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조사 착수하자 MBK "가격인상 없다"…공은 최윤범으로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24.10.09 16:01
금감원 입장 변화와 고려아연 공개매수가격 추이/그래픽=임종철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고려아연, 영풍정밀의 공개매수가격을 추가로 인상하지 않겠다고 전격 발표한 건, 금융당국이 시장 교란을 막기위해 고려아연 사태에 개입하겠다고 선언한 시점과 맞물린다.

지난 8일 금감원이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대해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에 나서자 MBK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상황 파악에 집중했다. 지난 달 29일 '양측의 지나친 경쟁을 예의주시한다'는 금감원의 경고와는 차원이 다른 당국발 변수였기 때문이다. 이번에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를 선언한 금감원은 공개매수 과정뿐 아니라 이후 발생하는 이슈에 대해서도 자본시장법 등 법규 위반 여부를 들여다본다.

재계와 금융권에선 금융당국의 개입에 대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보다 MBK가 민감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고려아연 공개매수 이후로도 한국 시장에서 사업을 이어가야 하는 '토종 사모펀드'인 MBK가 금융당국의 방침과 충돌하는 그림이 상대적으로 더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영풍정밀 공개매수가격을 더이상 올리지 않겠다는 MBK의 발표는 이 같은 상황에서 나왔다.

이번 발표로 한 달째 진행중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MBK측이 일단 한 발 물러선 형국이 됐다.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의 공개매수가격이 각각 83만원, 3만원으로 동일한 '치킨게임'이 펼쳐진 가운데 양측 모두 필승의 카드는 가격 인상이기 때문이다. 보기에 따라선 MBK가 퇴로 확보에 나선 것일 수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MBK측 공세의 예봉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게 중론이다. MBK는 입장문에서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재판에서 반드시 승소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BK는 지난 2일 고려아연이 주총을 거치지 않고 이사회 결의로만 자사주 공개매수를 강행한 것은 상법에 위배된다며 서울중앙지법에 관련 절차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중단될 수 있다. 이 같은 사법 리스크를 부각시키며 '현재의 공개매수 가격에서 더 올리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가 훼손된다'는 명분을 강조해 주주들이 MBK측 공개매수에 응하도록 유도하는 게 MBK측의 전략으로 보인다.


고려아연도 견제구를 던졌다. 고려아연은 MBK의 입장문에 대해 "이미 법원이 허용한 적법한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10월 14일 이후 만료된다는 점과 지난 가처분 신청의 재탕에 지나지 않는 2차 가처분 신청 또한 10월 14일 이후에 이뤄진다는 사정을 악용해 당사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저지될 수 있으니 MBK의 공개매수에 응하라는 메시지"라며 "이것은 또 다른 시세조종 등 시장질서 교란행위"라고 맞받았다.

관건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어떤 카드를 꺼내느냐다. 일단 고려아연은 내부적으로 MBK측 가처분 신청 인용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MBK·영풍이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4일까지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취득할 수 없도록 해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신청한 가처분이 기각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비슷한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한 재판부가 반대의 결정을 내릴 여지는 크지 않다는 것.

가격 상향 여부에 관해서는 최윤범 회장측의 셈법이 복잡할 수 있다. 고려아연 공개매수가격은 83만원으로 양측이 같지만 현 시점에서 MBK·영풍의 공개매수는 오는 14일 종료된다. 고려아연측 자사주 공개매수(종료일 23일)보다 빨리 마무리 되기 때문에 주주 입장에선 같은 가격이라면 먼저 사준다는 MBK·영풍측 공개매수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 최 회장측으로선 가격을 83만원 이상으로 올릴만한 근거다. 공개매수가격이 3만원으로 같은 영풍정밀도 마찬가지다. MBK·영풍의 매수 예정 물량이 최 회장측 보다 많아 최 회장으로선 가격 추가 인상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공개매수 가격을 어느 선까지 올려야 할지 수싸움을 해야 한다. 지금까진 자금 동원력이 관건이었지만, 이젠 금융당국이 '시장 교란'을 경고하며 개입에 나선만큼 공개매수가격 전략 설정이 더 까다로워질 수 밖에 없어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정감사가 진행된 가운데 고려아연이 담당한 비철금속산업 유관 부처의 시각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은 국가 기간산업이고, 고려아연이 가진 제련 기술은 매우 중요한 기술이라 산업부 입장에서는 상당히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향후 국가핵심기술 지정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제대로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안세영, 세계랭킹 2위로 밀렸다
  2. 2 "흑백요리사 남은 음식? 다 폐기처분"…스태프도 손 못 댄 이유
  3. 3 "치킨값 벌려다 무슨 일"…코스닥 개미들 단체 '멘붕'
  4. 4 "말 짧게 하지마" "의원이란 사람이"…독해진 '육사 선후배' 설전
  5. 5 그들이 삼성전자 주식 1억5000만주를 던진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