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은 머리 위에 뜬 '무인기' 미스터리…북한이 발작하는 진짜 이유는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안채원 기자 | 2024.10.14 16:47

[the300] 북한, '평양에 韓 무인기 침투' 구체적 근거는 제시 못해
'최고 존엄' 사는 평양에 무인기…위협 느끼고 주민에 공포감 조성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8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10월 7일 주체적 국방과학기술 인재 양성의 최고전당인 김정은국방종합대학을 방문하고 창립 60주년을 맞는 교직원, 학생들을 축하 격려했다"라고 보도했다. 이곳은 과거 '국방종합대학'으로 개교했으나 2016년 개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뉴스1
북한이 최근 평양에 한국 무인기가 3차례 침투했다고 주장한 이후 국경선 부근 포병부대에 사격 준비를 갖추라고 지시했다.

북한은 구체적 근거도 없이 이번 사건이 남측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며 대남(對南) 적개심 고취와 공포감 조성 등을 위한 선전·선동의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실제로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봤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14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북한이 평양 상공에 무인기가 출현했다고 주장하는데 그 무인기가 어디서 왔는지 출처도 확인하지 못하면서 그 책임을 남측에 돌리고 있다"며 "우리 측으로 10여 차례 무인기를 보내 온 그 책임에 대해선 함구하며 적반하장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한국 무인기 침투' 주장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군이 한쪽 입장을 낼 경우 남남갈등이 유발되거나 군에 책임을 추궁하는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北 자작극 시나리오부터 민간단체 무인기 침투 가능성까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2일 "가장 적대적이며 악의적인 불량배 국가인 대한민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수도 평양시에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엄중한 정치군사적도발행위를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 사진=뉴스1

평양 상공에 뜬 무인기는 누가·어떻게 보냈을까. 현재로선 우리 군, 국내 민간단체, 북한 내부 반정권 세력, 북한 정권의 자작극 등의 시나리오로 압축된다. 하지만 북한이 쓰레기·오물풍선을 살포하고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고 있는 시점에 우리 군이 리스크를 떠안고 무인기를 침투시키진 않았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북한 내부 소행이나 자작극을 제외하면 우리 민간단체가 북한에 무인기를 침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해 포항 지역에 있는 한 동호회는 자체 제작한 '회전익 드론'(헬리콥터 형태)을 북한 금강산까지 보내 사진 수십장을 찍었다. 다만 감시망이 촘촘한 평양에 이번처럼 부피가 큰 '고정익 드론'(비행기 형태)이 갈 수 있을진 해석이 갈린다.

조상근 카이스트 국가미래전략기술정책연구소 교수는 "민간단체의 드론이 내륙으로 가려면 한국·미국·북한의 방공망을 모두 뚫어야 하는데 그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서해 쪽에서 바다 위로 쭉 올라가 평양까지 갔을 수는 있다"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자본만 있다면 기술적으로 민간에서도 충분히 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아무리 레이더가 발달했어도 서해 사각지대에서 날리면 포착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군 관계자는 "그동안 알려지진 않았지만 민간 드론이 북한에 들어간 경우는 종종 있었다"면서 "만일 이번에 민간단체가 보냈다면 자체 제작이 아니라 레이더망을 피할 수 있는 고성능 해외 드론을 구입해 보냈을 수 있다"고 했다.



무인기 주체 확인 못한 김정은 정권…일단 한국에 뒤집어 씌우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1일 "조선노동당 창건 79주년 경축공연이 10일 당 중앙간부학교에서 성대히 진행됐다"며 공연에 참석한 김정은 당 총비서와 김주애의 사진을 보도했다. 신문은 공연에 "주체혁명 위업 완수를 위한 영웅적 장로에서 우리 인민이 위대한 당을 우러러 터뜨린 노동당 송가들과 애국의 노래들이 올랐다"라고 전했다. / 사진=뉴스1

무인기를 남측이 날렸다고 주장하는 북한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군 소식통은 김여정이 한국을 향해 "X지는 순간까지 객기를 부리다 사라질 것들" "괴이한 돌연변이" "한국 군부깡패" 등의 표현을 쓰면서도 '재발방지 담보'라는 말을 한 것에 집중하고 있다. 김여정은 이날 노동신문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속히 타국의 령공(영공)을 침범하는 도발행위의 재발방지를 담보해 나서야 한다"고 했다.

재발방지 담보라는 표현은 그동안 북한에서 나오지 않은 표현이라는 게 군 소식통의 설명이다. '최고 존엄'인 김정은이 활동하는 평양 상공에 공격 무기로 변화할 수 있는 무인기가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실존적 위협이니 우리 군 당국이 나서 무인기를 보낸 주체를 찾아 재발 방지책을 만들라는 것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으로선 무인기 침투 사건은 상당히 큰 충격일 것이고 이번 사태로 여러 명이 징계나 숙청을 당했을 것"이라면서 "다만 북한은 드론을 다시 날리지 말라는 취지로 포병사격 준비를 지시한 것으로 보이고 먼저 군사적 도발을 자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대북 소식통은 "이번 무인기 침투를 계기로 우리 정부를 윽박질러 남남갈등을 유발시켜 우리 군의 대북방송이나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 등을 그만두게 만들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라며 "김정은 체제가 그만큼 큰 위협을 받고 있고 내부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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