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로 떼웠지만 관리비만 350억"...애물단지된 '주식물납'

머니투데이 세종=유재희 기자 | 2024.10.13 05:12
10년간 캠코 물납 업무 관련 예산 현황/그래픽=이지혜

정부가 상속세 대신 걷은 국세물납증권(물납주식)을 팔기 위해 지난 10년간 350억원의 비용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물납주식 지분으로 받은 배당금의 2배에 달한다. 올해에만 넥슨이 물납한 지주사 엔엑스씨(NXC) 지분 등을 매각하기 위해 60억원을 썼다.

그럼에도 매각 성과는 저조하다. 주식을 물납한 법인 20%가 폐업하는 등 지분이 휴지 조각이 됐다. 당초 기대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20여년간 매각된 금액을 보면 물납 당시 평가한 가치의 70%에 그친다.

물납제도는 법인이 금전이 아닌 유가증권(비상장주식)이나 부동산 등으로 상속세를 납부하는 것이다. 세수 확보를 위해 현금 여력이 낮은 기업으로부터 현물을 받아 매각해서 세수로 귀속하는 제도다.

13일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5~2024년) 캠코가 물납 업무를 위해 사용한 비용은 353억6000만원이다. 물납주식 등을 매각하기 위해 인력·경비 등에 활용된 예산이다.

올해 예산 규모는 65억2000만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고액 물납주식의 매각 진행을 위해 예비비(27억원)까지 추가 편성한 결과다. 대표적으로 넥슨 지주회사 엔엑스씨(NXC)의 비상장주식 4조7000억원대(지분 85만1968주) 매각을 추진 중이다.

반면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물납한 비상주식의 배당금은 189억2700만원으로 관리비용의 절반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물납제도가 재정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매각이 제때 이뤄지지 않거나 제값을 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넥슨의 비상장주식 NXC 지분 매각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지만 난관이다. 지난해 말 두 차례 유찰을 겪으면서 제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에 정부는 민간을 통해 매각을 추진한다. 매각이 성사되면 증권사 등에 200억원 안팎의 보수를 챙겨줘야 한다.


물납제도의 실효성은 매년 지적받아 왔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속세 물납주식 157개 가운데 매각이 불가능한 비상장법인만 18%(28개)다. 파산·폐업 등의 사유로 국고로 돌릴 수 없는 주식이 1/5를 차지한다.

약 25년간 팔리지 않은 채 묵혀있는 경우도 있다. 삼양개발은 1999년 6월 8일 82억500만원 규모의 비상장주식을 물납했는데 아직도 매각이 이뤄지지 않았다.

정상적인 법인이더라도 매각을 보장할 순 없다. △2020년 7.6% △2021년 11.3% △2022년 11.4% △2023년 10.8% 등으로 매각률 10% 안팎에 그친다.

매각이 성사되더라도 당초 평가금액에 못 미친다.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총매각금액은 6627억원 수준이지만 당초 세금에 견줬던 물납금액은 9128억원이다. 정부가 기대했던 가치에 비해 매각금액은 73%에 그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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