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고은 등이 후보군에 오른다는 소식은 매해 전해졌지만, 한국 작가의 수상가능성은 낮게 점쳐졌다. 올해도 해외 유명 베팅사이트에선 성별을 번갈아주는 노벨 문학상의 관례상 여성 작가가 유력하다는 분석과 함께 호주와 중국 그리고 미국 등 해외 여성 작가들이 주요 후보군이었다.
1970년 11월 전남 광주에서 태어난 한강은 소설가 한승원의 딸이다. 전남 장흥 출신인 한승원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건 고(故) 강수연 배우 주연의 영화로 제작됐던 '아제아제 바라아제'다. 한승원의 두 아들도 작가로 활동 중이다. 장남 한규호도 신춘문예 등단 작가이고 동화도 집필한다. 차남 한강인도 만화작가다.
한승원과 한강은 모두 '이상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광주 출신으로 어릴 때 간접적으로 겪은 광주민주화운동에서의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고찰이 그의 작품 세계에 투영됐다는 평가다. 서울로 올라와 풍문여고,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문학에 매진했다.
한강은 올해 삼성그룹 삼성문화재단의 '2024 삼성호암상'에서 예술상 부문 수상자로 결정되기도 했다. 한강은 호암상 수상 소감으로 "올해는 제가 첫 소설 발표한지 삼십 년이 된 해"라며 "그동안 글쓰기를 통해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이 때로 신비하게 느껴진다.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더 먼길을 우회해 계속 걸어가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젊은 평론가들 사이에선 한강의 노벨상 수상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었다. 따라서 이번 수상은 '의외의 쾌거'로 여겨진다. K-팝과 K-드라마 등으로 이미 전세계적 선호가 높아져 있는 K-콘텐츠 수준이 절정에 이르렀고 세계 주류에 편입됐다는 인정을 받은 것이라는 평가다.
스웨덴 한림원 관계자는 수상 발표 후 인터뷰에서 "한강은 많은 장르를 아우르는 복잡성과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어구를 구사하는 작가"라며 "(작품에서) 뛰어난 주제를 연속성 있게 이어가면서도 특색 있는 변조가 돋보인다"고 평했다.
"한강의 작품 중 어떤 것을 가장 먼저 추천하겠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2014년 출간한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영문 제목 Human Acts)를 꼽았다. 한강은 한 인터뷰에서 "압도적 고통으로 써내려간 작품"이라고 창작 과정을 회고한 바 있다.
한림원 관계자는 "1980년대 광주 민주화 운동에 관한 감동적이면서도 끔찍한 이야기"라며 "트라우마가 어떻게 세대를 넘어 계승되는지를 다룬, 역사적 사실을 아주 특별하게 다룬 작품"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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