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파스타 위 식용꽃 같았던 레스토랑 미션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 2024.10.02 11:57
/사진=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첫 미션에서 나폴리 맛피아의 파스타를 맛본 안성재 셰프는 "식용꽃을 얹은 이유를 모르겠다"는 이유와 함께 보류 판정을 내렸다. 굳이 식용꽃을 올렸어야 하냐는 의미였다. 지난 1일 공개된 두 번째 팀미션 '레스토랑 미션'을 보며 안성재 셰프의 심사평이 떠올랐다. 개인전과 다른 팀미션은 서바이벌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지만, 굳이 두 번째 팀 미션이 들어갔어야 하는지 의문이 남았다. 더욱이 제작진의 의도조차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지난달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은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들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치열하게 맞붙는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2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흑백요리사'는 지난달 23~29일 490만 시청 수를 기록해 비영어권 TV 시리즈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지난주 380만 시청수로 1위를 차지했던 '흑백요리사'는 2주 연속으로 1위의 자리를 지켰다.


지난 1일에는 8~10부가 공개됐다. 국군의 날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며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새로운 회차가 시작되는 오후 4시부터 새로운 에피소드를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번 주에는 지난주 팀전에서 패배한 참가자들의 패자부활전, 흑백 요리사들이 섞어서 팀을 만들고 경쟁하는 '레스토랑 미션', 결승 진출자를 선발하기 위한 첫 번째 세미파이널 미션 등이 담겼다.


/사진=넷플릭스


편의점에서 파는 상품을 토대로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패자 부활전은 신선했고, 자신의 인생을 하나의 요리에 담아야 하는 첫 번째 세미파이널은 셰프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어 감동을 줬다. 그러나 그 중간에 담긴 레스토랑 미션은 여러 부문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가장 큰 아쉬움은 팀 전이 두 번 연속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팀전을 두 번이나 넣은 이유를 짐작해 보자면 프로그램의 서사를 꼽을 수 있다. '요리 계급 전쟁'이라는 부제처럼 '흑백요리사'의 시작은 철저하게 계급제였다. 첫 미션에서 흑수저들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요리를 준비했고 백수저들은 위에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어지는 두 개의 미션은 계급을 걸고 펼쳐졌다. 개인전과 팀전으로 이어지는 미션을 통해 계급 사이의 결속력은 단단해졌다. 두 번째 팀 미션은 계급을 섞으며 새로운 그림을 만들었다. 이후 펼쳐진 세미 파이널은 계급이 무의미한 철저한 개인전으로 진행됐다. 두 번째 팀미션은 계급이 무의미해지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보여졌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참가자 개개인의 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번의 팀 미션을 통해 탈락한 셰프들 중에는 자신의 음식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한 참가자들이 존재한다. 반대로 팀에 기여한 것은 맞지만, 개인의 특징이 잘 보이지 않는 셰프도 있었다. 각자가 팀의 수장이 되어도 충분한 백수저셰프들과 자신을 보여주고 싶은 인정 욕구로 가득찬 흑수저 셰프들을 팀이라는 울타리에 가둬두다 보니 각자가 가진 매력이 온전히 드러나지 못했다.



/사진=넷플릭스


진행 방식도 '흑백요리사' 답지 못했다. '흑백요리사'가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계급에 관계없이 요리를 향한 요리사들의 진심을 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번째 팀 미션은 셰프들의 장사 수완을 보겠다는 의도로 진행됐다. 심사위원들의 눈을 가리면서까지 맛이라는 절대적 기준을 내세웠던 '흑백요리사'가 오히려 다른 요소를 추가한 셈이다.


그런데 장사수완을 보겠다는 의도조차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다. 20인의 먹방러가 평균적으로 소비한 금액은 주어진 금액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특별한 시장에 오는 특별한 소비층을 공략한 최현석의 전략은 훌륭했지만, 이는 요리 실력과 별개의 문제다. 같은 2000만원이라 하더라도 100만 원을 쓸 수 있는 20명의 먹방러가 아니라 10만원을 쓸 수 있는 200명의 사람 혹은 5만원을 쓸 수 있는 400명의 사람이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사진=넷플릭스


또, 메뉴 선정과 재료 준비까지 다 마친 뒤 돌연 한 명을 방출해야 하는 룰도 잔인했다. 특히 스스로 자원한 '철가방 요리사', '만찢남'과 달리 백수저 안유성이 방출되는 과정은 많은 시청자를 불편하게 했다. 심사위원과 출연진을 가리지 않고 상호 존중이 밑바탕에 깔려있던 앞선 방식과는 분명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탈락한 참가자 중 일부가 외인구단의 형식으로 팀을 꾸리거나 새롭게 외부에서 경쟁상대를 불러오는 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미슐랭 3스타를 판별하듯 미션 하나하나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는 건 짧은 기간이지만 '흑백요리사'가 보여준 매력이 그만큼 진하다는 뜻이다. 오리지널 시리즈가 아닌 예능으로 추석 시즌을 공략한 넷플릭스의 계획은 정확하게 들이 맞았다. 어찌 됐든 미션은 지나갔다. 사전 녹화의 특성상 지금 피드백을 받을 수도 없다. 남은 건 두 번째 세미파이널 미션과 우승자를 가릴 결승전뿐이다. 남은 2화를 잘 마무리하며 '흑백요리사'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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