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와인과 샤인머스켓

머니투데이 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 2024.10.07 02:03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세계 와인시장을 주도하는 국가 중 프랑스는 오랜 역사와 함께 높은 품질의 와인을 세계 곳곳에 판매하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위상을 가지고 있다. 이런 프랑스가 포도밭을 대규모로 갈아엎고 있다. 프랑스 농업부는 올해 9월에 1억2000만유로(약 1800억원) 규모의 포도농가 지원계획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제출했다. 2024~2029년 포도재배 허가를 포기하거나 신규 신청을 포기하는 농가에 포도밭 1㏊당 4000유로(약 590만원)를 지원하고 해당 포도밭을 영구히 폐쇄토록 하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프랑스 정부는 약 80만ha인 전체 포도밭의 3.75%에 해당하는 3만㏊의 포도밭을 줄여나가는 정책을 진행 중이다.

축구장 4만2000여개에 달하는 면적의 포도밭을 줄이는 프랑스의 포도산업 구조조정 정책은 자국 와인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는 구조적 문제의 해결책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와인보다 맥주를 더 선호하는 프랑스 청년층의 주류소비 트렌드 변화 등으로 1인당 와인 소비량이 1960년대 120리터에서 3분의1 수준으로 줄었고 와인 수출량 또한 중국 시장의 침체와 미국과 칠레 등 후발국 와인의 경쟁격화로 전년 대비 10% 정도 감소하는 등 대내외 시장여건이 악화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고급포도 중의 하나인 샤인머스켓산업이 위기를 맞았다. 2006년 첫선을 보인 샤인머스켓은 맛과 향이 뛰어나고 포도알도 큰 명품포도로 시장의 높은 관심을 받으면서 켐벨 등 기존 포도와 다른 프리미엄 포도시장을 형성했다. 그 결과 샤인머스켓 재배농가가 급속도로 늘어나 재배면적이 2016년 240㏊에서 최근 6000㏊를 넘어섰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공급증가로 농가의 가격경쟁이 치열해지고 품질이 하락해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

특히 일부 농가는 포도의 당도 등 품질관리보다 수확물량 증대에 치중하고 성출하기에 앞서 미리 출하하기 위해 완전히 익지 않은 포도를 시장에 보내는 등 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해 샤인머스켓이 예전 같지 않다는 불만을 야기한다. 이러한 사태는 수년 전부터 발견됐는데 필자 또한 2년 전 샤인머스켓의 가격폭락 현상을 지적하면서 재배면적과 품질에 대한 엄격한 관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최근 샤인머스켓의 주요 산지 생산자조직 등을 중심으로 포도의 재배관리를 강화하고 공동선별 등을 통해 양질의 샤인머스켓을 시장에 출하하는 노력이 확산하지만 시장에는 여전히 저급품질의 샤인머스켓이 가격하락을 부채질해 포도재배 자체를 포기하는 농가도 생겨났다.


농산물, 그중에서 포도나 와인은 쌀이나 채소와 달리 매일 필수적으로 먹어야 하는 주식이 아니고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을 형성해 소비자가 한 번은 생각하고 구매하는 기호식품의 특성을 가진다. 이러한 농식품은 소비트렌드 등의 시장 영향을 쉽게 받기에 소비자의 니즈(needs)를 외면하지 않고 공급규모도 수요에 맞춰 관리해야만 낭패를 겪지 않는다.

와인 종주국으로 불리는 프랑스가 포도농장을 대규모로 감축하는 현 상황이 우리나라 샤인머스켓 농가에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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