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건강보험, 작년보다 2.5조 더 썼다…"의료대란 영향 미미, 앞으로가 걱정"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 2024.10.08 15:55

올해 1~7월 건보 지출 54.4조,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

건강보험 월별 지출현황/그래픽=김지영
올해 1~7월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전년 동기보다 2조5000억원가량 더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증가율로 보면 전년보다 건강보험 지출이 4.8% 증가한 것으로 2023년 증가율 6.8% 대비 낮은 수준이다. 코로나19로 의료 이용이 줄면서 지출 증가율이 둔화됐던 2020년보다도 낮다. 지난 2월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의료대란이 발생한 뒤 의료이용이 줄어든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정부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올 하반기부터 중증수술 등 저보상 진료의 수가(의료행위 가격)를 대폭 올릴 예정이라 건강보험 재정 수지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건강보험 지출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7월말 현금흐름 기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건강보험 지출은 총 54조4292억원으로 전년 동기 51조9451억원 대비 2조4841억원(4.8%) 증가했다.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발생한 지난 2월부터 7월까지로만 보면 올해 건강보험 지출은 46조3011억원으로 전년 동기 44조2660억원 대비 2조351억원(4.6%) 증가했다.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 이전인 올해 1월 건강보험 지출은 8조1281억원으로 전년 동기 7조6791억원 대비 4490억원(5.8%) 늘었다.

의료대란으로 경영이 악화된 병원들을 위해 내년에 지급해야 할 금액을 미리 올해 지급하는 건강보험 선지급금이 올해 6월부터 지급됐는데 이를 제외하면 건강보험 총 지출 규모는 더 줄어든다. 6월 3684만6400만원, 7월 3974만9700만원이 선지급된 것을 제외하면 올해 1~7월 건강보험 지출은 약 53조663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조7182(3.3%) 늘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올해 기타사업비 등을 제외한 보험급여비 지출 증가율은 4.6%로 예년 대비 낮다. 연도별로 보험급여비 지출 증가율은 △2017년 5.7% △2018년 7.3% △2019년 9.5% △2020년 6.4% △2021년 10.8% △2022년 10.6% △2023년 6.5%였다. 코로나19로 의료 이용이 낮았던 2020년보다도 보험급여비 증가율이 낮다. 물가 인상, 노인 인구 증가, 보장성 강화 등으로 매년 건강보험 지출은 증가하는데 올해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을 찾은 내원객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뉴스1
코로나19 이후 높아진 마스크 착용률, 의료대란으로 인한 경증 환자의 의료 이용 감소 등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의료대란 이후 비상진료체제 유지를 위해 응급의료 진찰료 수가를 올리는 등의 형태로 건강보험 재정을 가져다 썼지만 의료이용 감소로 재정 지출 증가가 일부 상쇄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앞으로가 문제다. 정부가 의료수가 불균형을 맞추기 위해 올 하반기부터 저보상된 중증수술, 마취료 등의 수가를 50%가량 인상하기로 했는데 이게 반영되면 건강보험 재출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어서다. 보건복지부는 올 하반기부터 중증수술 800여개와 마취 수가를 대폭 인상하고 2027년까지 누적 3000여개의 저보상 수가를 인상할 계획이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는 "전공의들이 나가면서 큰 병원 수입이 줄었는데 그러면서 건강보험 지출이 크게 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앞으로 정부가 의료개혁을 위해 중증수술 등의 수가를 올리면 내년부터는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수가를 올리는 것은 계속해서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험료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가를 올리더라도 필요한 곳만 올리고 그렇지 않은 분야는 인상하지 않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며 "특히 환산지수 인상으로 매년 (행위별) 의료수가를 똑같이 올리는 방식을 없애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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