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스토킹 처벌 남용하지 말아야

머니투데이 양태영 법무법인 시우 변호사 | 2024.10.22 10:00
양태영 법무법인 시우 변호사. /사진제공=법무법인 시우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은 2021년에 제정됐다. 스토킹이 살인 등 중대 범죄의 전조 증상인데도 처벌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지적에 법을 만들었다.

스토킹처벌법은 다양한 행위를 스토킹으로 규정한다. 상대방에게 접근하는 행위, 상대방의 주거지 등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상대방에게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글이나 말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대표적인 스토킹으로 본다. 이런 스토킹 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는 경우 처벌하도록 했다.

상대방에게 접근하거나 주거지 등에서 기다리는 행위는 스토킹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실무적으로 가장 많이 논란이 되는 건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글이나 말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다. 무엇이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말인지, 어떤 경우에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한 것인지가 판단하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에서 이에 대해 충분히 고찰하지 않고 사건을 송치하거나 기소하는 경우도 많다. 고소인들이 원하지 않는 메시지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을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고소하는 사례도 있다.

이런 행위를 모두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처벌해야 할까.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스토킹처벌법의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이라는 규정은 객관적·일반적으로 볼 때 이를 인식한 상대방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도록 하기에 충분한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판결했다.


헌법재판소도 2016년 당시 비슷한 구성요건을 명시한 정보통신망법 제74조 제1항 제3호의 '공포심'에 대해 형법상 협박죄에서 말하는 '공포심'과 같은 의미라고 기준을 제시했다. 단순히 수신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거나 마음에 거슬리는 일체의 표현까지도 처벌 대상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정리하면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인정되려면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도달하게 한 말이나 글이 단순히 수신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정도를 넘어 형법상 협박죄에 해당할 정도의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이다.

수사기관도 법원의 이런 판단을 기준으로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때는 좀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스토킹처벌법은 가해자 처벌 및 스토킹범죄 피해자에 대한 각종 보호 절차를 마련해 범죄 발생 초기 단계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고 스토킹이 더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해 건강한 사회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에서 제정됐다.

법 제정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단순 감정싸움까지 국가의 형벌권으로 다룬다면 인격권과 자유권 등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스토킹 범죄가 또다른 범죄로 이어지는 것은 선제적으로 막되 스토킹 처벌을 남용하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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