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혁신' 그림자에 숨은 거리의 폭탄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 2024.10.07 05:39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버스정류장 위의 점자블록을 막고 있는 전동 스쿠터. 횡단보도 이용자와 버스정류장 이용자, 점자블록을 이용하는 장애인 모두를 불편하게 만들고 안전을 위협한다. /사진=머니투데이DB

최근 늘어난 무인점포 때문에 경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애초부터 도난 사고에 취약한 점포 형태인 만큼, 점주도 보안 강화 등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나 일부 점주는 경찰에 '순찰차를 매장 앞에 세워두라'거나 '더 자주 순찰해달라'고 요구한다. 경찰이 절도 방지를 위해 '신분증 인식기를 설치해 보라'고 제안하면, '손님 떨어져서 싫다'는 답변이 돌아오기 일쑤다.

경찰이 도난 사고의 배상액 흥정까지 떠안는 경우도 있다. 미성년자 절도범을 붙잡은 점주가 부모를 불러 '1000원짜리 과자를 훔쳤으니 10만원을 배상하라'는 등 도 넘은 요구를 하면,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은 중재에 나설 수밖에 없다. 올해 초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한 경찰관은 "점주는 CCTV를 돌려본 뒤 신고하면 그만"이라며 "정작 중요한 112 신고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공의 치안 서비스인 경찰을 개인 경비처럼 부리려는 일부 몰지각한 무인점포 점주의 행태는 사회적 지탄을 받는다. 이처럼 무단으로 공공재를 활용하며 다른 이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행태는 '혁신'을 내세운 PM(퍼스널 모빌리티) 사업자들도 마찬가지다. 노점상도 도로 점용료를 내는데, 수많은 킥보드와 전기자전거는 돈 한 푼 내지 않고 전국의 길거리와 주택단지 곳곳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

최근 급증하는 킥보드와 전기자전거 사고의 책임도 PM 사업자들의 몫은 아니다. 부실한 면허 검사 시스템 탓에 미성년자를 포함한 무면허 운전자들이 전동 킥보드를 몰고 다닌다. PM 사업자들은 헬멧을 제공하지 않거나 착용을 강제하지 않고, 사용자 대상 안전 교육도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사실상 '거리 위의 폭탄'을 던져 놓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PM 산업은 고성장 중이다. 공유 킥보드는 2020년 7만대에서 지난해 29만대로 늘었다. 올해도 두 자릿수 증가가 예상된다. 산업의 덩치는 커졌지만, 안전대책이 미비하니 사고는 끊이질 않는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90여명이 킥보드를 타다 목숨을 잃었고, 다친 사람은 9000여명이다. 이대로라면 올해 킥보드 누적 사망자 100명, 부상자 1만명 돌파가 확실하다.


보행자의 안전마저 해친다. 육교 입구, 버스 정류장, 횡단보도 등을 가리지 않는 무단 주차는 너무나도 흔한 일이다. 또 인도 위 점자블록에 의지한 채 이동하던 장애인이 무단 주차된 킥보드나 자전거에 부딪혀 다치는 일도 빈번하다. 그러나 PM사업자들은 무단주차 여부를 확인할 실력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의지가 없는지 의문이다. 보다 못한 이가 킥보드나 자전거를 옮기려 하면 "QR코드로 로그인한 뒤 기기를 이용하라"며 도난방지용 알람이 울린다. 공용 도로를 무단 점유해놓고, 오히려 선량한 시민을 도둑 취급하는 꼴이다.

국내 PM 사업자들의 사회적 비용도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해외에는 사회적 비용이 과중하거나 공공의 안전에 저해될 경우, 국가권력이 사업체를 강제로 폐업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업자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라도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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