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환, 아이돌 역할도 납득 가능케 할 마성의 매력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 2024.10.06 10:00
'강매강' 박지환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형사인지 범인인지 아리송한 비주얼로 눈부터 부라리고 보는 디즈니+ ‘강매강’의 무중력(박지환)은 주먹으로 사는 사나이다. 과거 국가대표 복싱 선수로 활약하며 ‘K.O의 사나이’라 불렸던 그는 흉기를 든 범죄자를 오직 주먹만으로 제압한다. 그러나 불주먹 못지않은 험상궂은 외관만으로 상대를 주눅 들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이 남자는 사실 ‘강매강’의 ‘마성남’을 담당하고 있다. 짙은 페로몬을 풀풀 풍기며 수사에 비협조적인 참고인을 유혹하고 원하는 정보를 얻어내는 마성. “난 어디서 이렇게 잘 익은 테스토스테론 냄새가 나나 했잖아”라며 여성 범죄자의 추파를 받을 정도인 무중력은, 애써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대조적인 설정 때문에 웃음을 준다.


무식, 열혈, 범죄, 액션, 코미디라는 교집합에서 이런 비슷한 캐릭터를 박지환이 연기한 것은 물론 처음이 아니다.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그는 전직 깡패 출신의 욱하는 성질머리를 가진 캐릭터를 연기했고, 출세작 ‘범죄도시’에서도 성미 더러운 조선족 출신 조폭 두목을 연기했다. 경찰소장으로 나온 ‘핸섬가이즈’에서도 그는 비슷한 결을 보여줬다. 외모는 험상궂지만 알고 보면 마음이 따뜻하다던가 혹은 빈틈이 많다던가 하는 반전으로 귀엽고 사랑스럽게 말이다.


때문에 박지환은 호감형 배우가 됐고, ‘강매강’의 무중력은 우리가 박지환에게 스며든 그 알 수 없는 이유를 절대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다.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온데”라는 ‘대장금’의 유명한 대사처럼, 박지환의 마성은 이유 불문한 존재 자체의 매력이다. 여기에 험상궂어 보이지만 진짜 나쁜 사람은 아닐 것 같은, 왠지 좋은 사람일 것 같다는 기대 혹은 미더움은 작품 안팎에서 박지환의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강매강' 박지환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지난 3월 박지환이 쿠팡플레이 ‘SNL’ 호스트로 출연해 아이돌 제이환 캐릭터를 연기한 것은 대중이 그에게 어떤 모습을 보고 싶은지를 또렷하게 보여준 광경이었고, ‘강매강’의 전초를 다진 순간이기도 했다. 눈을 게슴츠레 뜬 채 뇌쇄적인 몸짓으로 펼친 ‘킥 드럼 베이스’ 챌린지는 아이러니하게도 몹시 유혹적이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박지환의 매력은 입구가 불분명하기에 출구도 없다. 박지환은 제 입으로 “나에겐 페로몬이 흐른다. 타고난 거다. 저만의 향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거라 왜 매력적인지 말로 설명할 수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틀린 말이 아니다.



오랜 무명에도 “좋아하는 일이니까 돈이 안 돼도 재밌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연기를 사랑했던 남자는 양지와 음지에 발을 한쪽씩 담근 채 쉬지 않고 걸었다. 그는 추격자들로부터 왕후를 지키는 듬직한 고구려 장수(티빙 ‘우씨왕후’)이자 정신줄 놓은 친구와 그의 아들을 곁에서 끝까지 지키는 의리 있는 남자(넷플릭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였고, 예의 바르고 나긋나긋한 태도 아래 비열한 면모를 숨긴 프로 승부 조작꾼(KBS ‘순정복서’)이었다가 한대 쥐어박고 싶은 비열한 일본군 장교(‘봉오통 전투’)가 되기도 했다.


가볍지만 무거운, 웃기지만 무서운, 험악하지만 코믹한 모습은 오직 박지환의 것이다. 그가 아이돌 역할로 정극에 출연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어떤 배역이건 대중을 설득할 것 같은 신뢰의 경지에 올랐다. 우직하게 연기에 헌신했던 이 남자는, 이제 어떤 역할에도 어울리는 마성의 배우로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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