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 "제가 알던 페미니즘은 평등·평화" [인터뷰]

머니투데이 이경호 기자 ize 기자 | 2024.10.09 09:46
배우 수현./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한국 사회에서 이혼, 여성이라고 해서 알게 모르게 편견으로 인한 리스크가 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개척해 가는 배우가 있다. 수현이다. 그래서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다.



수현은 오는 16일 극장 개봉을 앞둔 영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에 출연했다.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다.


수현은 '보통의 가족'에서 변호사 재완(설경구)의 젊은 아내 지수 역을 맡았다. 지수는 어린 아기를 키우지만 자기 관리에 철저하며, 신념, 본능에서 흔들리는 재완, 재규(장동건), 연경(김희애) 사이에서 가장 객관적인 시선으로 가족들을 바라본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자신의 역할, 지수 캐릭터를 보통이지만 보통이 아니게 그려낸다. 수현의 연기 필모그래피에서 처음 보는 모습이다.


'보통의 가족'을 통해 첫 한국 영화에 출격하게 된 수현이다. 그는 그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다크타워: 희망의 탑'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등 할리우드 영화로 관객들과 만남을 이어왔다. 이에 '첫 한국 영화'로 관객들 앞에 서는 수현을 향한 기대, 궁금증이 높다. 아이즈(IZE)가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수현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배우 수현./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극장 개봉에 앞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보통의 가족'이 상영됐다. 부산에서 관객들과 함께 했던 소감은 어떤가.


▶ 부산에서 토크(오픈 토크, GV 등) 많이 했다. 비가 오는데도 (무대) 밖에서 비를 맞으면서 듣는 분들이 많았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는구나' 체감했다.


-'보통의 가족'으로 한국 영화 첫 데뷔작이다. 이 작품을 결정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 우선 감독님한테 이야기를 들었을 때, 허진호 감독님인 게 무척 신기했다. 제가 주변 친구들한테도 버킷리스트(허진호 감독 작품 출연)가 있다고 했다. 허진호 감독님 작품에 출연한 여배우들이 임팩트가 있다. 여배우들에게 그런 로망이 있는데, 저도 그랬다. 그리고 설경구 선배님이 제가 궁금하다고 하셔서 그 점도 저는 매우 좋았다. 또 캐릭터 자체를 봤을 때, 저와 멀리 떨어져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일상적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떻게 보면, 원작이라고 하면 그렇지만 다른 작품(이탈리아, 미국 리메이크)에서도 지수가 가장 많은 게 공개되지 않은 인물이었다. 어떻게 다르게 그려질까 궁금증이 많이 들었다.


-버킷리스트라고 손꼽았던 허진호 감독과 함께 한 소감은 어땠는가.


▶ 저랑 잘 맞는 것 같다. 감독님과 비행기에 탈 때 항상 옆자리였다. 부산에 가는 차에서도 옆자리였다. '짝궁인가봐' 했다. 감독님은 항상 친근하게 이야기해주시고, 고민 상담을 해주셨다. 이야기를 나눠주시니까 정말 좋았다.


-허진호 감독이 지수를 표현하는 부분에서 강조했던 게 있는가.


▶ (감독님은) 화이트라고 강조했다. 색깔로 따졌을 때 화이트라고 했다. 중립적이면서 가장 때묻지 않고 순수한 것도 있다고 했다. 아직까지 자기의 강한 주장이 물들어 있지 않은 인물이어서, 어떤 때는 빈틈도 많아 보이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영화 '보통의 가족'에 출연한 수현./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지수 캐릭터를 연기함에 있어 고민했던 지점이 있었는가.


▶ 애매하죠. 연기로 봤을 대는 뭔가 지수도 이 언니(연경)한테 '저기요'가 아니라, 더 세게 표현한다거나 남편한테 어필하거나, 혼자 힘들어 하는 거를 표현하면 연기적으로 쉽게 표현할 수 있었을 텐데 화이트가 애매했다. 그 애매함이 캐릭터를 보는데 있어서 답답함을 담아주지 않나 싶다. 어떻게 보면, 무감각한 어린 세대, 콤플렉스가 뭉친 거 같은 윗세대 중간에 끼어있는 거 같았다.


영화 '보통의 가족'./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극 중 첫 디너 장면을 두고, 앞서 끼어들기 쉽지 않다고 했다. 팽팽한 긴장감이 돌때, 툭 나오는 지수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는가. 또 김희애와 신경전 펼쳤던 화장실 신 비하인드도 궁금하다.


▶ 너무 대선배님들이라 어떻게 하실까, 에너지가 팽팽할 텐데 싶었다. 대본리딩에서 네 명(설경구, 김희애, 장동건, 수현)이 할 때는 '선배님들이 이렇게 하나'하는 재미가 있었다. (촬영) 현장에서는 지수는 제가 잘 해야 하고, 잘 아는 인물이어야 했다. 대사가 너무 짧고, 이상한 타이밍에서 '저, 근데요'라고 정적을 깨는 게 어려웠다. 지수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까, 큰 숙제였다. 생각도 많이 했고, 어떻게 하면 감정을 덜 표현하고, 덜 판단하면서 할까 생각했다. 현장에서는 감독님하고 계속 이야기했다. (지수가) 연경을 의식하지만 대드는 거는 아니었다.



