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체험감에서 기인하는 요인이 크다. 지금으로선 메타의 오큘러스 퀘스트나 애플의 비전프로가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대표적인 디바이스로 꼽히지만, 이들 기기는 시각적인 부분을 보여주는 데 그친다.
머리에 착용하는 디스플레이 장치(HMD)만으로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전신(全身)을 가상공간에 투입하고 완벽한 몰입감을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가상공간에서 촉각을 느끼게 하는 햅틱 장갑 등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 중인 가운데, 광주과학기술원(GIST) 윤정원 융합기술학제학부 교수 연구팀(뇌 나노로봇 연구센터)이 개발한 '360도 트레드밀'이 메타버스에서 걷기·뛰기를 구현하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보통 헬스장에서 볼 수 있는 러닝머신 같은 일반적인 트레드밀은 1차원(단방향)으로만 보행 운동을 지원한다. 윤정원 교수팀의 360도 트레드밀(Omni-directional treadmill)은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자유롭게 보행할 수 있도록 한다.
즉 이용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걷고 뛰는 행동을 하면 실제 현실에서는 제자리에서 움직이는 모습이지만, 메타버스상에서는 앞뒤좌우로 전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GIST 연구팀은 기존 360도 트레드밀의 두께·소음 문제를 전반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연속으로 배치된 특수한 스크류 기어를 2단으로 적층해 고속·고가감속의 무한지면 구현에 성공했다.
기술의 공식 명칭은 '초박형 고속 전 방향 트레드밀 기반 메타버스의 전신 체감형 보행 상호작용 플랫폼 기술'이다. 새로운 기어 전동 방식(연속 배치 스크류 기어)을 통해 2차원 모션을 초박형 공간에서 실현할 수 있는 동력 전달 메커니즘을 적용했다.
윤 교수는 "인간 몸무게(200kg이하)를 4m/s, 5m/s의 모션으로 이동 가능한 동력 전달 기술"이라며 "360도 전 방향 트레드밀 기반 보행 인터페이스를 통해 메타버스에서 공간 감각을 구현한다"고 했다.
이어 "초박형이라 작은 공간을 차지하고 최대한 조용하게 작동한다"며 "가정이나 사무실 등 일반적인 환경에서도 몰입형 메타버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치매 환자에게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들은 밖에서 운동하기가 힘든 상황인데 실내에서도 밖에서 운동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 것이 가능하다. 치매 환자에게 운동은 인지 능력 개선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연구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오는 16일 서울 코엑스A홀 컨퍼런스C에서 열리는 4대 과학기술원 공동 '2024 테크마켓'에서 이 기술을 공개할 예정이다.
그는 "결국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동안 핸드폰과 인터넷이 대표적인 수단이었다"며 "앞으로 메타버스에서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데 있어서 이 기술로 실제감을 주는 상호작용이 이뤄지고 더욱 깊은 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행사는 기존 과기원별 단독 설명회와 달리 과기원 4곳이 한데 모여 준비하는 통합형으로 치뤄지는 데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AI(인공지능) 기반 공공 R&D 기술사업화 유망성 탐색 플랫폼 '아폴로'(Apollo)를 통해 선정된 기술과 궁합이 맞는 기업을 매칭, 기술이전 및 사업화 성공률을 더 높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아폴로는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 무엇인지 진성 수요를 파악하고, 선정된 기술에 관심을 가질만한 수요기업을 예측해 알려준다. 또 해당 기술로 개발한 제품·서비스 관련 시장 규모와 경쟁사 분석 정보도 제공한다.
행사장엔 4대 과기원 공동상담부스가 설치돼 핵심기술 8건에 대한 일대일 현장상담이 이뤄질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바이오,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국가 12대 전략기술과 탄소 중립 관련 기술에 관심있는 기업들에 대한 R&D 사업 자문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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