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칼럼]요하니스베르크의 266년

머니투데이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2024.10.14 14:48
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프랑크푸르트를 출발해 마인강을 따라 서쪽으로 한 30분 가다 보면 마인츠 부근에서 라인강과 합류한다. 라인강을 따라 서쪽으로 약 20분 더 가면 외스트리히-빙켈이라는는 작은 마을에 닿는다. 요하니스베르크성(Schloss Johannisberg)이 언덕 위에서 그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 부속교회도 있다. 성은 지금은 와이너리로 사용되고 있어서 주변 구릉지는 모두 포도밭이다. 성 건물은 그 지방의 음악제 장소로도 쓰이고 있다. 약 40명의 직원이 일하고 포도 수확기에는 120명 정도의 임시직이 고용된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요하니스베르크성은 8세기경 샤를마뉴대제 시절 그 지역 수도원의 와이너리로 출발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런저런 곡절을 겪었다. 나폴레옹전쟁이 끝나고 1815년에 비엔나회의가 열렸을 때 이 성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의제의 하나였다고 한다. 당시 이미 최고의 명품 산지로 전 유럽에 알려져 있어서 힘 있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차지하려고 나섰기 때문에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비엔나회의의 '오너'였던 클레멘스 메테르니히 재상이 자신이 그 지역에 연고가 있다는 몇 가지 근거를 제시하면서 프란츠 1세 국왕을 설득했다. 12년 동안 수입의 10%를 합스부르크 왕가에 바치는 것을 조건으로 와이너리를 하사받겠다는 내용이었다. 수입의 10% 조건은 아직도 유효하게 남아서 이행된다고 한다. 아마도 지방정부에 납부할 것이다. 그때 이래로 요하니스베르크성은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 라인강 관광의 일부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성이 서 있는 언덕 위에서 보이는 주변 경관이 매우 아름답다. 매년 13만 명이 방문하는 곳이다.

1942년 영국군이 마인츠를 폭격할 때 성도 훼손되어서 거의 다시 지었다. 1964년에 보수가 완료되었다. 당시 소유자는 메테르니히 재상의 후손인데 이름이 좀 길다. 파울 알폰스 마리아 클레멘스 로타 필리푸스 네리 펠릭스 니코메데스 프린츠 폰 메테르니히 빈네부르크(Paul Alfons Maria Clemens Lothar Philippus Neri Felix Nicomedes Prinz von Metternich-Winneburg, 1917~1992). 그냥 '폰 메테르니히 후작(Furst)'이라고 불렸다. 독일어 퓌르스트(Furst)는 신성로마제국과 독일제국, 오스트리아제국에서 사용되었던 칭호로 공작보다는 낮고 백작보다는 높은 작위다. 후작은 자동차 경주분야에서 일했고 본인도 카레이서였다. 후작 부인이 2006년까지 계속 그 성에서 살다가 타계했다. 부부는 자손이 없어서 요하니스베르크의 메테르니히 가문 명맥은 거기에서 끝나게 된다.


독일의 외트커그룹(Oetker Group)이 1974년부터 와이너리에 지분 참여를 했는데 1980년에 이르러 지분이 절반을 넘게 되었고 현재는 단독 주주다. 외트커는 식음료 생산을 중심으로 350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독일의 대그룹이다. 요하니스베르크성은 헨켈이라는 샴페인 제조회사의 자산으로 편입되어 있다. 성 안에서 판매되는 와인 중 가장 고가품은 750유로다.

요하니스베르크에서는 리슬링만 재배된다. 리슬링은 독일 대표 최고급 포도품종이다. 라인강 유역, 모젤지방, 프랑스 알자스에서 생산된다. 성의 셀러에 보관된 가장 오래된 와인은 1748년산이다. 셀러 한쪽 '와인도서관'의 맨 안쪽에 철창이 설치된 룸이 하나 있고 좌측 맨 위층에 있는 검은색 병이다. 와인의 상태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한다. 밖에서는 온갖 일들이 일어났고 뭇사람들이 왔다가 갔지만 그 병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이제 266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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