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7월 이후 수주 행진을 이어간다. 르노와 체결했던 39GWh 규모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급 계약은 수 조원 대로 추산된다. 최근 메르세데스 벤츠 계열사로부터 역시 수 조원 규모(50.5GWh)의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를 수주한 것에 이어 이달 15일에는 포드와 총 109GWh 규모의 전기 상용차용 셀·모듈(고성능 삼원계 파우치형)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포드와의 계약은 최소 매출 13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들 배터리 공급은 2025~2028년까지 매년 이뤄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쯤 캐즘을 극복하고 2028년까지 매출을 두 배 이상 확대한 후 2030년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는데, 그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캐즘 속에서 대규모 수주 계약을 연달아 체결한 것은 K-배터리의 힘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라며 "캐즘 극복으로 가는 지름길을 LG에너지솔루션이 선점하기 시작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상용차용 고성능 삼원계 파우치형, 46시리즈 원통형, 그리고 LFP 배터리까지 수주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점 역시 고무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승용차용 삼원계 배터리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고객, 제품에 탑재될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되고 있다.
포드와의 계약분이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전량 생산되는 점 역시 호재다. 유럽에 만연한 캐즘으로 인해 폴란드 공장의 가동률이 최근 40%까지 떨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어서다. 대신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해 오던 포드 '머스탱 마하-E'용 배터리의 경우 내년 중 LG에너지솔루션의 미시간 공장에서 생산키로 하면서, IRA(인플레이션감축법)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전기 상용차' 시장에서 대규모 성과를 낸 것에 고무적인 분위기다. 전기 상용차는 차량 한 대당 배터리 탑재량이 많고, 평균 운행거리가 길다. 모델 교체주기 또한 길고, 눈과 비 등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운행하는 경우가 잦다. 고객사들이 배터리 공급사를 결정할 때 품질과 기술력을 갖춘 '프리미엄 배터리'를 선호하는 이유다. 평균 단가가 높고 장기 계약도 가능해 수익성과 안정성이 높은 고부가 시장이라는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와의 계약을 발판삼아 상용차 시장에서도 기술리더십과 제품경쟁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월에는 일본 이스즈 모터스와도 원통형 셀, 모듈, 팩 토탈 솔루션 공급계약을 맺었었다. 지난 4월에는 미국 FEPS과 19GWh 규모의 상용차용 배터리 공급 합의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전기 상용차 시장은 수익성이 높으나 승용차보다 훨씬 더 높은 사양을 요구해 업계에서도 섣불리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며 "이번 계약은 LG에너지솔루션의 제품이 고객의 높은 요구조건을 만족할 수 있는 성능과 품질 경쟁력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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