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용 전자센서 된 '실'과 '침'...의료혁신의 '길' 열었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 2024.10.10 07:00

'2024 테크마켓'에 나올 DGIST 신기술 보니

편집자주 |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를 비롯한 4대 과학기술원이 보유한 딥테크를 한자리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사업화 유망기술 공동 설명회가 코엑스에서 열린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오는 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A홀에서 개막하는 '그린비즈니스위크 2024(GBW 2024)'의 특별 부대행사로 '2024 테크마켓'을 개최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카이스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4대 과기원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이 행사는 우수 R&D(연구개발) 성과를 국내 대·중견·중소기업, 벤처·스타트업에 소개·이전해 기존 제품 및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무대에 오를 신기술을 개발한 과기원 교수들에게 직접 핵심 기술력과 산업적 가치를 들어봤다.



'스파이더맨 슈트' 머지않았네…꿰맨 상처 실시간 관리하는 '전자실'


이재홍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교수 섬유형 전자소자 기술

스파이더맨 첨단슈트의 팔목 부위, 첨단 AI 비서 기술이 적용돼 작동하는 모습/사진=마블스튜디오
SF(공상과학)영화 '스파이더맨'에 등장하는 슈트, 입으면 자동으로 사용자 몸에 착 감기듯 맞춰진다. 이런 수축력에서 더 나아가 팔목 부위 옷감에선 화면이 뜨고 AI(인공지능) 비서가 작동된다. 몸에 착 달라붙는 얇은 슈트에서 여러가지 ICT(정보통신기술) 기능이 구현되는 이런 의류 개발을 가능케 한 건 '섬유형 전자소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추진 중인 '뉴럴링크' 프로젝트는 뇌에 미세한 칩을 이식해 사람과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는 기술이다. 이때 칩 속 전극도 섬유형 전자소자를 썼다. 이처럼 섬유형 전자소자는 유연한 특성과 몸의 거부 반응이 기존 필름형태 전자소자보다 낮아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이재홍 교수는 섬유형 전자소자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이재홍 교수는 오는 16일 서울 코엑스A홀 컨퍼런스C에서 열리는 4대 과학기술원 공동 '2024 테크마켓'에서 이 기술을 응용한 '카테터 고정 상태 실시간 모니터링 센싱 시스템'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재홍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교수/사진=DGIST
이 교수는 "최근 애플의 '비전프로', 삼성의 '갤럭시링'처럼 고글, 반지 형태의 새로운 웨어러블(착용형) 기기가 나오고 있는 데 우리가 먼 미래 최종적으로 만날 웨어러블 기기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이 제 연구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1990년부터 '스마트 의류'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다. 초기 형태는 여러가지 전자 부품들을 옷에 덕지덕지 합친 형태였다. 이 교수는 "미래에 스마트 의류가 웨어러블 기기의 한 분야로 자리 잡으려면 심미성을 전혀 잃지 않은 완벽한 일체형 옷이 돼야 했고, 그러려면 의류의 기본 요소인 실·섬유 자체가 전자소자가 돼야 했다"고 말했다.

그가 섬유형 전자소자로 개발한 '스마트장갑'은 로봇과 드론(무인기)을 조정하는 기능을 갖췄다. 로봇팔도 제어한다. 사용자 손의 움직임을 로봇팔의 움직임과 연결, 원격조정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2021년엔 이 기술을 토대로 '의료용 전자봉합사'라는 콘셉트를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 이는 상처 부위 염증 변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섬유용 전자소자는 전자봉합사 이외에도 다양한 헬스케어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데, 이 교수는 의료현장에서 자주 쓰는 카테터에 적용하고 있다. 카테터는 튜브 모양의 의료기구로 체내에 삽입해 체액을 배출·주입하는 데 사용한다. 소변을 배출하는 요도용부터 심혈관용, 정맥용 등 기능도, 모양도 다양하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이재홍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개발한 의료용 생체 전자봉합사/자료=DGIST
카테터는 특정 신체 부위 안으로 넣기가 힘든 반면 쉽게 빠진다는 단점이 있다. 빠질 경우 외부균에 감염된 것으로 간주, 다시 쓸 수 없다. 만약 뇌 조직의 깊은 곳에 출혈이 생겨 이를 빼내기 위해 카테터를 삽입한 경우라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섬유형 전자소자 기술을 응용해 카테터 고정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센싱 시스템을 개발했다. 예컨대 카테터가 당겨져 빠지려 할 때 간호사 휴대폰에 깔린 앱(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알림이 울리도록 디자인한 것이다.

