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선 먹튀 우려했는데' 4392억 日 신인 대반전, 115년 ML 역사 소환하고 '탈락 위기' LAD 구했다

스타뉴스 김동윤 기자 | 2024.10.12 20:54
LA 다저스의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지난 3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공식 개막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의 2차전에서 적시타를 맞고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제공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12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와 2024 NLDS 5차전에서 미소짓고 있다. /AFPBBNews=뉴스1
LA 다저스의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26)가 빼어난 투구로 탈락 위기의 팀을 구했다. 지난 3월 서울에서 그에게 쓰라린 기억을 안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한 것이란 걸 떠올리면 대반전이 아닐 수 없다.

LA 다저스는 1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4 미국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5차전에서 샌디에이고에 2-0으로 승리하고 다음 라운드로 진출했다.

이로써 LA 다저스는 샌디에이고에 2년 전 디비전 시리즈에서 당했던 0승 3패 굴욕을 씻고 3년 만에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로 향했다. 이제 LA 다저스는 14일부터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꺾고 올라온 뉴욕 메츠를 상대로 4년 만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노린다.

이날 승리의 1등 공신은 선발 투수 야마모토였다. 야마모토는 최고 시속 98.2마일(약 158㎞)의 빠른 공(32구)과 함께 스플리터(11구), 커브(11구), 슬라이더(5구), 커터(4구) 등 다양한 구종을 정확하게 스트라이크존 안에 꽂아 넣으며 샌디에이고 타자들을 압도했다. 특히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와 맞대결에서는 삼진과 병살타를 끌어내는 등 샌디에이고 더그아웃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그렇게 야마모토는 5이닝 2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2회말 키케 에르난데스, 7회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솔로포가 각각 터졌고 불펜 투수 4명이 등판해 역전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야마모토는 포스트시즌 첫 승을 맛봤다.

메이저리그 통계 전문가 사라 랭에 따르면 야마모토는 이긴 팀이 시리즈 전체를 가져가는 승자독식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5이닝 이상 무실점을 기록한 다섯 번째 LA 다저스 선수였다. 1955년 월드시리즈 7차전 조니 파드레스, 1965년 월드시리즈 7차전 샌디 쿠팩스, 1981년 NLDS 5차전 제리 로이스, 1988년 NLCS 7차전 오렐 허샤이저가 앞서 있었다.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12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와 2024 NLDS 5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12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와 2024 NLDS 5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신인으로 좁히면 115년 전 메이저리그 고대 기록까지 소환됐다. 랭은 자신의 SNS에 "승자독식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5이닝 이상 무실점을 기록한 신인 투수는 1909년 월드시리즈 7차전의 베이브 애덤스가 처음이었다. 올해 NL 와일드카드 시리즈 3차전의 토비아스 마이어스(밀워키)가 두 번째였고 이날 야마모토가 3번째"라고 소개했다.

신인이 한 팀의 시즌 마지막 농사를 결정짓는 경기에 선발 투수로 나서는 일이 드물다. 그뿐 아니라 그 압박감 속에서 5이닝 이상 무실점을 하기란 쉽지 않기에 이토록 달성한 선수가 적었던 것. 더욱이 그 상대가 야마모토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망치고, 한때 먹튀 우려를 안긴 샌디에이고였다는 점에서 더 짜릿했다.


야마모토는 지난 시즌 일본프로야구(NPB)에서 리그 최초 3년 연속 투수 4관왕(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과 역대 3번째 3년 연속 MVP를 차지했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메이저리그 경험이 전혀 없음에도 메이저리그 투수 역대 최고액 계약인 12년 3억 2500만 달러(약 4392억 원)를 받고 LA 다저스로 향했다.

공교롭게도 그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은 대한민국 서울의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졌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월드 투어가 한국에서 열리기로 결정돼 있었고, 아시아 선수들이 많이 뛴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두 팀이 그 주인공이었던 탓이다.

LA 다저스의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지난 3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공식 개막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의 2차전에서 적시타를 맞고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제공
야마모토 요시노부(왼쪽)가 12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와 2024 NLDS 5차전에서 NLCS 진출을 확정한 뒤 오타니 쇼헤이와 뒷풀이를 즐기고 있다. /AFPBBNews=뉴스1

그 경기에서 야마모토는 체면을 구겼다. 샌디에이고와 서울시리즈 2차전에서 선발 등판한 그는 1이닝 4피안타 2사사구(1볼넷 1몸에 맞는 볼) 2탈삼진 5실점으로 강판당했다. 총 투구 수 43구 중 스트라이크는 23구에 불과했고 마치 타이밍을 잰 듯한 샌디에이고 타자들의 방망이에 야마모토는 속수무책이었다.

이때의 투구는 미국 현지의 비관적 흐름에 기름을 부었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고 체구도 작은 야마모토에게 금액이 과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었다. 서울시리즈에 앞서 미국에서 열린 시범경기에서는 습관이 노출됐다는 이야기까지 나와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이후 차츰 적응해 나가며 올해 정규시즌을 18경기 7승 2패 평균자책점 3.00, 90이닝 105탈삼진으로 마쳤으나, 연봉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임은 분명했다. 지난 NLDS 1차전에서도 3이닝 5실점 투구로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순간 팀에 승리를 안기면서 그간의 아쉬움을 조금은 털어냈다. MLB.com은 "LA 다저스가 메이저리그에 던진 적도 없는 야마모토에게 12년 3억 2500만 달러의 계약을 안긴 건 가장 위험한 결정이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 5차전에서 압도적인 활약을 보니 돈을 잘 쓴 것처럼 보인다. 그는 지난달 오른쪽 삼두근 부상으로 결장한 뒤 복귀해 가장 많은 63개를 던졌다. 허용한 건 단타 2개와 볼넷 1개뿐이었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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