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협력사 하청노동자를 대상으로 원칙적으로 수집이 금지된 개인정보를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하청노동자를 대상으로 개인정보 수집·이용 및 제3자 제공 동의서를 받았다. 해당 동의서는 △생체정보(안면 등 생체인식정보 포함) △병력 △산업재해 이력 △주민등록번호 △운전면허번호 △여권번호 △외국인등록번호 등을 사측에 제공할 것에 대해 동의하는 지 여부를 묻는다.
고용노동부가 배포한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민감정보와 고유식별정보는 채용 과정에서 수집이 금지된 정보들이다. HD현대중공업이 요구한 개인정보 가운데 생체정보와 병력은 민감정보에 해당할 수 있으며, 주민등록번호·운전면허번호·여권번호·외국인등록번호 등은 고유식별정보로 분류된다는 게 박홍배 의원실의 설명이다.
민감정보란 사상·신념, 노동조합·정당의 가입, 정치적 견해, 건강, 성생활 및 정보, 유전전보, 범죄경력자료, 신체·생리·행동적 특성에 관한 정보다. 고용노동부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특정 개인을 알아볼 목적으로 일정한 기술적 수단을 통해 생성한 정보와 인종·민족에 관한 정보도 민감정보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HD현대중공업이 동의서 하단에 '동의를 거부할 권리가 있지만 미동의 시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명시한 부분에 대해서도 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됐다. 의원실 관계자는 "최소한의 개인정보만을 정당하게 수집해야하며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개인정보보호법 16조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동의서는 HD현대중공업 소속(원청) 노동자에게는 받지 않고 하청노동자에게만 배포한 것으로 확인된다. HD현대중공업이 안면인식기 기반의 하청 근로자 '안전출입시스템' 도입 추진 과정에서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이 울산조선소 곳곳에 안면인식기를 설치하자 원청 노조는 노동자 인권을 무시한 처사라며 반발했다. 회사가 안면인식기를 설치하면 노조가 이를 제거하는 일이 반복되다 양측의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HD현대중공업은 해당 시스템 도입을 유보하고 대체 방안을 찾는 중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해당 정보들은 협력사 근로자들의 안전과 복리후생을 위해 필요한 내용"이라며 "다만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은 검토해 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홍배 의원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는 현실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HD현대중공업과 같은 대기업이 법을 위반하며 직원을 감시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노동부는 즉각적인 조사와 개선 조치를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 환노위는 오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정책 협의·자문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이날 국감에는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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