그는 "카테터는 둥근 관 형태여서 일반적인 필름 형태 센서를 적용할 수 없어 섬유형 전자소자 기반의 신축성 스트레인 센서를 개발·적용한 것"이라며 "센서에 특정 기준을 입력, 그 이상으로 당겨져 늘어나게 되면 그 즉시 알림이 울리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개발한 카테터는 애초부터 의료 소모품 제조업체 등에 기술이전을 목표로 하고 만든 것"이라며 "현재 의료현장에서 수요가 많고 안정성도 뛰어난 데다 당장 사업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테크마켓 발표 때 강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로봇의족부터 피부미용까지…용도 다양한 만능 '미세침' 뜬다


이상훈 DGIST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교수 '형상기억폴리머 소재 기반 마이크로니들 제조 기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이상훈 교수/사진=DGIST
"환자 무릎 부위에 미세칩을 이식한 뒤 해당 부위 근육이 얼마나 회복했는지를 알 수 있다." 다소 허무맹랑하게 들리는 이 말이 최근 관련 기술 개발로 현실화되고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이상훈 교수는 오는 16일 서울 코엑스A홀 컨퍼런스C에서 열리는 4대 과학기술원 공동 '2024 테크마켓'에서 '자가복원 되는 형상기억폴리머 기반 마이크로 니들(미세침)' 기술을 소개한다.

이 교수는 최근 로봇의족 '로프트'(RoFT)를 만든 휴고다이나믹스와 서울아산병원, 중앙보훈병원, 한국기계연구원과 함께 로봇의족 소켓 내부 실리콘라이너 안에서 안정적으로 사용 가능한 '표면 근전도 센서'를 지난 4년간 개발해 왔다. 이는 하지 절단 환자의 의도에 맞게 로봇의족을 제어할 수 있는 핵심장치다.

최근 사고에 의한 하지 절단뿐 아니라 당뇨로 인한 하지 절단 환자 수도 늘고 있다. 이런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잃어버린 다리를 대체할 로봇의족이 개발되고 있다. 로봇의족을 사용하려면 무엇보다 환자 의도에 맞게 하지 기능이 안정적으로 구현돼야 한다. 그러려면 환자의 생체신호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비침습적인 표면 근전도 센서를 활용하는 연구가 진행중이나 아직 활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근전도 신호를 읽고 전달하기 위해선 센서가 소켓 내부에 스타킹처럼 신는 실리콘라이너 안에 위치해야 하는 데 실리콘라이너가 땀으로 젖으면 생체신호 계측 시 노이즈가 발생하고, 로봇의족 무게와 움직임에 의해 센서에 손상이 가는 경우가 생겨 장기간 근육 생체신호를 안정적으로 기록할 수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로 형상기억폴리머라는 소재로 만든 마이크로니들을 구상했다. 형상기억폴리머는 물질의 형태를 기억해 그대로 재현하는 독특한 소재를 말한다. 여러 번 써도 일정 수준의 신체 열이 가해지면 원 상태로 돌아간다. 게다가 마이크로니들은 유연해서 보행을 관장하는 다양한 근육 부위에 부착가능하고 부러지지도 않는다. 이런 기능을 갖춘 마이크로니들을 생체신호를 기록하는 전극으로 쓰는 것이다. 그는 "마이크로니들 생체 전극은 생체 조직을 손상시키지 않고 장기간 반복적 사용에도 높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며 "3차원 프린팅 등을 통해 이를 손쉽게 대량으로 제조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형상기억폴리머 마이크로니들은 이뿐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먼저 스포츠 분야에서 이를 통해 근육 피로도를 더 자세하게 측정할 수 있다. 이 교수는 "현재 피부에서 측정하는 근전도는 노이즈가 많다"며 "마이크로니들은 약간 피부를 뚫고 들어가기 때문에 더 많은 정보를 정확하게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말초신경이 손상돼 발생하는 신경학적 장애인 다발성 신경병증을 초기 진단하는 바이오 진단기기 개발에도 응용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다발성 신경병증은 대부분 감각과 운동신경 장애를 초래하는데 갑자기 나타날 수 있고, 장기적·점진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며 "지금은 바늘을 찔러 넣어 신경 신호 전송 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을 쓰고 있는 데 굉장히 아프다"고 했다.

이어 "만약 마이크로니들로 대체하면 고통 없이 지속적으로 근육 움직임을 모니터링할 수 있어 다발성 신경병증을 조기에 판단할 수 있고 치료 효과도 높일 수 있다"며 "현재 관련한 연구과제를 신청해 놓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해당 기술은 화장품 등 뷰티 업계에서도 문의가 쏟아진다. 이 교수는 "마이크로니들을 활용해 화장품의 영양성분 흡수를 돕는 제품들이 이미 시중에 나온 상태로 기술 개발 이후 관련 기업들의 연락을 많이 받았다"며 "현재 기술을 화장품의 유효성분을 피부 속으로 주입하는 플랫폼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는 아직 테스트해보지 않았지만 그 분야로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자가복원 미세침·카테터 센싱, 독창적 신기술로 응용 분야 다양"


DGIST 마이크로니들, 카테터 센싱 신기술…'아폴로'로 분석해보니

아폴로 분석을 형상화한 이미지/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독창적인 신기술로 응용 분야가 다양하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이 혁신기술을 선점하라."

