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충실 의무 확대, 효과 없고 법체계 혼란만" 韓日 학계 일제히 지적

머니투데이 유선일 기자 | 2024.10.15 16:13
토리야마 쿄이치 일본 와세다대 법무연구과 교수(오른쪽)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논란과 주주이익 보호'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경제인협회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두고 국내외 학자들이 일제히 우려를 제기했다. 주주 보호라는 목표 달성이 어렵고 법체계 혼란만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인협회 등 8개 경제단체와 한국기업법학회는 15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논란과 주주이익 보호' 세미나를 개최했다.

22대 국회 개원 후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총 8건 발의됐다. 현행 상법은 '이사는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충실한 직무 수행 대상에 '주주'를 추가해 이사회가 중요 경영 결정을 할 때 주주 이익을 고려하도록 하는 것이다. 산업계는 상법 개정 시 부작용이 크다고 반발하고 있다.

기조발제에 나선 토리야마 쿄이치 일본 와세다대 법무연구과 교수는 한국의 상법에 해당하는 일본 '회사법'을 설명하며 "만약 이사가 주주에게 직접 의무를 져야 한다는 제안이 있다면 이사와 주주 사이에 직접적 법률관계가 없다는 지금까지의 생각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이사의 임무 해태(懈怠)로 주주에게 발생하는 직접 손해에 대해선 회사법에 근거해 이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새롭게 이사의 주주에 대한 의무를 법으로 정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밝혔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국회에 계류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주주 보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현행 법률상 위임 체계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개정안 입법 필요성을 강조하며 현행법 미비 논변을 강하게 제시하다 보니 역설적으로 '현행법상 이사는 주주 보호 의무가 없다'는 왜곡된 인식을 조장하는 역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대안으로 상법에 △주주 전체의 정당한 이익 보호 △특정 주주의 이익이나 권리 부당한 침해 금지 등을 규정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진 주제발표에서 박준선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법체계(대륙법계)와 다른 영미법계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영기 고려대 금융법센터 교수는 지배주주가 있는 상장회사에서 소수 주주 보호, 소수 주주와 대주주 간 이해 상충 리스크를 감독할 필요는 있지만 상법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호' 문구를 추가하는 등의 방안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제발표 이후 종합 토론에서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기업 분할·합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수 주주 피해를 '이사 충실의무 확대'로 해결하려는 것은 올바른 해법도 아니고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며 "현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오히려 이사의 책임을 면제해 줄 '경영판단 원칙' 도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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