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일부 업체는 지난해 송출수수료 인상률을 최근에서야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인상률 기준으로 책정한 수수료를 납부한 뒤, 1년 뒤에 합의한 수수료율에 맞춰 '사후 정산'한 셈이다. 이에 따라 올해 송출수수료 협상도 대부분의 업체가 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빅5 홈쇼핑 업체인 A사는 이달 한 지역 SO(종합유선방송국)와의 송출수수료 협상을 마쳤다. 양사가 합의한 송출수수료 인상률은 올해가 아닌 '지난해' 기준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8월 마무리했어야 할 협상 시한이 1년 2개월 이상 지난 셈이다.
A사 관계자는 "해당 채널을 통해 물건을 팔수록 손실이 나는 특정 지역 SO 사업자와의 올해 송출수수료 인상률 협상은 연내 시작도 못할 것 같다"며 "일부 지역은 자체적으로 방송 사업자에 블랙아웃(방송송출 중단)을 요청해도 무리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홈쇼핑과 CJ온스타일은 LG헬로비전과, 롯데홈쇼핑은 딜라이브 강남과 송출수수료 협상 결렬을 이유로 방송 송출 중단을 통보하는 등 갈등이 심화된 바 있다. 정부 중재로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후속 수수료 협의에 따라 언제든 송출 중단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다른 대형 홈쇼핑사들도 올해 송출수수료 인상률을 협의 중인데, 모든 사업자와 협상을 완료한 곳은 아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내 모든 방송 사업자와 송출수수료 합의안을 도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홈쇼핑 송출수수료 갈등은 미디어 환경 변화에서 비롯됐다. 홈쇼핑 업계가 호황이었던 2011년~2015년에는 대형 홈쇼핑사들이 수수료 부담을 감수하고, 황금 채널(방송사 채널과 인접한 10번 이하 번호) 편입을 희망했다. 대형 홈쇼핑 업체의 수수료 지출이 급증한 것도 이 시기와 맞물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홈쇼핑 송출수수료 부담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2023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지난해 홈쇼핑 7개사, 티커머스 5개사 등 12개사가 낸 송출수수료는 2조4561억원으로 전년 대비 460억원 늘었다. 이는 홈쇼핑 총매출 3조4933억원의 70.3% 수준이다. 홈쇼핑 매출에서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70%를 넘어섰다.
2014년 1조412억원이었던 송출수수료는 홈쇼핑 업체 경쟁 격화, 사업자 수 증가 등이 맞물려 10년 만에 2.4배 이상 늘어났다. 같은 기간 업계 총매출 규모는 큰 변화가 없었다.
홈쇼핑 업체들은 시장 상황 변화를 고려해 송출수수료 부담을 낮춰달라고 수 년째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매출에서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30~40%에 달하는 방송 사업자의 매출 구조상 이런 요구가 수용되기 어려운 구조다.
양측이 수 년째 공방전을 이어가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지난해 정부가 중재안(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그동안 방송사가 통보한 수수료 산정 기준을 '협의' 방식으로 바꾸고, 협의 기간(계약종료일로부터 5개월, 최대 3개월)도 설정했다. 협의 기간이 길어지면 기존 계약을 적용하고, 수수료 산정 기준도 양측이 협의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양측이 협의 기간 이후 합의하지 못하면 정부가 참여하는 '대가검증 협의체'를 운영해 중재안을 마련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실무 현장에선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이드라인의 법적 구속력이 없고, 대가산정 고려 요소 등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는 대립하는 부분은 오히려 민간 자율에 맡겨 쉽게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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