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은 4일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공개매수와 관련해 "전체 응모주식수가 121만5283주(발행주식총수의 약 5.87%)에 미달하는 경우 회사 및 베인캐피탈은 해당 응모주식수를 취득하지 않는다"는 대목을 삭제했다고 공시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2일 베인캐피탈과 손잡고 전체 발행주식의 18%인 372만6591주(약 3조1000억원)를 주당 83만원에 공개매수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최소 매입 수량으로 지분의 5.87%를 걸었는데 이 조건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신청이 오는 그대로 모두 공개매수하겠다는 뜻이다.
파격적 조건을 앞세워 자사주 공개매수에 나섰으나 주가 변동폭이 크지 않자 초강수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고려아연 주가는 지난 2일까지 71만3000원으로 MBK·영풍의 공개매수 제시가인 75만원을 하회하고 있다. 이날이 MBK·영풍의 공개매수 마감일인만큼, 고려아연 입장에서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취지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시장 의구심을 확실히 없애기 위한 전략"이라면서도 "전량매수가 공식적인 공시사항이며 금감원 신청 및 이사회 승인사항"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주당 83만원의 대항 매수에 나섰으나 5.87%에 미달할 경우에 대한 시장이 우려가 있었다"며 "그런 우려 자체를 없애고, 최대한 자사주를 끌어모으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BK·영풍 측은 주가 추이를 보며 이날 대응 방침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MBK·영풍은 당초 고려아연 주당 75만원에 7~14.6% 범위 내에서 공개매수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7%에 미달할 경우 공개매수를 진행하지 않는 방향이다. 만약 고려아연의 주가가 이날 75만원을 넘어서기 시작한다면 MBK·영풍 입장에서 전략 수정을 고려할 수 있다.
MBK·영풍이 다시 한 번 공개매수가를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MBK·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한 영풍정밀의 공개매수 가격을 2만5000원에서 3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고려아연이 제시한 대항 매수가만큼 인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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