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은 2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 회장은 검은색 양복을 입고 짙은 색 넥타이를 맨 채 모습을 드러냈다.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자마자 취재진에게 인사를 건넨 최 회장은 이날 모두발언이 끝날 때까지만 총 4번 고개를 숙였다.
최 회장은 "이유를 불문하고 고려아연이 지금과 같은 혼란과 분쟁의 한가운데 처하게 돼 주주와 임직원, 협력업체, 지역사회, 국민여러분께 많은 걱정을 끼쳐드리게 된 점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장형진 영풍 고문에게도 "어떤 이유에서든 장 고문께서 오해한 것이 있다면 어린 사람으로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그간의 오해를 해소하고 영풍과 고려아연의 협력적 관계 회복 등 두 회사가 직면한 제반 사항들에 대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허심탄회하게 상의 드리고 원만한 해결방안을 찾고 싶다"고 밝혔다.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최 회장이지만 고려아연의 신사업을 이끌 적임자는 본인이라고 강조할 때만큼은 목소리를 높였다. 최 회장은 "트로이카 드라이브라는 신성장 동력을 추진하면서 앞으로 2~3년 안에 최대한 빨리 우리가 가진 진정한 가치를 실현해 나갈 것"이라며 "가장 적합한 경영진은 현 경영진이지,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최 회장은 그간 논란이 된 이그니오홀딩스 투자와 관련해서는 10분 이상 발언하며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현재 3만4000톤 수준인 동 생산량을 2030년 15만톤까지 늘리기 위해서는 이그니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그니오홀딩스는 고려아연이 58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미국 전자 폐기물 재활용 업체다.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영풍·MBK는 최 회장이 방만 투자를 벌였다는 취지로 지적해왔다.
최 회장은 "우리는 동을 생산하는 데 광산에서 오는 동은 1톤도 원료로 쓰지 않고 대부분 재활용 원료에서 동을 추출한다"며 "고려아연에 이런 기술은 있지만 원료 확보가 어려운 지점"이라고 했다. 이어 "(이그니오 투자는) 미국과 유럽에 큰 돈을 투자해서 동을 수급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능력들을 샀다고 보면 된다"며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굉장히 중요한 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 이후 고려아연을 더욱 내실 있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 회장은 "MBK와 영풍 측 주장 중에 제가 유일하게 동의하는 부분이 고려아연의 가치가 100만~120만원도 가능하다는 말"이라며 "고려아연이 부족한 점 많지만 오늘보다 내일 조금씩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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