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국투자공사, 사상 처음 정부 100% 배당…"세수펑크 궁여지책"

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 2024.10.10 10:14

[the300][2024 국정감사]

김영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수원병) /사진=뉴시스(김영진 의원실 제공)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가 지난해 번 돈 전부를 정부에 배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성향 100%로, KIC 설립 이후 처음이다. 이같은 배당이 위법은 아니지만 국부펀드 경영 상황, 일반적 관행 등을 고려하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정치권과 학계에서 제기됐다.

9일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KIC로부터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KIC는 지난해 벌어들인 이익금(당기순이익) 943억8300만원을 100% 정부에 배당했다.

KIC는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정부가 자본금 1조원을 전액 출자해 2005년 설립한 해외투자 전문기관이다. 매년 이익금이 날 경우 △이월손실금 보전 △이익준비금 적립 △국고 납입 등으로 처리한다.

김영진 의원실은 과거 배당과 비교해보면 지난해 KIC의 배당성향이 이례적이라고 지적한다. KIC의 2019년부터 최근 5년 간 배당성향을 보면, 2019년의 경우 이익금 610억890만원 중 배당확정액은 366억5400만원으로 이익금의 60%를 배당한 셈이다.

연도별 배당성향(배당확정액/이익금)을 보면 △2020년 60%(966억5000만원, 579억9000만원) △2021년 70%(1680억2400만원, 1176억1700만원) △2022년 80%(800억8400만원, 640억6700만원)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실은 지난해 100% 배당에 대해 국세 수입 부족 사태를 만회하기 위해 과도한 배당이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6일 발표한 '국세 수입 재추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 국세 수입은 337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전망했던 세입 367조3000억원에 비해 29조6000억원 줄어들 전망이다.


김 의원실은 "배당성향은 최근 2년 80%, 100%으로 올랐다"며 "무엇보다 100% 배당을 준 것은 사상 최초다. 기획재정부가 세수 부족 사태를 메우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공공기관 배당을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경제학 전문가 사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기관은 보통 미래에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 자본 적정성 등을 염두에 두고 이익금을 축적한다"며 "회사원이 월급의 100%를 쓰지 않고 일정 정도 저금하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100% 배당이 위법은 아니지만 정말 드문 일이며 부적절하다"며 "정부의 세수가 풍부한 상황이 아니어서 세수 부족을 만회하기 위해 과도하게 배당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 의원은 "기획재정부가 역대급 세수펑크 상황에서 마른 수건도 쥐어짠다는 심정으로 한국투자공사에게 전례없는 100% 배당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공기관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적립금조차 남겨두지 않은 기획재정부의 무리한 요구가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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