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3년 휴직하고 로스쿨 다닌다?..."회사 옮기라고 부추기나"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 2024.10.11 16:38

[the300]野 박상혁 의원실 "2009년 이후 금감원 직원 48명이 로스쿨 진학...이들 중 13명은 퇴사"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뉴스1

금융감독원이 직원들로 하여금 감독원에 소속된 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다닐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줘 사실상 이직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3년간 청원휴직을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술연수제를 통하면 급여를 받으면서 학비 지원까지 일부 받게돼 일반 공무원에 비춰볼 때 지나친 특혜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이후 현재까지 총 10명의 직원들이 금감원 학술연수 제도를 활용해 로스쿨에 입학했다. 이 가운데 4명의 직원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해 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학술연수 제도를 활용해 로스쿨에 진학한 직원들은 연간 1000만원 한도로 2년간 학비를 지원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매월 급여를 받을 수 있다. 국가 공무원도 자기계발을 목적으로 다양한 연수제도를 활용할 수 있지만 급여를 받으면서 주간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 관리를 받지만 정부 조직에 속하지 않은 독립 기관이다. 따라서 금감원 직원들이 '민간인 신분'임을 들어 인사 규정에서 보다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사비를 들여 유학하는 '청원휴직'을 활용해 로스쿨에 진학한 직원수는 더 많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 청원휴직과 학술연수를 이용해 로스쿨에 진학한 직원 수는 총 48명이었다. 올 해에만 4명이 진학해 현재 학업중이다. 또 이들 48명 중 현재 13명이 퇴직한 것으로 집계됐다.

로스쿨 과정이 통상 2년이 아닌 3년임을 고려한 듯, 금감원은 아예 인사관리 규정도 바꿨다. 금감원은 석사학위 취득을 위한 청원휴직 허가기간을 2년 이내로 뒀었지만 2014년에는 법학전문대학원의 경우 3년 이내로 한다는 조항을 뒀다.


금감원은 심지어 지난 2012년, 다수 직원이 로스쿨 진학을 목적으로 청원휴직을 신청한다는 사회적 비판이 제기되자 "2009년 12월30일자로 관련 규정을 개정해 석사학위 취득 목적의 청원휴직 기간을 종전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함으로써 이후에는 로스쿨 진학을 위한 직원들의 청원휴직이 없는 상태"라고 해명했었다. 그런데 이 규정을 2014년 다시 고쳐 직원들의 로스쿨 진학의 문을 넓혀준 셈이다. 실제로 2011년~2013년 사이 3년간, 금감원에서 로스쿨에 진학한 사례는 없었다.

한편 금감원 측은 이같은 제도 운영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직원의 자기계발을 통한 전문성 제고 지원을 위해 근무기간 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석사학위 취득 목적의 휴직을 허용중인데다 다수 인원이 현재 재직중이란 점을 들어서다.

금감원 측은 또 학술연수시 연수비 환수 요건을 엄격히 관리중이라 설명했다. 학위과정 3년 중 2년만 학비지원할 뿐만 아니라 변호사 시험 불합격시 연수비 50%를 환수한다는 설명이다. 또 지원받은 연수 기간의 '두 배 근무'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지원비를 모두 환급한다는 규정도 있다. 즉 학술연수를 통해 2년간 로스쿨 지원을 받았다면 4년간 금감원에서 근무해야 한다.

이같은 해명에 박 의원 측은 "연수비 반환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이미 회사에 속한 신분으로 로스쿨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한 것 자체가 특혜인 것"이라며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심지어 일반 사기업에서조차 로스쿨 진학을 위해 휴직시켜주는 경우가 있나. 금감원이라는 스펙(경력)에 변호사라는 라이센스를 얻어주는, 즉 퇴사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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