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상으로 다가가는 알기 쉬운 법령

머니투데이 이완규 법제처 처장 | 2024.10.08 05:24
이완규 법제처장
임대차계약, 근로계약, 대출계약 등 사람들은 살면서 크고 작은 계약을 하게 되고, 계약은 계약서라는 문서의 형태로 확정되는 것이 보통이다.그런데 이 계약서라는 것이 낯설고 어색해서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아무래도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이다 보니 전문용어와 복잡한 문장 구조로 구성되고 법적 책임과 의무 또는 특정 법률 내용이 규정된다. 결국 일상적인 언어와는 거리가 있게 되므로 언어부터 장벽이 되어 진입조차 쉽지 않게 여겨지는 것 같다.

예컨대 국민의 일상생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주거인데 이와 관련된 '임대주택 표준계약서'를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임대주택 및 그 내부시설물의 파손, 멸실 또는 원형변경등이 있는 때에는 '을'은 이를 원상회복하거나 원상복구비용을 납부하여야 한다. 단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마멸 또는 마손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여기서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마멸 또는 마손의 경우'란 무엇일까.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마멸'은 갈려서 닳아 없어짐을 의미하고 '마손'은 마찰에 의해 쓸리어 닳음을 의미한다. 즉 원상회복에 대한 의무가 있지만 생활 중에 사용하고 만지면서 자연스럽게 닳거나 없어진 것은 예외가 된다는 말이다.

법제처가 2006년부터 꾸준히 어려운 법령 용어와 문장 구조 및 체계까지 정비하여 알기 쉬운 법령을 만들어 왔듯이 표준계약서 그리고 이와 유사하게 국민 생활에 밀접하고 표준이 되는 표준약관, 표준설명서 등을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 바꾸어 나갈 필요성이 크다고 하겠다.

법제처는 정부 각 부처의 표준약관·표준계약서·표준설명서 415건을 확인해 어려운 단어와 문장을 발굴하고 좀 더 일상적인 표현으로 정비하는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민들이 일상 속 법적 약속에 대해 느끼는 어려움을 줄임으로써 계약서 등을 조금이라도 수월히 접하고 주체적으로 편히 활용할 수 있게 되리라 기대한다.


물론 국민이 읽고 이해하기 쉬운 법령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공포 전 심사 단계에 있는 법령에서 어려운 표현들을 발굴해 정비안을 마련해 송부하고 이미 공포된 법령에서도 어려운 표현들을 발굴해 부처 협의와 전문가 심의를 거쳐 정비안을 마련한 후 실제 법령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대대적인 용어 정비를 시작으로 추진했던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은 문장 정비까지 확장됐고 이제 법령에서 표준약관·표준계약서·표준설명서 등으로 그 영역을 또 한 번 넓히게 됐다. 그림, 표, 계산식 등 시각 정보를 함께 제공하는 '한눈에 이해되는 법령정보 제공사업'을 통해 문자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 역시 진행 중이다.

'나랏 말??미 듀?귁에 달아 문???와로 서르 ?????디 아니?????'로 시작하는 훈민정음의 서문을 보니 '법령 단어가 일상어와 달라'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법령은 물론 계약서와 약관에 이르기까지 법적인 문서들에 쓰이는 단어가 일상어와 달라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법제처는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할 것이다. 법령이 일상으로 다가가는 그 노력의 길에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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