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 [우보세]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 2024.10.17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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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뉴시스] 최진석 기자 = 필리핀·싱가포르 국빈방문 및 한·아세안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환영나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10.11. myjs@newsis.com /사진=최진석

윤석열 대통령이 곧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독대할 것으로 보인다. 최고권력자와 집권여당의 수장 단둘이 마주한다.

만남을 앞두고 한 대표는 불편할 수 있는 요구를 던졌다. "공개 활동을 멈추라."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겨냥했다. 윤 대통령은 침묵 중이다. 용산과 여의도는 폭풍전야다. 팽팽히 당겨진 활시위 같은 긴장감이 흐른다. 지금까지는 누구도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인다. 독대의 결론은 어떻게 날까.

독대는 정치의 오래된 풍경이다. 사전적으로 독대란 '벼슬아치가 다른 사람 없이 혼자 임금을 대해 정치에 관한 의견을 아뢰던 일'을 말한다. 즉 독대는 곧 권력을 전제로 한 만남이다. 임금과 신하가 마주하던 그 자리에 이제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앉는다. 권력의 정점에서 벌어지는 고도의 정치 행위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속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수많은 권력자는 독대를 중요한 통치 수단으로 활용했다. 세종은 사관도 물리치고 신하와 단둘이 밀담을 나누곤 했다. 근래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대를 즐겼다.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국가정보원장과의 주례 독대조차도 물리친 최고 권력자도 있다.

독대에서 나눈 대화는 밀담이다. 비밀로 남는다. 밖으로 알려지는 건 당사자가 입을 열 때뿐이다. 그래서 독대에서 나눈 대화의 전문이 공개되는 경우는 드물다. 대화의 일부만이 정치적으로 활용된다. 통상적으로 독대 이후 최고 권력자는 침묵한다.

독대의 내용은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드문드문 알려진다. 독대 직후 벌어지는 정치적 사건은 대부분 최고 권력자의 의지로 포장된다. 문제는 특정한 의도로 정보의 왜곡, 변질이 벌어질 경우다. 최고 권력자가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대통령실이 독대가 아닌 '면담'이라는 형식을 지금까지도 고집하는 이유다.


최고 권력자 입장에서 독대는 상호 신뢰가 담보돼야 한다. 독대의 내용이 함부로 흘러나가 자신을 해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무언의 약속이 필요하다. 둘이 나눈 대화를 어디까지 공개할지도 독대 과정에서 결정된다. 즉 신뢰가 없는 상대와는 독대가 이뤄질 수 없다. 이해관계가 갈리는 상대라도 속내를 터놓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독대가 성립된다.

2010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독대가 대표적이다. 당시 친이계와 친박계는 세종특별자치시 수정안 문제로 정면 충돌했다. 그러나 독대를 계기로 당시 여권의 계파 갈등은 수면 아래고 가라앉았다. 이는 정권 재창출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정치는 생물이다. 게다가 상대방이 있다. 어디로 흘러갈지 누구도 알 수 없고, 아무도 흐름을 결정할 수 없다. 독대를 계기로 한 대표가 영향력을 급격히 확대할 수도 있지, 반대로 윤 대통령이 리더십을 강화할지 누가 예단할 수 있을까.

독대 이후, 우리는 무엇을 보게 될까. '분열의 상처'일까, 아니면 '통합의 희망'일까. 어쩌면 '윤한독대'는 2024년 대한민국 정치의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 될지 모른다. 부디 민생과 국익을 위한 생산적인 독대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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