오는 16일 서울 코엑스A홀 컨퍼런스C에선 4대 과학기술원 공동 '2024 테크마켓'이 열린다. 이곳에서 소개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대표 기술 2건에 대한 분석을 마친 아폴로가 내린 총평이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는 이날 행사에서 기술이전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AI(인공지능)·빅데이터 기반 공공 R&D(연구개발)성과 사업화 유망성 탐색 플랫폼 '아폴로'(Apollo)를 통한 사전 분석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의뢰했다.

먼저 이상훈 교수의 '형상기억폴리머 기반 마이크로니들(미세침)'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마이크로니들은 피부를 관통해 약물이 진피 등에 작용하도록 하는 원리로 작동하며, 현재 여러 제약사에서 임상·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눈에 띄는 것은 이 같은 특성을 이용해 미용(화장품) 분야 적용도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재 시판중인 마이크로니들 기반 화장품은 피부 표피를 관통하지 않고 피부를 눌러 화장품의 접촉 면적을 넓히는 역할에만 그치고 있어 이 교수의 기술은 이들 제품과 충분한 차별화를 이뤄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변정은 R&BD분석연구팀장(KISTI 데이터분석본부 선임연구원)은 "최근 여드름 흉터, 피부 재생, 주름 등에 활용이 가능한 패치 형태 화장품 개발이 활발하다"며 "기존 제약회사와 더불어 화장품 제조기업들이 수요기업으로 적극 추천됐다"고 설명했다. 아폴로에 따르면 마이크로니들 시장은 연평균 7.38% 성장, 올해 국내에서만 약 1조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주요 기업으로 에스에이엠티, 엘에스일렉트릭, 화승소재 등이 꼽힌다.

아폴로/자료=KISTI
이재홍 교수의 '카테터 고정 상태 실시간 모니터링 센싱 시스템'의 경우 기계, 전자,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기술사업화 경험이 있고, 해당 기술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도가 높은 기업이 수요기업이 될 것으로 봤다. △메디아나 △피씨엘 △이오플로우 △바디텍메드 △루트로닉 등을 대표적인 수요기업으로 추천했다.

국내 체내 삽입 전자소자 관련 제품 시장규모는 올해 기준 약 790억원 정도로 연간 9% 가량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아폴로는 카테터에 얼마나 변형이나 압력이 가해지고 있는 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이재홍 교수의 제품과 유사한 제품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며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기업은 이 혁신기술을 선점하라고 조언했다.

한편, 해당 아폴로 분석보고서 종합본은 행사 당일 두 교수에게 전달해 기술이전·상용화를 위한 후속 R&D의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토록 할 계획이다.


4대 과학기술원 사업화 유망기술 공동 설명회 '2024 테크마켓' 개최


2024 테크마켓은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오는 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A홀에서 개막하는 '그린비즈니스위크 2024(GBW 2024)'의 특별 부대행사로 마련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카이스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4대 과기원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이번 행사는 우수 R&D(연구개발) 성과를 국내 대·중견·중소기업, 스타트업에 소개·이전해 기존 제품·서비스를 고도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행사는 기존 과기원별 단독 설명회와 달리 과기원 4곳이 한데 모여 준비하는 통합형으로 치뤄지는 데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AI(인공지능) 기반 공공 R&D 기술사업화 유망성 탐색 플랫폼 '아폴로'(Apollo)를 통해 선정된 기술과 궁합이 맞는 기업을 매칭, 기술이전 및 사업화 성공률을 더 높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아폴로는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 무엇인지 진성 수요를 파악하고, 선정된 기술에 관심을 가질만한 수요기업을 예측해 알려준다. 또 해당 기술로 개발한 제품·서비스 관련 시장 규모와 경쟁사 분석 정보도 제공한다.

행사장엔 4대 과기원 공동상담부스가 설치돼 핵심기술 8건에 대한 일대일 현장상담이 이뤄질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바이오,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국가 12대 전략기술과 탄소 중립 관련 기술에 관심있는 기업들에 대한 R&D 사업 자문도 지원한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흑백요리사 남은 음식? 다 폐기처분"…스태프도 손 못 댄 이유
  2. 2 "제대로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안세영, 세계랭킹 2위로 밀렸다
  3. 3 그들이 삼성전자 주식 1억5000만주를 던진 이유
  4. 4 "안세하 폭행 가담한 배우 또 있다"... 동창들 증언 쏟아졌다
  5. 5 "말 짧게 하지마" "의원이란 사람이"…독해진 '육사 선후배' 설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