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간 이어진 의정 갈등이 지역·필수 의료에 미치는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점쳐진다. 휴학한 의대생 상당수가 현역 입대를 선택하고 있어 향후 군의관·공중보건의사(공보의) 수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군대나 지역의료의 공백을 더 악화 시킬 가능성이 높단 의미다.
중증·응급 의료의 핵심 자원인 전문의는 필수 과를 중심으로 신규 의사 유입이 감소하면서 빠른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대학병원도 의사가 없어 진료실 문을 닫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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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1000명 군입대 휴학━
대학별로는 국립대가 358명, 사립대 701명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대학은 69명이 입대를 이유로 휴학했는데, 이 학교는 앞서 3년간 입대 휴학 의대생이 매년 한 자릿수였다.
의대생의 군입대 선택은 의정 갈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중론이다. 의대생은 현역병으로 복무할 수 있지만 레지던트(전공의)는 수련 과정을 시작함과 동시에 의무사관후보생으로 발탁돼 군의관·공보의 복무가 강제된다. 군의관 등은 38개월, 현역병은 18개월로 복무 기간의 차이가 크다 보니 "쉬는 김에 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대생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의대생의 현역 입대가 늘면 그만큼 군의관·공보의 숫자는 준다. 의대생 중 여학생 비율이 늘고 전역 후 의대나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남학생이 나오면서 공보의가 배치되는 지역 보건소와 보건지소가 안 그래도 비어가고 있다. 사직 전공의가 내년 3월부터 순차적으로 입대해 당장은 문제가 없을지언정 4~5년 이내에는 군대와 보건소 등 지역 의료 공백이 지금보다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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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평균 연령 50세 넘어━
평균연령이 가장 높은 진료과목은 63.4세의 결핵과였고 산부인과 (54.4세), 예방의학과 (53.6세), 비뇨의학과 (53.5세) 순이다. 10년 전보다 평균연령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과는 순서대로 비뇨의학과(6.5세↑), 심장혈관흉부외과 (5.6세↑), 결핵과 (5.3세↑), 산부인과 (4.9세↑)다. 결핵과는 진료과목 자체가 존폐 위기에 놓여 의사 유입이 제한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전문의 평균 연령이 증가하는 것은 은퇴 연령은 늦춰지고, 신규 의사 유입은 적기 때문일 수 있다. 전문의를 따지 않고 일반의로 빠지는 의사가 많은 것도 이유가 된다. 2014년 전체 전문의 12만 927명 중 4만7817명을 차지한 40대 이하 전문의 비율은 올해 34.1%(14만8250 명 중 5만567명)로 5.4%p 줄었다. 결핵과·비뇨의학과·산부인과·심장혈관흉부외과·예방의학과·이비인후과·외과·병리과 등 8개 과목이 같은 기간 40대 이하 전문의 수 자체가 감소했다. 결핵과를 제외하고 비뇨의학과(31.9%↓)가 가장 많이 줄었다.
필수의료로 구분되는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중에는 산부인과 지표가 가장 악화했다. 평균연령이 4.9세 증가했고 전체 전문의 수와 40대 이하 전문의 수가 각각 2.4%, 28.1% 줄었다. 필수의료 의사들은 이제 "은퇴한 뒤 대를 이을 의사가 없다"고 걱정한다. 전문의 수련을 받던 전공의의 90%가 의정 갈등 후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났는데, 만약 다수가 복귀를 포기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 심장·폐를 다루는 심장혈관흉부외과는 전국에 남은 전공의가 단 12명에 불과하다.
서영석 의원은 "고령층의 증가로 장래에 의료수요 증가는 명약관화한 만큼 필수 의료를 포함해 진료과목별로 충분한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공공의료 확대 등 자원의 효율적 배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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