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집 곳간 털어 대감댁 시주" 공보의 파견 쓰나미, 어느 정도길래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 2024.10.08 11:27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손바닥으로 가슴을 두드리고 있다. 2024.10.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전날(7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차출해 일선 병원에 배치한 공보의·군의관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진 가운데, 실제로 공보의 차출·파견 이후 지방의료 공백이 심각한 수준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차출된 공보의 인력의 절반가량이 이른바 '인(in)서울' 초대형 병원에 배치되면서 '어려운 집 곳간 털어서 대감댁 시주한 격'이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왔다.

과연 공보의 차출·배치 현황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 걸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경기 부천시갑) 의원이 7일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공중보건의사 보건(지)소 배치 현황' 자료(지난 6월 기준)에 따르면 전국 1223개 공보의 배치대상 보건지소 중 45.6%인 558개소에 공보의가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미배치율이 27.6%(337개소)이던 지난해보다 공보의 차출 여파로 18%p(221개소) 더 증가한 것이다.

공보의가 배치되지 않은 보건지소 비율은 시도별로 볼 때 충북(58.5%)이 가장 높았고 경기(58.1%), 세종(55.6%), 전북(53.1%), 충남(53.0%)이 뒤를 이었다. 공보의 미배치 보건지소가 지난해보다 가장 많이 증가한 지역은 충북·전남으로 각각 39개소가 늘었다. 경북(32개소↑), 경기·전북(각 26개소↑), 경남(+24개소↑) 순이다.

게다가 이들 공보의가 차출된 지역은 응급·소아·분만 분야 의료가 특히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이 보건복지부를 통해 제출받은 공중보건의사의 파견 현황 자료(9월22일 기준)에 따르면 전체 파견 공보의 132명 중 109명(82.6%)이 의료취약지에서 차출됐다. 이들 의료취약지를 유형별로 보면 '응급·분만' 취약지로 지정된 곳이 48.5%(67곳)로 가장 많았다. '응급·소아·분만' 영역 모두 취약지로 지정받은 곳도 20.5%(27곳)에 달했다.

또 파견된 공보의 132명 중엔 전문의가 32명(24.2%)이었는데, 그중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12명(9.1명)으로 가장 많았다. 분만 진료도, 소아 진료도 모두 취약한 곳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유독 많이 빼간 셈이다. 이렇게 차출된 공보의의 40%는 빅5 병원에 배치됐다. 여기에 분당서울대병원과 고려대병원까지 합치면 전체 차출 인원의 50% 이상이 서울·경기에 있는 초대형병원에 파견됐다.

이처럼 공보의가 없는 곳이 확대되면서 올해 보건지소에서 진료받은 환자는 크게 줄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7월 보건지소 진료인원은 54만2729명으로 지난해(57만8553명)보다 3만5824명이 감소했다.


이날 국감에서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가뜩이나 어려운 집 곳간 털어서 대감댁 시주한 격"이라고 빗대며 비판했다. 이 의원은 조규홍 복지부 장관을 향해 "지금 (공보의를) 파견한 것 자체가 전혀 실효성이 없다"며 "전공의들이 '인력이 도움이 되지 못했다' '단순한 일 반복이었다' '본인 수준을 넘어서는 술기 및 업무 의사소통 어려움'이 있다고 하는데 이건 이들을 대충 보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규홍 장관은 "너무 한쪽만 보지 말아달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의 의견만 듣지 말고 병원장들의 의견도 한번 보라"며 "도움이 되기 때문에 파견했지 도움이 안 되는데 왜 파견했겠느냐"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날 저녁 8시30분부터 속개된 3차 질의에서 공보의·군의관 파견에 대한 조 장관의 답변은 사뭇 달라졌다. 내년 신규 공보의를 포함한 신규 의사 배출 인원이 예정보다 89.2% 줄어들 것이란 질타가 나오면서다.

서영석 의원이 "이번에 의사 국시 실시시험을 347명만 치러 의사 배출이 89.2% 감소하는데 공보의나 군의관 배출도 안 될 것 아니냐.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느냐"고 묻자 조 장관은 "아까 이주영 의원님도 말씀하셨지만 지역의료 공백이 커진 건 사실"이라며 "이쪽의 상급종합병원의 필수의료 공백을 메꾸기 위해서 한 건데, 오늘 여러 가지 말씀을 해 주시기 때문에 공보의 배치 문제는 한번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장·단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동의한다"며 "대책을 만들어서 보고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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