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기대수명 한계 왔다"…한국 등 10개국 연구결과 나와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 2024.10.08 17:02

미국 일리노이대 스튜어트 올샨스키 교수 연구팀 "기대수명 증가세, 30년간 둔화"

비공인 세계 최고령자로 알려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마거릿 마리츠가 27일(현지시간) 투스리버 마을에 위치한 요양원에서 가족과 의료진의 축하를 받으며 118번째 생일을 보냈다. /AFPBBNews=뉴스1
급격히 증가해 온 인간 기대수명 증가세가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7일(현지시간) AP통신은 스튜어트 올샨스키 미국 일리노이대 시카고캠퍼스(UIC) 공중보건대학 교수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이징'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올샨스키 교수는 "인간 수명에는 한계가 있으며 우리는 이미 그 한계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기대수명은 인간이 태어나서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수명을 말한다. 수명 예측은 사회·보건·경제 정책과 제도를 만들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19세기 중반까지 기대수명은 20~50세로 낮은 수준이었다. 20세기 초 공중보건과 의학 발전에 힘입어 기대수명이 많이 증가했다. 지난 2000년 동안 1, 2세기마다 1년씩 증가하던 기대수명이 20세기에는 10년마다 3년씩 늘었다.

연구팀은 지금까지도 인간의 수명이 급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총 10개국을 대상으로 1990년부터 2019년까지 기대 수명 추정치를 추적했다. 10개국에는 평균 수명이 높은 8개국(호주·프랑스·이탈리아·일본·한국·스페인·스웨덴·스위스)과 홍콩, 미국이 포함됐다.

분석 결과 1990년 이후 기대수명 증가 속도는 전반적으로 둔화했다. 1990~2000년 사이에는 2년 반 늘어난 기대수명이 2010년대에는 1년 반으로 줄었다. 1990년 이후 '급진적인 수명 연장'(10년마다 3년씩)이 일어난 국가는 한국과 홍콩뿐이었다. 같은 기간 미국의 기대수명은 거의 늘지 않았다. 미국은 약물 과다 복용, 총격 사건, 비만, 의료 서비스 불평등 등 이유로 많은 사람이 노령이 되기 전 사망하기 때문에 기대수명이 늘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미국 등 10개국의 출생 시기별 기대수명 연평균 변화 /자료=네이처에이징, 스튜어트 올샨스키 미국 일리노이시카고대(UIC) 공중보건대학 교수 연구팀
학계에는 공중보건과 의학 발전에 따른 수명 연장은 이미 대부분 이뤄졌기 때문에 인류가 기대수명의 상한선에 도달하고 있다는 '제한된 수명 가설'이 있다. 올샨스키 교수도 34년 전인 1990년 이미 "평균 기대수명이 85세를 넘기기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반해 21세기 이후 출생자들 대부분이 100세 이상 살 것이라는 '급진적인 수명 연장 가설'도 제기됐다.

연구팀은 두 가설 중 전자의 손을 들었다. 1990~2019년 출생자가 100세까지 생존할 확률은 여성이 5.1%, 남성이 1.8%에 그쳤다. 2019년생으로 한정하면 100세까지 생존율은 홍콩이 평균 9%로 가장 높았다. 한국은 3%, 일본은 5%, 미국은 2%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 2019년 기준 복합 사망률을 토대로 미래 기대수명을 추산한 결과 앞으로 100세까지 생존할 확률이 여성은 13.9%, 남성은 4.5%로 나타났다.

올샨스키 교수는 "기대수명은 여전히 늘어나고 있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보다 속도가 느려졌다"며 "생물학적 노화 과정을 현저히 늦추는 기술이 나오지 않는 한 기대수명이 다시 급진적으로 늘어나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계 전문가들도 이번 연구 결과에 동의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수십 년 동안 100세 인구수가 늘겠지만 이는 인구 증가 때문이라고 말한다. 노년학 전문가인 에일린 크리민스 사우선캘리포니아대(SCU) 교수는 연구 결과에 동의한다며 "미국의 기대수명 증가세 둔화가 특히 두드러진다"고 우려했다. 마크 헤이워드 텍사스대 연구원도 "우리의 기대수명은 고점에 도달하고 있다"며 "기술 발전으로 수명이 급격히 올라갈 가능성은 항상 있지만 아직 그런 돌파구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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