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부진에 'AGAIN 2023' 우려…삼성·하이닉스 또 감산?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 2024.10.07 06:30
/그래픽 = 최헌정 디자인기자

낸드플래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주요 메모리 업체가 가동률 조정에 나섰다. 예상보다 IT(정보기술) 수요가 부진해 지난해처럼 가격이 떨어지는 낸드플래시를 감산하고,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D램의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키옥시아 등 주요 업체는 낸드 공정 가동률을 낮추고, 설비 투자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20~30%까지 떨어졌던 주요 팹의 가동률은 올초 80~90% 수준까지 복구됐으나, 고용량 낸드 공정을 제외한 범용 공정은 여전히 가동률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은 낸드 시장상황을 보고 가동률을 점진적으로 조정 중"이라고 말했다.

가동률 조정의 원인은 가격 하락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꾸준히 상승하던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기업 간 거래가)은 지난 3월부터 상승세를 멈췄으며, 지난달에는 전달 대비 11.44% 하락했다.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용 e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고, 모바일·PC 제조사가 주문량을 늘리지 않고 있다.

업계는 이 추세라면 범용 제품군에서는 지난해 수준의 감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본다. IT 제품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대 업체 외에도 키옥시아와 WDC 등 업체가 낸드 출하량을 늘리면서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손실 복구를 위한 낸드 생산량 증가가 공급 과잉으로 이어졌고, 가격 상승을 지속하기 어려워졌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낸드와 D램을 동시에 생산하는 업체가 D램 쪽으로 무게추를 옮기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D램은 AI용 제품 전 품목이 꾸준히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HBM(고대역폭메모리)이나 CXL(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 기반 D램 등 제품은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사의 주문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생산능력을 증가시켜야 한다.


삼성전자는 낸드 전용으로 투자한 평택 4공장을 D램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며, SK하이닉스도 청주 M15X팹을 낸드 생산 대신 HBM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낸드 침체가 시작되면 다음 주 실적발표를 앞둔 삼성전자 등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낸드 시장은 국내 업체가 과반을 차지하고 있고, 가장 많은 설비 투자를 집행하는 곳도 국내 업체이기 때문에 시장 부진이 실적 타격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올해 2분기 기준 낸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36.9%)와 솔리다임 포함 SK하이닉스(22.1%)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강도 높은 감산으로 낸드 가격이 '반짝 상승세'를 보였으나, IT 수요 회복 시점이 미뤄지면서 가격이 다시 떨어지는 추세"라며 "고객사의 재고 조정 움직임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주요 업체들이 시장 예측보다 한 발 빠르게 감산을 결정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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