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은 11일 코스피 시장에서 전날 대비 5000원(0.63%) 오른 79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고려아연 지분 1.85%를 들고 있어서 경영권 분쟁의 격전지로 떠오른 영풍정밀의 주가는 2050원(6.56%) 떨어진 2만9200원이었다.
이날 오전 최윤범 회장 측은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주당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영풍정밀 가격을 주당 3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인상한다고 공시했다. 고려아연 공개매수의 경우 당초 베인캐피탈과 손잡고 최대 372만6591주(지분 18%)를 확보할 계획이었는데, 최대 414만657주(지분 20%)를 매수하기로 했다.
최 회장 측의 이같은 움직임에도 주가는 큰 폭으로 오르지 않았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시장에서 관망세를 보인 것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일단 MBK·영풍은 고려아연 주당 83만원, 영풍정밀 주당 3만원의 공개매수를 오는 14일까지 이어간단 방침이다. 최 회장 측의 인상 조치에도 MBK는 "지난 9일 공개매수 가격을 추가로 올리지 않겠다고 밝힌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고 못박았다.
MBK·영풍 측은 '세금' 문제를 앞세워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MBK 관계자는 "세금을 감안하면 고려아연 측 가격은 전혀 메리트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주주들이 MBK 측 공개매수에 응하면 세율 22~27.5%의 양도소득세를 물게 된다. 최 회장 측 공개매수의 경우 자사주 매입이어서 최저 세율 15.4%의 배당소득세를 내게 되지만,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이 넘는 개인투자자에게는 최대 49.5% 세율이 적용된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배당 소득에 10~22.5%의 법인세율이 적용되는 것도 최 회장 측에 부담이다.
고려아연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경영권 방어에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고려아연은 베인캐피탈과 손잡고 이번 공개매수를 위해 최대 3조7000억원 상당의 자금을 쓸 예정이다. 고려아연이 17.5%, 베인캐피탈이 2.5%를 나눠 매입한다. 기존 방식(주당 83만원, 최대 18%)이 최대 3조1000억원 규모였던 것 대비 6000억원 정도 더 쓰는 셈이다.
자사주 공개매수 규모를 '최대 20%'로 끌어올리며 시장에서 살 수 있는 주식 모두를 쓸어담겠다는 의지 역시 보였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현재 고려아연 지분 구조에서 최윤범 회장 측 우호지분은 33.99%, MBK·영풍 측은 33.13%다. 여기에 국민연금 7.57%, 자사주 2.39%를 제외하면 유통가능 주식은 22.92% 수준으로 집계된다. 고려아연 측은 현재 공개매수에 응할 수 있는 실질 유통물량은 20% 미만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사실상 유통되는 고려아연 주식 물량 전부를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확대함으로써 주주를 보호하고 자본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며 "자사주 공개매수를 끝까지 완수하고 마지막 한 주까지 책임질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의 신경전 역시 지속될 게 유력하다. MBK·영풍은 공개매수 가격 인상을 한 고려아연을 향해 "2조7000억원의 부채를 떠 안게 되는데, 그 대가로 회사가 얻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기존에 진행 중이던 소송절차를 통한 구제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연 1조2000억원의 현금창출력을 가진 기업"이라며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와 소각이 진행되더라도 부채비율이 70%대를 넘지 않고, 6년이면 다시 20%대 부채비율로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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