차(동네 병·의원), 2차(중소·전문) 병원이다. 1차 병원이 15%, 2차 병원이 16% 늘었고 반면 3차(상급종합) 병원은 2% 감소했다. 의정 갈등으로 인해 올해 3차 병원의 보험금 청구 금액은 전체적으로 감소 추세다. 8월 한 달 지급 금액만 보면 지난해 8월에 비해 1차 병원이 40.3%, 2차 병원이 39% 증가했지만 3차 병원은 10.3% 감소했다.
비급여 보험금 청구가 늘면서 1차, 2차 병원의 비급여 비중은 지난해 전체 평균치(56.9%)를 훨씬 웃돈다. 올해 8월 기준 전체 지급 보험금에서 비급여의 비중은 1차 병원은 66.3%, 2차 병원은 60.2%에 달한다. 반면 3차 병원은 36%로 나타났다.
정당한 보험금 청구는 당연한 소비자의 권리지만 비급여 항목 증가는 과잉 진료와 보험사기 등 보험금 누수의 원인으로 꼽히기도 해 지속적인 증가세에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근 보험사기로 적발된 사례를 봐도 비급여 보험금 청구를 노린 경우가 대다수다.
과잉 진료는 보험금 누수뿐 아니라 의료 비용을 올려 결국 일반 소비자의 부담도 증가시킬 수 있다. 급여·비급여 모두 실손보험에서 청구가 가능하지만 자기부담금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 판매된 실손보험 상품일수록 자기부담금의 비중이 높다.
보험료 수익에 비해 나간 보험금이 증가하면 손해율이 늘어나고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연결 돼 선량한 계약자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보험사의 실손보험 적자 폭은 늘어나고 있다. 보험사들은 실손보험을 통해 지난해 1조9700억원의 적자를 봤다. 전년보다 적자 폭이 4400억원 늘었다. 올해도 지급 보험금 증가로 인해 실적에 빨간불이 커졌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정부도 나서고 있지만 동네 병원 등에서 의료 당국 관리 기재가 약한 비급여 항목 위주로 의료비 청구가 증가한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올해는 실손보험 손실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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