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족' 잡던 교통계장…용산 지키는 경찰서장으로

머니투데이 김지은 기자 | 2024.10.08 06:00

[우리동네 경찰서장-31]호욱진 용산경찰서장 "다양성 품은 용산구…선제적인 시스템으로 안전하게"

편집자주 | 형사, 수사, 경비, 정보, 교통, 경무, 홍보, 청문, 여청 분야를 누비던 왕년의 베테랑. 그들이 '우리동네 경찰서장'으로 돌아왔습니다. 행복 가득한 일상을 보내도록 우리동네를 지켜주는 그들. 서울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연일 구슬땀을 흘리는 경찰서장들을 만나봅니다.

호욱진 서울 용산서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늦은밤, 최고급 외제차들이 굉음을 내며 시속 220㎞가 넘는 속력으로 광란의 질주를 펼친다. 차선을 요리조리 넘나드는가 하면 일명 '칼치기' 운전으로 시민들을 조롱한다.

2016년은 이같은 '도로 위 무법자'들이 성행하던 시기였다. 운전자를 잡아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차량 몰수 규정이 있었지만 실제로 적용하는 경우가 드물었다.이들의 조직적 범행을 파헤칠 전담 수사팀도 없었다.

당시 경찰청 교통국 교통조사팀에서 근무한 호욱진 계장은 문제의식을 느꼈다. 그는 그해 경찰서 뺑소니전담팀을 교통범죄수사팀으로 전환했고 각 시도청에도 신규 조직이 만들었다. 당시 도로교통법 '난폭운전' 조항도 신설돼 수사 권한도 가질 수 있었다. 호 계장은 각 시도경찰청·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과 협업해 폭주족에 대한 기획 수사에 나섰다.

그해 11월, 경기남부경찰청은 난폭운전자 100명을 검거했다. 인천지방경찰청은 자동차 폭주레이싱을 벌인 6명을 도로교통법 위반(공동위험행위·난폭운전) 혐의로 검거하고 차량 5대를 압수했다. 비로소 폭주족의 행위가 범죄로 인식돼 경각심이 높아지는 순간이었다.



교통 안전 책임지던 계장… 용산구 치안 지키는 서장으로



호욱진 서울 용산서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당시 경찰청 교통국 교통조사팀 호 계장이 올해 용산경찰서장으로 돌아왔다. 호 서장이 부임했을 때 용산구 후암동 소월길 인근 주민들은 폭주족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주말이 되면 불법 개조한 차량이 몰려 와서 굉음을 내며 내달렸다. 주민들은 "잠 좀 제대로 자고 싶다"고 울분을 토했다.

호 서장은 경찰청 교통조사계장으로 4년, 교통안전계장으로 2년 근무한 '교통통'이었다. 용산서는 서울시를 설득해 폭주족들이 도로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주변 주차장을 폐쇄했다.

교통범죄수사팀은 이들의 조직적 범죄 행태를 집중 추적했고 12명을 공동위험행위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호 서장은 "새로운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기본'이 더욱 중요하다"며 "시민들이 법의 보호를 받아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던 부분을 직원들이 적극 해소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동서남북 잇는 교통의 요충지…다양성 품은 '용산경찰서'



용산경찰서 1층 벽면에는 순직 경찰관 96명의 이름이 적혀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용산서는 1945년 10월 국립경찰 창설과 함께 개서한 10개 경찰서 중 하나다. 대통령실과 100여개 대사관·관저 등 국가 중요 시설을 관할한다. 동서남북으로 여러 자치구와 접해 6개 대교를 책임지는 교통 요충지다.

용산구는 다양성을 품은 곳이기도 하다. 이촌동, 한남동의 아파트 단지와 쪽방촌이 공존한다. 한강로 용리단길, 용산역, 이태원, 해방촌 등에는 핫플레이스 상권이 많아 젊은층과 외국인 유동 인구가 많다.

집회 신고 비중도 높다. 지난해 용산서 관할에 개최된 집회만 1428건에 달한다. 경찰 인력도 798명으로, 31개 경찰서 중 8번째로 많다.

용산서 1층 벽면에는 순직 경찰관 96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1968년 청와대를 기습한 북한 무장 공비들을 대적하다가 총탄에 맞아 순직한 최규식 경무관부터 2020년 한강에서 투신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순직한 유재국 경위도 용산서를 거쳐갔다.

호 서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선제적인 시스템이다. 용산서는 매번 주말 집회·시위를 앞두고 주민 1000여명에게 '교통 질서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안내 문자를 보낸다.

가정 폭력 사건의 경우, 가족 간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대화 경찰을 자처한다. 지금까지 맡은 회복적 경찰 활동만 56건으로 용산서에는 피해자를 위한 별도의 상담 공간도 마련돼 있다.

호 서장은 "경찰은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총력 대응 통합 솔루션을 치안활동에 접목시켜 안전·경호·경비가 튼튼한 용산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경찰서에 마련된 상담실. 이곳에서 피해자를 위한 상담이 이뤄진다. /사진=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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