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재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전일 자사주 공개매수가격을 83만원으로 제시한 고려아연은 총 3조1000억원의 현금 실탄을 마련한 것으로 파악됐다. 메리츠금융그룹에서 사모사채로 1조원을 조달했고 기업어음(CP) 발행을 통해 4000억원을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금융권과 언제든지 꺼내 쓰고 갚을 수 있는 1조7000억원 규모의 만기 1년 미만 단기차입금 약정한도 계약을 맺었다. 이렇게 마련한 자금이 총 3조1000억원이다. 앞으로 공개매수 가격을 추가로 90만원 이상 끌어올릴 수 있는 규모다.
이에 영풍은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75만원에서 재차 상향하는 것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검토해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MBK측은 아직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IB업계 관계자는 "사업상, 경영상 목적에서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영풍과 투자 목적에서 영풍과 손잡은 MBK는 서로 입장이 미묘하게 다를 수 있다"며 "이제 사실상 MBK의 선택만 남은 셈"이라고 말했다.
MBK의 선택지는 큰 틀에서 두 개 라는게 관련업계 중론이다. 우선 공개매수 가격을 고려아연측이 제시한 83만원 이상으로 올려 '쩐의 전쟁'을 이어가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가장 확실한 카드다. MBK가 공개매수 가격을 추가로 올리면 그날부터 공개매수 종료일은 추가로 10일 늘어난다. 앞으로 20일간 진행되는 고려아연측의 자사주 공개매수보다 빠른 시점에 매수를 마치게 된다.
무엇보다 MBK측 실탄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말도 나온다. 공개매수가 75만원인 현재 기준, MBK가 쏟는 실탄은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투입할 자금까지 포함해 약 2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그런데 MBK가 공개매수에 동원하기위해 조성중인 6호 바이아웃펀드의 최대 규모는 약 10조원이다. 통상 펀드 정관에 단일투자건 한도가 전체 규모의 2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개매수가 75만원 수준에서도 동원 가능한 자금 여력이 빠듯한 상태일 수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공개매수가를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상향할 때 MBK 특수목적법인이 영풍측에서 약 3000억원을 대여받은 것도 자금사정이 녹록지 않은 방증일 것"이라며 "이제 공개매수가격을 83만원 이상으로 올린다면 또 다른 외부 투자 우군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기관투자자들이 시나리오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83만원에 매입해준다는 제안이 있는데도 75만원에 응하면 명확한 추가 이익을 스스로 포기하게 되는 셈"이라며 "기관투자자들 입장에서도 추후 배임 관련 논란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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