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노화 정복 '새 장' 열었다…유전자 발현 비밀 푼 美 과학자들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 2024.10.07 19:50

(상보) 노벨 생리·의학상 빅터 앰브로스·게리 루브쿤 공동 수상

2024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빅터 앰브로스(사진 왼쪽)와 게리 루브쿤 교수./사진=노벨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의 영광은 마이크로RNA(miRNA)를 발견한 빅터 앰브로스(Victor Ambros) 미국 매사추세츠대 의대 교수와 게리 루브쿤(Gary Ruvkun) 하버드대 의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miRNA는 약 22개의 염기서열로 이루어진 짧은 RNA다. 우리 몸 안에서 여러 생리활성을 일으키는 핵심 물질은 단백질인데 널리 알려진 유전물질인 DNA가 전사(transcription) 과정을 거쳐 전령RNA(mRNA)를 만들고, 이 mRNA가 세포질 내 단백질 제조 공장인 '리보솜'에 운반돼 단백질을 생산한다.

miRNA는 mRNA에 상보적으로 결합해 특정 mRNA를 분해하거나 단백질로 번역되는 것을 억제한다. 유전자 발현을 조절해 세포의 분화, 성장, 증식 등 다양한 생명현상을 통제하는 것이다. 특히 대장암, 폐암, 췌장암 등 여러 암에서 miRNA의 비정상적인 증가 또는 감소가 중요한 발암 기전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런 특징을 활용한 진단과 치료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암에만 나타나는 miRNA의 변화를 파악하거나 종양 관련 유전자 발현을 miRNA로 조절하는 방식 등이 대두된다. 세포 조절을 통한 노화 억제제 개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빅터 앰브로스 교수는 1993년 예쁜 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의 발생시기를 조절하는 유전자를 찾던 중 'lin-4'라고 이름 붙인 짧은 RNA가 'LIN-14'라는 단백질의 합성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당시에는 큰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이후 2000년 게리 루브쿤 교수가 같은 종에서 조절인자로서 역할을 하는 'let-7'이라는 이름의 RNA 단편을 추가로 발견하면서 이후 miRNA의 존재와 기능에 대한 관심에 불이 붙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두 사람을 수상자로 지명하면서 "이들은 miRNA의 발견과 전사 후 유전자 조절에 차지하는 역할을 밝혀냄으로써 인류의 과학과 의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생리학교실 장수환 교수는 "두 교수는 암, 심혈관질환, 그리고 파킨슨병 같은 신경질환 등 다양한 질병에서 유전적 조절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밝히는데 기여했고 이를 통해 새로운 치료법 개발의 중요한 기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노벨위원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RNA 연구 분야에서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를 선정했다. 지난해는 코로나19(COVID-19) 백신 등 전령 RNA(mRNA)의 산업화에 초석을 닦은 헝가리의 카탈린 카리코 바이오엔테크제약 수석부사장과 미국의 드루 와이스먼 펜실베니아 대학 의대 교수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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