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의 키워드는 간접투자

머니투데이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 | 2024.10.10 05:30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

내년이면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다. 하지만 상용 근로자의 절반은 아직 제도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있고 가입 근로자 대부분은 자신이 확정급여형(DB)인지 확정기여형(DC)인지조차 헷갈린다.

월급이 오르는 만큼 같이 증가하는 확정급여형이라면 그나마 낫지만, 확정기여형을 택하고 운용을 방치했다면 곤란할 수 있다. 20년 후 내가 받을 연금이 같이 입사한 동기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충격받을 수 있어서다. 연금 자산은 보관이 아니라 '투자'여야 한다. 확정기여형이라면 더욱 그렇다.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가입 근로자의 82%는 여전히 예금에 기반을 두고 있고 그것도 이자가 많지 않은 1년 만기 예금에 편중됐다.

사실 개인이 투자를 잘해서 자기 힘으로 연금을 불리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연금 자산 운용은 직접투자보단 '간접투자'가 기본이다. 연금 상품의 대부분이 펀드로 제시되는 이유기도 하다. 예컨대 충분한 정보가 없고 전문가의 도움도 전혀 받지 못한 상태에서 어떤 펀드에 얼마나 퇴직연금을 나눠 넣을지 결정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연금 자산의 운용에서 가장 중요하고, 동시에 가장 어려운 의사결정에 외부 전문가의 도움은 필수적이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 알맞은 펀드를 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유형에 얼마나 배분하느냐는 특히 중요하다. 흔히 말하는 자산 배분의 어려움이다. 이를 고려해서 설계된 연금 상품이 '자산 배분형 재간접펀드'다. 위험률이 유지되도록 전문가들이 여러 유형의 펀드를 편입하고 그 비중을 조정하는 '밸런스드 펀드(BF)'가 대표적이다.


나이가 들수록 리스크가 줄어들도록 설계된 '타깃 데이트 펀드(TDF)' 역시 연금 자산 운용에 적합한 자산 배분형 펀드다. 최근 증권가에서 출범한 '디딤 펀드'도 금융투자협회가 국내 연금시장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밸런스드 펀드를 제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디폴트 옵션에 적격한 상품으로 타깃 데이트 펀드와 함께 양대 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연금 자산의 간접투자에 다르게 접근하는 방식도 있다. 바로 자금의 집합(pooling) 운용이다. 개개인의 확정기여형 적립금을 기금의 형태로 모아 외부 전문가가 운용하는 '집합 확정기여형(CDC)' 퇴직연금이 대표적이다. 이런 방식의 퇴직연금 집합 운용이 가능하려면 기금형 지배구조가 필요한데,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 '푸른 씨앗'이 집합 확정기여형을 위한 최초의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라 할 수 있다.

다만 최근 국민연금공단에서 기금형 지배구조로 도입하려는 퇴직연금 기금은 논란이다. 다층 연금 체계에서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의 중첩은 그 자체로 제도 위험을 증가시킨다. 수익률 제고를 위한 핵심은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자금의 집합이지, 국민연금이라는 자금 운용 주체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퇴직연금 기금으로 평가되는 호주의 '슈퍼에뉴에이션'을 살펴보면 다양한 유형의 기금에 다양한 운용 주체가 참여한다. 적극적으로 간접 투자를 유치하는 경쟁 구도가 퇴직연금 투자 수익률의 성공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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