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IRA만 없었으면 배터리 시장 게임 끝났다"는 中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 2024.10.04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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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비중 예상/그래픽=윤선정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나 유럽 배터리 규제가 없었으면 배터리 시장에서의 승부는 이미 끝났을 것이다."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지난달 24일 열린 이차전지 콘퍼런스 KABC를 통해 중국의 배터리 기업 CATL에서 최근 이같은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이 '배터리 굴기'에 따른 글로벌 시장 석권에 대한 자신감을 가감없이 밝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들어 CATL은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26.9%)에 올랐다. BYD, CALB 등의 기업들도 연간 100% 넘는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중국 배터리가 더이상 '안방 호랑이'가 아닌 셈이다. 배터리 업계에서 "중국에는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둔화)이 없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K-배터리는 위기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3사의 글로벌 점유율은 2022년 53.7%에서 올해 46% 수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캐즘이라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지만, 이 터널을 탈출한다고 해도 중국과의 경쟁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여기서 밀리기 시작할 경우 캐즘 이후 시작될 수 있는 '전기차 랠리'의 과실을 모두 중국 기업에 넘겨야 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중국의 약진은 역시 가격 경쟁력 덕이다. LFP(리튬·인산·철)를 앞세워 저렴한 배터리를 만드는 것에 주력한 전략이 먹혔다. 특히 불경기와 캐즘 국면에선 LFP의 시장 가치가 더욱 돋보이는 중이다. 삼원계(NCM·NCA)에 집중해온 K-배터리는 LFP의 가치를 과소평가했고, 이는 중저가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중국에 내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부랴부랴 LFP 시장 진출 준비에 들어갔지만 본격 양산은 2026년 무렵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기술에서도 K-배터리가 우위에 있다고 말 못하는 상황이다. LFP만 봐도 CATL은 한 번 충전에 1000㎞를 주행할 수 있는 성능의 배터리를 공개했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중국 기업들이 2025~2026년쯤 상용화를 예고한 반면, K-배터리는 2027~2030년쯤으로 양산 계획을 잡고 있다. 나트륨 배터리 등 차세대 제품 연구개발에도 중국 기업들이 앞서나가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 배터리가 가격 경쟁력과 기술을 모두 갖췄기에, 이에 맞서기 위해선 '약한 고리'부터 찾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역설적으로 CATL에서 나오는 자신감 넘치는 메시지에 그 힌트가 있다. 거대 시장인 북미와 유럽이 '차이나 포비아'를 겪는 현실이다. 실제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경우 글로벌 주요 완성차 기업과 JV(합작사)를 만든 사례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반면 K-배터리는 현대차를 비롯해 토요타·GM·스텔란티스·르노·포드·혼다 등과 JV를 만들고, 추진하는 중이다. 개방성, 호환성, 확장성과 같은 키워드는 분명 K-배터리의 최대 강점이 될 수 있다. IRA와 같은 방파제 속에서 글로벌 시장의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동시에 기술 개발에 나서는 게 중국의 배터리 굴기에 대응하는 유일한 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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