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설특검 꺼낸 野, 거부권 정국에 막히자 '쪼개기 압박'나섰다

머니투데이 차현아 기자, 이승주 기자 | 2024.10.09 15:43

[the300]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운데)와 박주민(오른쪽)·김승원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상설특검 특별검사수사요구안을 제출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0.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특별검사법)' 재추진에 이어 김 여사 관련 의혹 규명을 위한 상설특검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김 여사 관련 의혹을 한 데 모아 개별 특검 추진을 통해 수사하려던 당초 계획이 거부권에 가로막히자 상설특검으로 거부권 행사를 피하면서도 일부 의혹 먼저 '쪼개기 수사'를 시작해 여론전을 펼쳐 정부의 특검법 수용까지 끌어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8일 △'세관 마약 수사외압 의혹'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22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를 수사대상으로 하는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을 제출했다. 민주당은 수사요구안과 함께 상설특검 후보자를 추천하는 위원회에 여당의 후보 추천권을 제외하는 내용의 국회 규칙 개정안 역시 추진한다.

현행 상설특검법(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회 본회의에서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이 처리되면 즉시 특검 구성 절차가 시작된다. 수사요구안과 국회 규칙 개정안 모두 본회의 처리 후 시행 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는 절차를 밟지 않으므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대통령은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한 이후 3일 내에 특검을 임명해야 한다.

올해 7월에도 민주당 일부에서는 상설특검 추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결국 여러 의혹을 한 번에 수사할 개별 특검 추진으로 방향을 잡았다. 상설특검은 개별 특검법에 따른 특검보다 특검 규모(35명)와 활동 기간(준비기간 20일, 수사기간 90일) 모두 짧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앞서 민주당이 발의했던 김여사 특검법의 경우 수사인력은 최대 60명 규모이며 수사기간은 150일이었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여러 논란과 의혹을 부각하고 현 정부 출범 이후 24차례 반복된 대통령 재의여구권(거부권) 행사에 부담을 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김 여사 의혹에 대한 특검 추진이 번번이 거부권과 국회 재표결 후 폐기로 가로막히면서 민주당 내에서도 개별 특검의 보완재로 상설특검을 다시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별도의 입법이 필요한 특검을 통해 한번에 모든 의혹을 털어내기 보다는 2014년 근거법을 제정해 놓은 상설특검으로 바로 접근할 수 있는 의혹부터 차곡차곡 규명하겠다는 의도다. 특검추천위원 구성에서 여당을 배제하는 것을 골자로한 국회 규칙 개정도 병행해 여권의 영향력 차단에 나선다.


상설특검과 후보 추천 관련 규칙 개정을 민주당이 과반 이상 의석수로 강행할 경우 국민의힘도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하거나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하는 방법으로 저지하고 나설 수도 있다. 헌법소원 등 절차 진행을 이유로 윤 대통령 역시 특검 후보 추천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본인과 본인 가족이 연루된 사안을 거부하는 것으로 명백한 이해 충돌이자 (추천된 후보를 임명해야 한다는 상설특검법을) 위반한 결과가 된다"며 "탄핵 사유가 또 쌓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주 중요한, 김건희 특검법에 담겨있던 내용은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에 담겨있지 않다"며 "수사인력 규모가 작아도 가능한 의혹부터 일단 시작한 것이며 결국 개별 특검법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10.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민주당은 현재 진행 중인 국정감사 이후인 다음달초 상설특검법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김건희 가족 비리 및 국정농단 규명 심판본부(김건희 심판본부)'를 구성하고 교육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등 국감을 김 여사 의혹 규명을 위한 국감으로 만들며 특검 추진에 군불을 떼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끝장 국감과 '쌍끌이 특검'으로 구린내가 진동하는 김건희 게이트의 진실을 숨김없이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5선 중진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9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상설특검 추진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며 "자기 가족 문제에 대해서 본인이 거부권 행사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안 맞지만 계속 반복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민주당에서는 상설특검법에 의한 특검을 임명해 특검법에서 빠진 사안들을 조사해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여당은 다음달 예정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에 앞선 '방탄 특검'이라고 비판한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거대야당의 상설특검 추진은 그 목적이 진실규명에 있다기보다는 '민주당의 검찰'을 만들어 '이재명 방탄'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미"라며 "민주당이 국민 앞에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당 대표 지키기'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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