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방 시금고 경쟁에서 지방은행들이 대형은행들을 제치고 1금고를 수성했다. 자금력 등에서 지방은행이 고전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으나 '지역 특화' 전략이 통한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광주광역시는 지난 7일 차기 시금고(2025~2028년) 운영기관으로 광주은행을 1금고로 지정했다. 광주시금고 경쟁에는 대형은행이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1금고에 광주·국민은행, 2금고에 국민·농협·우리·기업은행이 경쟁했다.
앞서 지난달말 진행된 부산광역시 시금고 선정에서도 지방은행과 대형은행이 맞붙었다. 특히 2000년 부산은행이 한빛은행(현 우리은행)을 따돌린 이후 24년 만에 경쟁입찰이 이뤄졌다. 부산·국민·기업은행이 경쟁했으나 부산은행이 4년간 더 1금고 자리를 지키게 됐다.
지방은행들이 시금고 자리를 유지한 데는 '지역 특화'가 적중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광주시 심의위원회는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와 재무구조의 안정성(27점), 광주시 대출 및 예금 금리(20점), 시민 이용 편의성(24점), 금고 관리 능력(22점), 지역사회 기여 및 광주시와 협력사업(7점) 5개 분야를 두고 평가했다.
금융권에서는 '지역사회 기여'와 '시민 이용 편의성' 부문에서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은행은 매년 당기순이익의 10%를 광주에 환원하고 있다. 최근 4년간 환원 규모가 1000억원을 돌파했다. 또 올 상반기 말 기준 광주 지역의 대출금 및 예수금 비중이 각각 54.2%, 56%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편의성 면에서도 큰 차이가 벌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광주은행은 광주에 총 70개의 점포를 두고 있다. 국민은행의 광주시 내 점포는 15개다.
부산은행도 당초 예상보다 여유있게 국민·기업은행을 제쳤다.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은행이 획득한 점수는 860.1점으로 국민은행(837.55점)이나 기업은행(785.0점)과 비교해 높은 점수를 얻었다. 부산시 금고 경쟁 PT에서 부산은행 관계자는 자사 브랜드의 사회적 평가가치의 78%가 부산에서 비롯되고, 35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대출의 74%(25조5000억원)이 부산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부산은행은 기관영업 담당 부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6월 시금고 입찰 담당 TF(태스크포스)를 신설했다. 지난해 조선대 금고를 신한은행이 유치하는 등 최근 대형은행들의 지방시금고 진출이 거세지면서 '안전지대'가 없다는 인식이 지방 금융권에 널리 퍼진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은행들은 더는 지역 시금고를 '집토끼'로 여기지 않고 있다. 지난해 울산시금고 경쟁에서 농협은행의 추격을 뿌리친 경남은행은 울산시 내 30개 점포의 간판을 '울산 경남은행'으로 바꿔 달았다. 아울러 직원들의 명함에도 '경남은행'이 아닌 '울산 경남은행'을 새겼다.
내년 말 전북도와 경남도 금고 선정을 앞두고도 지역 금융권은 분주하다. 현재 전북도 1·2금고는 각각 농협·전북은행이, 경남도 1·2금고는 각각 농협·경남은행이 맡고 있다. 농협은행은 각각 2004·2014년부터 전북·경남은행으로부터 1금고를 가져와 담당하고 있다. 지방은행들의 탈환이 주목되는 지점이다.
지방은행 한 관계자는 "영업점 숫자를 강조해온 농협은행에 이어 자금력을 동원하는 시중은행들이 대거 참여해 시금고 경쟁이 매우 치열해졌다"라면서 "시금고 유치 자체만으로 수익을 내기는 어렵고 관련 기관 영업 등을 통해 지역 사회에서 입지를 유지하는 차원이라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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