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군입대 의대생 폭증, 군의관·공보의 급감 불보듯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 2024.10.09 16:01
불 꺼진 인턴 의국 앞으로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사진=(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8개월간 이어진 의정 갈등이 지역·필수 의료에 미치는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점쳐진다. 휴학한 의대생 상당수가 현역 입대를 선택하고 있어 향후 군의관·공중보건의사(공보의) 수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군대나 지역의료의 공백을 더 악화 시킬 가능성이 높단 의미다.

중증·응급 의료의 핵심 자원인 전문의는 필수 과를 중심으로 신규 의사 유입이 감소하면서 빠른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대학병원도 의사가 없어 진료실 문을 닫을지 모른다.


의대생 1000명 군입대 휴학


9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의정 갈등 후 수업을 거부하는 의대생 1000명 이상이 군 입대를 이유로 휴학을 선택했다. 지난달 23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 중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3개를 제외한 37개 의대에서 1059명이 군 입대 사유로 휴학 허가를 받았다. 지난해 군 입대 휴학 의대생(162명)의 6배가 넘는다. 2021~2023년 평균(138.7명)과 비교하면 7.6배 늘었다.

대학별로는 국립대가 358명, 사립대 701명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대학은 69명이 입대를 이유로 휴학했는데, 이 학교는 앞서 3년간 입대 휴학 의대생이 매년 한 자릿수였다.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이탈한 전공의들의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26일 오후 전남 화순군 백아보건지소가 공보의 차출로 인해 진료실이 텅 비어있다. 2024.3.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의대생의 군입대 선택은 의정 갈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중론이다. 의대생은 현역병으로 복무할 수 있지만 레지던트(전공의)는 수련 과정을 시작함과 동시에 의무사관후보생으로 발탁돼 군의관·공보의 복무가 강제된다. 군의관 등은 38개월, 현역병은 18개월로 복무 기간의 차이가 크다 보니 "쉬는 김에 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대생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의대생의 현역 입대가 늘면 그만큼 군의관·공보의 숫자는 준다. 의대생 중 여학생 비율이 늘고 전역 후 의대나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남학생이 나오면서 공보의가 배치되는 지역 보건소와 보건지소가 안 그래도 비어가고 있다. 사직 전공의가 내년 3월부터 순차적으로 입대해 당장은 문제가 없을지언정 4~5년 이내에는 군대와 보건소 등 지역 의료 공백이 지금보다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전문의 평균 연령 50세 넘어


필수 의료를 중심으로 '의사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의료 공백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진료과목별 의사 수 현황'을 보면 지난 7월 기준 전문의 평균 연령은 50.1세로 2014년과 비교해 3.6세 증가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평균연령이 가장 높은 진료과목은 63.4세의 결핵과였고 산부인과 (54.4세), 예방의학과 (53.6세), 비뇨의학과 (53.5세) 순이다. 10년 전보다 평균연령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과는 순서대로 비뇨의학과(6.5세↑), 심장혈관흉부외과 (5.6세↑), 결핵과 (5.3세↑), 산부인과 (4.9세↑)다. 결핵과는 진료과목 자체가 존폐 위기에 놓여 의사 유입이 제한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전문의 평균 연령이 증가하는 것은 은퇴 연령은 늦춰지고, 신규 의사 유입은 적기 때문일 수 있다. 전문의를 따지 않고 일반의로 빠지는 의사가 많은 것도 이유가 된다. 2014년 전체 전문의 12만 927명 중 4만7817명을 차지한 40대 이하 전문의 비율은 올해 34.1%(14만8250 명 중 5만567명)로 5.4%p 줄었다. 결핵과·비뇨의학과·산부인과·심장혈관흉부외과·예방의학과·이비인후과·외과·병리과 등 8개 과목이 같은 기간 40대 이하 전문의 수 자체가 감소했다. 결핵과를 제외하고 비뇨의학과(31.9%↓)가 가장 많이 줄었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곽여성병원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129병상 규모의 이 병원은 지난 2018년 전국 분만 건수 1위에 올랐지만 저출생 등 영향으로 지난달 폐업을 결정했다./사진=(성남=뉴스1) 구윤성 기자

필수의료로 구분되는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중에는 산부인과 지표가 가장 악화했다. 평균연령이 4.9세 증가했고 전체 전문의 수와 40대 이하 전문의 수가 각각 2.4%, 28.1% 줄었다. 필수의료 의사들은 이제 "은퇴한 뒤 대를 이을 의사가 없다"고 걱정한다. 전문의 수련을 받던 전공의의 90%가 의정 갈등 후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났는데, 만약 다수가 복귀를 포기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 심장·폐를 다루는 심장혈관흉부외과는 전국에 남은 전공의가 단 12명에 불과하다.

서영석 의원은 "고령층의 증가로 장래에 의료수요 증가는 명약관화한 만큼 필수 의료를 포함해 진료과목별로 충분한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공공의료 확대 등 자원의 효율적 배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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