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 안울렸다"…이스라엘 아이언돔도 '드론' 막는 건 어렵나?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 2024.10.15 17:03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드론(무인기) 공격이 세계 최고 성능의 방공 시스템으로 알려진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을 뚫고 이스라엘을 공격해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저속·저고도 비행을 특징으로 하는 드론이 이스라엘 방공망의 '약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날린 드론이 이스라엘 북부 지역에서 비행하고 있다. 2024.08.25 /AFPBBNews=뉴스1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육군 기지를 향한 드론 공격은 이스라엘의 약점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앞서 헤즈볼라는 전날 자폭 드론으로 이스라엘 북부 군사기지를 공격해 이스라엘 군인 4명이 사망하고 67명이 다쳤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경찰은 이스라엘 영공에 수상한 항공기가 있다며 공군에 보고했으나, 군은 이를 이스라엘 비행기라며 안심시켰다. 헤즈볼라의 드론을 이스라엘 항공기로 오인한 것이다.

드론이 영공을 통과할 당시 공습 사이렌도 울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들은 이를 두고 "드론이 이스라엘의 레이더망에서 벗어났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헤즈볼라 역시 "이 드론이 이스라엘 방공망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고 목표물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드론 부대를 섬멸하겠다고 경고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군(IDF)이 무인기 생산, 유지 및 운영을 담당하는 헤즈볼라의 127부대를 완전히 제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전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날 헤즈볼라 드론의 공격을 받은 군사기지를 찾아 "이번 공습으로부터 배우겠다고 약속하고, 이스라엘이 드론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해결책을 개발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드론 공격으로 피해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달 초 이라크에서 발사된 드론 공격으로 이스라엘 군인 2명이 사망하고 약 20명이 다쳤으며, 지난 7월에는 친이란 단체인 예멘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드론으로 1명이 사망하고 최소 10명이 부상을 입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지난 1년 동안 이스라엘에 가해진 공격 중 다수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것은 이란의 탄도 미사일이나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이 아니었다"며 "이란제 자폭 드론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북부 미상의 지역에서 방공시스템 아이언돔 미사일에 레바논에서 발사된 로켓을 요격하고 있다. 2024.09.24 /로이터=뉴스1
이스라엘은 세계 최고 성능의 방공 시스템 '아이언돔'을 보유하고 있다. 그간 이스라엘은 이 방공망을 이용해 하마스, 이란 등의 공격을 막아내왔다. 외신들은 헤즈볼라의 드론이 이 방공망을 뚫을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주목했다.

아이언돔은 시속 1000마일(약 1609km) 이상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을 탐지하고 요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드론의 경우 시속 100마일(약 160km), 상대적으로 느리게 움직였다. 아이언돔의 레이더 시스템이 이를 탐지하기 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보안 당국의 한 관계자는 "드론이 느리게 비행할 뿐만 아니라 종종 플라스틱 부품을 포함해 로켓이나 미사일처럼 레이더 시스템이 탐지할 만큼 열을 내지 않는다"며 "궤적도 추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드론은 우회 비행경로를 가질 수 있고 모든 방향에서 올 수 있으며, 지상으로 낮게 비행하면서도 로켓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새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방공 시스템의 허점은 이스라엘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퍼 하루비 전 이스라엘 공군 드론 담당 부서 책임자는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서방 세계에 있는 모든 시스템은 일반 전투기와 미사일로부터 영공을 방어하거나 보호하기 위해 구축됐다"며 "드론과 같이 느리게 움직이는 표적을 탐지하고 추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의 일부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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