또 화장실 신은 대본과 약간 다르게 됐다. 되게 좁은 공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찍은 신 같다.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찍기도 했다. 어깨를 치는 장면에서 팽팽함이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그런 표정이나 리액션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줬던 이미지가 아니었다. 제가 했을 법한 솔직한 표현을 하지 않았나 싶다. 재미있었다.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등 선배들과 호흡은 어땠는가.


▶ 일단 '선배들도 칼을 갈고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 집중력의 싸움, 배우들끼리도 기싸움이 있었다. 열심히 준비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타일은 다 다른 편이다. 설경구 선배는 항상 빠르게 달려나가서 모니터를 확인한다. 장동건 선배는 조용히 가서 감독님과 얘기하는 스타일, 김희애 선배는 현장을 안 떠나고 스스로 감정을 유지하는 스타일이다. 제가 배운 거라면, '나는 어떻게 더 다르게 할 수 있지?'라는 거를 현장에서 계속 유연하게 생각하는 거였다. 저한테는 공부였다. 어떻게 하면 저 집중해서 안 밀리게 할까 생각했다.


-선배들과 연기하면서 배운 점, 혹은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낀 점이 있는가.


▶ 선배들의 연륜은 제가 따라갈 방법이 없다. 선배님들 마인드가 진짜 겸손하고 사고가 되게 열려 있다. 김희애 선배를 보면서 '어떻게 롱런을 하지?' '체력적으로 계속 하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화도 나눴다. 제가 선배를 봤을 때, 하다못해 패션도 다 소화한다. 그게 젊은 마인드인 것 같다.


-배우 수현은 촬영장에서 어떤 스타일인가.


▶ 저는 재미있어 하는 스타일이다. 많이 웃는 편이다. 현장에서 재미있게 모니터하고, 감독님한테 '다시 해볼게요' 한다. 감독님한테 의지하는 편이다. 여기('보통의 가족') 현장은 선배들과 잘 맞고 선배들이 저에 대해서 '이렇게 해으면 좋겠다'라고 안 했다. 서로 믿어주고 존중해주는 현장이었다. 현장에서 존중이 아닌 의견이 다를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감독님이 바꾸라고 하지 않으면, 저도 저 나름의 소신을 갖고 맞으면 그대로 하는 편이다.


배우 수현./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보통의 가족'으로 수현은 어떤 평가를 받고 싶은가. 첫 한국 영화 출연작으로 배우 인생에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 저는 "몰랐어"라는게 좋게 들리는 것도 있다. ('경성크리처' 때 맡았던) 마에다를 보면서 '한국 사람인지 몰랐어'라고 하더라. 그거를 두고 '나 그래도 꽤 오래 했는데, 나를 일본 사람으로 봤다는 거네'라는 생각이었다. 그게 좋았다. 부산에서 (관객들이) 이렇게 한국 영화('보통의 가족')로, 한국 사람의 모습으로 보는 게 되게 신선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좋았다. 어떤 배우를 떠올렸을 때, 이런 거 잘 하는 배우도 있지만 새로운 역할을 했을 때 그거에 잘 녹아들어서 스며들어 있다는 느낌이 좋은 것 같다.


-최근 개인사가 이슈였다. 이혼을 두고 여배우라서 리스크가 작용할 수도 있는데, 이런 부분에 개인적 아쉬움은 없는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 '여자라서' 그런 거는 없는 것 같다. 여자 남자를 떠나서, 여자와 남자를 구분 짓는다면 안 맞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있는 일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모르는 일이다. 저는 지금 영화 홍보하러 나왔다. 앞서 '경성크리처2'도 나왔다. 이런 것들이 많은 사람이 행복하게 작업하고 기대하고 만든 거여서 이 과정이 뭔가 제 개인의 한 부분 때문에 영향을 받거나, 안 좋게 보여지고 그런 거는 없는 거 같다. 행복한 마음으로 집중해서 잘 하고 있다.


배우 수현./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혹시 작품을 통해 '내가 그리고 싶은 여성 캐릭터'가 있는가.


▶ 제가 느끼기에는 한국 영화에 나오는 여성은 남성에게 가리워진 게 있었다. 또 야하게 나와서 도구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더 옛날에는 그렇게 해야 예술적이라고 생각했던 시대가 있던 것 같다. 요즘에는 여성의 목소리를 내는 캐릭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찾아서 하고 싶다.


해외에서도 많은 여배우가 그렇게 하고 있다. 많은 이야기를 하며 바뀌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페미니스트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제가 어릴때 알던 페미니즘은 '평등, 평화로운 것'이라고 배웠다. 제가 현재 일하면서도 늘 이 시스템 안에서 여성 차별적인 것이든, 약간 나의 편견에 속한 게 많은데, 크고 작게 연기를 통해서든, 실제 일하는 현장에서든 '왜요?'라고 질문 던지려 스스로 노력한다.


-그동안 작품 속 캐릭터를 보면, 쉽지 않은 역할이 많았다. 앞으로는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 저는 쉬운 것도 좋다. 이번 한국 영화를 계기로 더 한국적인 영화가 하고 싶다. 또 제 색깔을 벗어던질 만한 날 것도 하고 싶다. 삭발하라고 하면 할 거다. 뭔가 강하게 바꿀 수 있다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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