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세사기, 시세조작, 떴다방까지…부동산 '암시장', 직거래의 덫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 2024.10.14 05:45
부동산에는 큰돈이 몰린다. 인생 최대의 지출이 뭐였냐는 질문에, '주택매수'라는 답을 내놓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투자 성격도 있다. 레버리지를 일으켜 부동산에 투자해 '인생역전'을 꿈꾸는 이도 상당수다.

큰돈을 투자하고, 그 돈이 더 불어나길 바라는 '욕구'가 부동산 시장에 있다. 큰돈과 욕심에는, 사기꾼들이 좋아하는 '냄새'가 난다.

집값을 시세보다 높게 거래했다고 신고한 뒤 나중에 취소하는 '집값 띄우기', 서울·수도권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빌라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서민들의 '피같은 보증금'을 빼앗아간 전세사기, 운좋게 '강남로또' 청약에 당첨됐지만 자금마련이 어려운 청약자에게 다가서는 검은 그림자, '떴다방'까지. 부동산 시장에는 온갖 불법과 편법이 난무한다.

최근 2021년 11월부터 지난 8월까지 34개월 간 체결된 국내 부동산 거래 약 318만6963건 중 중개거래 비중은 54.2%에 그쳤다. 나머지 45.8%가 불법·무등록 중개를 포함한 직거래였다는 사실은 아직 한국 부동산 시장이 성숙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공인중개사 몫의 중개보수를 아끼기 위해 직거래를 택하는 사례도 분명 늘었지만, 비중이 높지 않다. 직거래 10건 중 9건 이상이 무등록·불법 중개, 즉 이름만 직거래로 파악된다. 직거래는 거래 안정성이 중개거래에 비해 현저히 낮다.


직거래는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직거래를 빙자해 무자격자가 '뒷돈'을 챙겨도, 법정상한요율을 넘긴 초과보수를 받아도 안걸리면 그만이다. 자료보관 의무가 없어 소송을 해도 잡아내기 힘들다.

'가짜 부동산'이 판치는 부동산 시장은 암시장과 같다. 직거래 중 무등록 중개가 얼마나 되는지, 불법 부동산 컨설팅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인지 통계로 잡히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취재과정에서 확인했다.

일반 수요자가 전재산을 걸고 직거래를 택한다는 건, 눈을 가린 사슴이 맹수들이 우글대는 정글에 발을 내딛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순간의 실수가 인생의 뿌리를 흔들 수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부동산을 직거래로 하려면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 한다. 안전장치도 마련해둬야 한다. 눈감고 '로또 번호'를 찍었을때처럼, 당첨확률은 지극히 낮다. 눈가린 사슴은 군침흘리는 하이에나들의 먹잇감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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