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부족해도 '연결' 통해 시장 빨리 진출" 일본의 바이오 새 트렌드

머니투데이 요코하마(일본)=요코하마(일본)=정심교 기자 , 정심교 기자 | 2024.10.09 18:00

[인터뷰] 도시오 후지모토 쇼난아이파크 대표

아시아에서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손꼽히는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 바이오 시장의 최신 트렌드는 '연결'이다. 신약 후보 가능성이 큰 물질을 연구·개발하기에 가장 적합한 바이오 스타트업(벤처기업)을 연결하고, 바이오 스타트업을 대기업에 연결해 판로를 확장하는 식이다. 바로 바이오 클러스터가 이런 연결의 장(場)으로 활용되는데, 일본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인 '쇼난 헬스 이노베이션 파크'(이하, 쇼난아이파크)도 '연결'에 주목한다. 충북 첨단재생바이오 글로벌혁신특구에서 선정된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 8개사도 지난달 이곳에 입주했다. 9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개막한 바이오 박람회 '바이오 재팬(Bio Japan) 2024' 행사장에서 도시오 후지모토(Toshio Fujimoto) 쇼난아이파크 대표를 만나 일본 바이오산업의 현황과 청사진을 들었다.
도시오 후지모토(Toshio Fujimoto) 쇼난아이파크 대표. /사진=정심교 기자


Q. 쇼난아이파크는 어떤 곳인가.


"2018년 4월 일본 글로벌 제약기업인 다케다제약이 여러 크고 작은 제약사가 한데 모여 연구하고 일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연구소를 개방하면서 설립한 클러스터다. 지난 6년간 쇼난아이파크를 꾸준히 확장했고, 현재는 22만 평(72만7273㎡) 부지에 타워형 건물 5개동을 구축했다. 일본에서 나리다공항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쇼난아이파크엔 128개사가 입주했고, 그중 40%는 바이오 스타트업이다. 이전엔 대부분이 일본기업이었는데, 최근엔 한국을 비롯한 해외 기업이 점차 입주하는 추세다. 지난해엔 한국 중소기업벤처부와 제휴했고, 그 결과물로 올해 한국 스타트업 8개사가 이곳에 입주했다."


Q. 한국 입주사 선정 기준은.


"해당 기업이 보유한 기술이 우수한지, 재생의료와 세포치료에 주력하는지, 일본 내 글로벌 기업과 제휴하고 싶어 하는지, 일본 주요 병원과 제휴해 임상 연구할 준비가 됐는지 등을 입주사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 쇼난아이파크에 입주한 한국의 바이오 스타트업은 크게 두 가지를 원한다. 첫째는 일본에 있는 글로벌 제약사와 제휴하는 것, 둘째는 규제로부터 자유롭게 연구 개발해 세계에 진출하고 싶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세포치료, 재생의료 영역에서 엄격한 규제로 인해 신약 개발 단계에서 어려움에 부딪히는 경우가 적잖다고 알고 있다. 과거엔 한국 스타트업이 한국에서 제약·바이오 제품을 허가받고 미국에 진출하려는 경향이 강했다면 최근엔 일본에서 먼저 허가받고, 세계에 진출하려는 추세로 보인다. 한일 관계가 개선되고, 일본의 규제 문턱이 낮아진 게 주효했을 것으로 본다."

9일 일본 요코하마 바이오재팬 행사장에서 만난 도시오 후지모토 대표가 쇼난아이파크 규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Q. 재생의료 관련 규제가 특히 완화됐다는데.


"2012년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iPS세포연구소장이 유도만능줄기(iPS)세포를 만든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일본은 재생의료 활성화를 위해 '허가'의 문턱을 낮췄다. 재생의료를 통해 환자 치료에 도움 될 것으로 예상되면 최대한 빨리 승인(가속 승인)해주고, 임상데이터가 부족해도 승인해 시판 후 쌓인 임상데이터를 제시하면 정식 승인하는 식이다. 허가 시스템을 바꾸면서 환자에게 세포재생 치료제가 더 빨리 도달하게 됐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개발하는 약이 더 빠르게 출시된다면 리스크(위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의 바이오 스타트업 중에도 일본의 이런 새로운 허가 시스템을 활용해 세계에 진출하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Q. 쇼난아이파크가 주력하는 '연결'은 어떤 의미인가.


"다들 알다시피 바이오 스타트업은 자금이 많지 않다. 비용이 많이 드는 랩(연구실)을 만드는 것부터 관건이다. 쇼난아이파크는 입주사에 랩과 투자자, 기업을 연결하는 장으로 변신하고 있다. 입주사들은 공용 랩을 빌려 제품을 개발하므로 랩을 만드는 데 투입되는 자금을 아낄 수 있다. 또 클러스터 안에서 강연과 취미클럽을 운영하며 입주사 대표 간 교류를 활발히 하려 한다. 실제로 입주사끼리 업무 협력하는 사례가 늘었고, 이는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쇼난아이파크 안에서 기업 간 진행된 제휴 건수만 2100건에 달했다. 지난해 2개사가 상장했고, 2개사가 대기업에 인수합병(M&A)된 바 있다. 쇼난아이파크는 최근 '항체 분야'를 매력적인 시장으로 본다. 쇼난아이파크의 회원사인 한국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항체 기술력은 세계적인 강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연결을 통해 일본 바이오 스타트업의 영업망을 확대하려 한다. 이를 통해 일본과 한국의 신약 개발이 지금보다 원활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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