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이 보고서의 제목은 '의대와 한의대의 통합을 통한 의료일원화 방안 연구'라는 제목으로 2012년 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소(현 의료정책연구원)에서 발간했다. 하지만 의료정책연구소는 보고서 발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자체 위원회를 열고 이를 내렸다. '한의협 등으로부터 이 보고서가 이용당해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이유에서다.
이 보고서에선 "한의과대학에서 강의에 의해 가르치는 내용이 의과대학에서 강의로 가르치는 내용의 75%를 이미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의학의 교육 영역에서 45학점 이상을 이수하면 한의사면허 시험 자격을 주고, 시험에 통과하면 면허받고 자유롭게 시술하게 된다"는 내용의 '의료일원화 추진 방안'도 기재돼있다. 그 반대로 의사가 45학점 이상을 이수하면 한의사면허 시험 자격을 주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의사의 의사 전환을 위한 의대 추가 교육 기간을 1년이 아닌, 2년으로 더 길게 설정했다는 것이다. 한의협은 "현재 한의대에선 해부학과 생리학, 병리학, 진단학, 영상의학, 방사선학 등의 교과과정이 있고, 한의 진료과 중 안·이비인후과, 내과, 침구과, 피부과, 신경정신과, 재할의학과 등 교육에 현대 진단의료기기 실습을 시행하고 있다"며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제시한 45학점은 2년이 아니라 1년의 추가 교육만으로도 가능한 학점"이라고 맞받아쳤다.
이어 "현재 커리큘럼상 의대 교육과정조차 시간이 부족해, 의대생들이 휴학이나 방학에도 학습에 매진할 정도"라며 "이런 상황에서 한의협이 단 2년의 교육만으로 의사 자격을 부여하자고 주장하는 건 의과 교육과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이를 깎아내리려는 시도"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만약 한의사들이 의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면 정식으로 의대에 입학해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인턴·레지던트 과정을 수료하면 된다"며 "이미 제대로 된 커리큘럼을 이수하고 의사로서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게 마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협 우봉식 전 의료정책연구원장은 1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의대에서 의과 과목을 가르친다면 누가 가르치느냐가 중요한데, 의대 교수가 아닌 한의대 교수이지 않으냐"며 "의과 과목을 가르치는 질이 매우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간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에서 의료일원화를 연구하기 위해 한의대 측에 의과 커리큘럼과 교재 등을 공유해달라고 여러 번 요청했지만, 번번이 비협조적이었다"며 "누가 어떤 교재로 어떤 내용을 가르치는지 명확하게 드러난 게 없다"고 아쉬워했다.
또 우 전 원장은 "설령 한의대에서 의과 교과서로 가르친다 해도 교과서는 지식일 뿐, 임상 현장에서 환자의 피드백에 따라 진료 방향을 설계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고 큰 영역"이라며 "교과서로만 배우면 감기약조차도 처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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