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금리인하, 만병통치약 아냐…가계대출 정책 혼선, 저도 책임"

머니투데이 세종=박광범 기자, 안재용 기자, 김주현 기자 | 2024.10.14 16:39

(종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금리인하가 (내수경기 회복의)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국과 같은 '빅컷'(한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것)을 하지 못한 이유는 부동산 수요층을 자극할 우려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정책 혼선과 관련해선 자신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경기 부진에 대한 금리인하 조치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 않나'라는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내수 부진은 여러 요인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고금리도 영향을 미쳤고 전체적으로 부채 비율이 높은 것도 (내수 부진의) 이유"라며 "하루 아침에 조정되기 보다는 종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여러 구조적인 요인을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금리인하로 민간소비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하느냐는 최기상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는 "한차례 (금리인하) 가지고 효과가 크진 않을 것"이라며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 몇차례 어떤 속도로 하는지에 따라 내수진작 효과는 다를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와 같은 '빅컷'을 하지 못한 이유를 묻는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는 "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낮출 경우 이미 금리인하를 할 거라고 기대를 많이 하는 부동산 수요층에서 부동산을 살 시기가 됐다고 판단해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 있다"며 "부동산 가격은 한번 올라가면 다시 내리기 힘들어 그 기대심리를 조정해야 한다는 게 저희의 주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서 주장하는 금리인하 실기론과 관련해선 "고물가, 높은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금리가 올라갔고 고물가와 금리가 올라간 것이 자영업자를 힘들게 했단 것은 동의한다"면서도 "금리를 낮출 경우 부동산 가격이라든지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도 저희가 고려하는 면이 있고 자영업자가 가계부채 때문에 왜 이렇게 어려운가 하면 그 사이 저금리 상황에서 부채가 굉장히 많이 쌓인 게 구조적 요인"이라고 했다.

이어 "그 문제를 해결 안하고 금리를 낮춰서 KDI가 얘기하듯 경제성장률만 올리는 게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에 좋은 건인지, 이것은 경기와 장기적인 금융안정 어디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있다"며 "현 상태에서 한은은 금융안정과 함께 이제까지 가계부채가 증가한 구조적 원인도 없애가면서 (금리 인하를) 해야 한다는 면에서 (KDI와) 시각이 조금 다르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다만 이 총재는 가계대출을 둘러싼 정책 혼선과 관련해선 자신도 일정 부문 책임이 있다고 언급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금융감독원장의 오락가락 발언이 문제가 돼 결국 본인이 국민께 사과했고 금융위원장도 지난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부족함이 있었다고 했다"며 "올해 급작스럽게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연기하는 등 오락가락한 정책이 집값 상승세에 기름을 끼얹었고 그래서 금리인하 타이밍도 놓쳤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저도 F4회의에 참여했기 때문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며 "사후적으로 스트레스 DSR 연기가 가계대출 급증에 영향을 준 것을 부인할 수 없고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선 한은이 최근 보고서를 통해 주장한 서울 상위권 대학의 '지역별 비례선발제도' 도입이 주요 화두로 부각됐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한은의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두고 서울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고려대는 '시기상조다', 연세대는 '검토한 바 없고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등의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며 "교육부는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한발 물러섰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전세계 어느 대학도 한 지역에 있는 사람만 많이 뽑지 않는다"며 "왜 우리만 꼭 성적으로 뽑아야 하는지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답했다.

세부적으로 "서울대는 모든 모집단위에서 할당이 가능한 지역별 지원자의 확보가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학과별로 뽑지 않고 전체의 80%를 지방에서 뽑으면 모집단위를 유지하면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학과별로 학생을 선발하지 않고 모집단위를 확대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이 총재는 "고등학생이 어떻게 전공을 선택할 수 있겠냐"며 "교수들이 학생을 확보하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집단위를 트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금통위원 연간 보수액이 35억원인 데 반해 챗GPT 월 사용료는 3만5000원에 불과하다며 금통위원 보수가 업무에 비해 높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챗GPT에 대해 "11월 금리결정에 대한 질의에 25초 만에 가계부채와 부동산 과열 리스크, 금융안정 유지 등을 고려해 금리 동결이 최적의 선택이라고 답변했다"고 소개했다.

이 총재는 "10월에 챗GPT를 써보고 시험 해봤지만 챗GPT는 금리동결이 최선이라고 했는데 이번에 금리를 낮춘 것을 보면 챗GPT는 믿을 수 없다"며 "금통위원 발언이 숫자로 나오는 건 회의록에서만 나온 숫자이고 금통위원과 저는 한달에도 몇 번씩 회의를 하면서 서로 의견을 듣는다"고 반박했다.

현재 익명으로 공개되는 금통위 의사록을 실명으로 공개해야 한단 주장에는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에 실명으로 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며 "(금통위원) 퇴임 후에 하거나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실명화 할지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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