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문제 이제 끝?"…올해도 나온 '화춘잉 콜렉션' 보니

머니투데이 베이징(증국)=우경희 특파원 | 2024.10.02 11:14

아프리카와 인연 조명 사진 처음 포함…사라졌던 '홍콩의 개과천선' 사진은 2년 만에 재등장

화춘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13일(현지시각) 온두라스 테구시갈파에서 시오마라 카스트로 대통령 만난 뒤 떠나고 있다. 2024.08.14 /AFPBBNews=뉴스1
'중국의 입'으로 불려온 화춘잉 중국외교부 부부장(차관)이 올해도 중국 국경절을 맞아 '신구(新舊) 중국' 사진을 올렸다. 특히 올해는 신중국 수립 75주년을 기념한 듯 '종합판' 격인 18쌍의 비교사진을 엄선했다. 작년 사라졌던 홍콩 지배력 강화 메시지가 다시 나타났고, 중국이 공을 들이고 있는 아프리카와의 특별한 인연 등도 처음 조명됐다.

화 부부장은 1일 본인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X(옛 트위터)에 비교사진 18쌍을 공개했다. 올해 중국 외교부의 역대 세 번째 여성 부부장으로 승진한 인물인 만큼, 개인 계정에 올린 사진들임에도 체제 선전 의도가 선명하다. 화 부부장은 지난 2023년엔 11쌍을, 콜렉션을 처음 시작한 2022년엔 12쌍의 사진을 올렸었다. 올해 75주년을 맞아 선전 규모를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내용 측면에선 매년 큰 변화가 없다. 국방력 강화, 과학기술 발전, 경제 발전과 인민들의 생활수준 개선, 환경개선, 국력 강화에 따른 스포츠 경쟁력 강화 등을 주제로 매년 한두가지 사진이 추가되거나 빠진다.

화 부부장은 올해도 스모그에 뒤덮여 높이 게양된 오성홍기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연 2021년 톈안먼(천안문)광장 사진과 청명한 2024년 천안문광장 사진을 대조, 중국의 공기질 변화를 적극 홍보했다. 환경 문제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메시지다.

2024년 화춘잉콜렉션에 포함된 량마허 대조 사진./사진=화춘잉 X
같은 맥락에서 올해는 베이징 시내를 가로지르는 하천인 량마허의 신구 대조 사진을 처음 '화춘잉콜렉션'에 올랐다. 량마허는 과거 군마의 식수로 사용될 만큼 맑은 하천이었지만 도시가 비대해지면서 각종 오염수가 흘러들어 최근엔 베이징 도시오염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시정부의 노력으로 수질이 개선되면서 이제는 각종 수상레저를 즐길 정도가 됐다.

화춘잉콜렉션의 단골인 전(심천) 어부마을(Fishmen`s village)의 과거와 현재 모습은 올해도 포함됐다. 고속철도와 여객기 독자개발 등도 설정이 약간씩 달라졌을 뿐 빠지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포함됐던 전기차 기술은 올해는 제외됐다.

국방력 과시는 올해도 이어졌지만 톤이 약간 다르다. 이전까진 상전벽해한 중국의 군사력이 주제였다. 지난 2022년 화춘잉콜렉션에 포함된 사진은 당나귀가 포를 견인하던 1949년 건군 당시 사진과 2019년의 이동식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열병 사진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1980년 PLA(인민해방군) 류화칭 장군(참모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미국 항공모함을 시찰하며 입을 떡 벌리는 모습이 담긴 사진 아래 2015년 미국 국방대학교 대표단이 선양(심양) 군구를 견학하며 장비 내부를 유심히 바라보는 사진을 붙여 대조시켰다. 군사력의 질 면에서도 경쟁국들의 인정을 받게 됐다는 자랑이다.


2024년 화춘잉콜렉션에 포함된 국방부문 대조 사진./사진=화춘잉 X
이외에 우주기술과 스마트폰 등 과학기술 관련 사진이 올해도 보인다. 올해 발매돼 중국에서 화제인 게임 오쿵(오공), 중국의 대아프리카 영화수출은 대중문화 경쟁력 향상을 홍보할 목적으로 포함됐다. 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의 사진도 빠지지 않았다.

중국과 아프리카의 인연은 올해 사실상 처음 포함된 항목이다. 화 부부장은 "아프리카의 형제들이 중국을 유엔(UN)으로 데려갔다"며 중국이 1971년 대만을 밀어내고 유엔에 가입할 당시 환호하는 아프리카 대표단의 사진을 올렸다. 이와 함께 지난 9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에 참석한 아프리카 정상들의 모습을 게시했다.

중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 경제블록에 대항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그간 공들여 온 유럽이 미국으로 기울고 동남아시아국가들은 연합전선을 펼치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자원공급망은 물론 수출시장 면에서 아프리카는 중국의 마지막 남은 보루나 마찬가지다. 이미 아프리카 시장에서 일정 영향력 확대가 감지되는 상황이다.

2024년 화춘잉콜렉션에 포함된 홍콩부문 대조 사진./사진=화춘잉 X
올해 화춘잉콜렉션에서 또 눈길을 끄는 건 사라졌던 홍콩 관련 콘텐츠가 2년 만에 다시 나타났다는 점이다. 화 부부장은 지난 2022년, "국가보안법이 도입되기 전인 2019년 홍콩은 거리에서 폭동과 파괴가 만연했지만 2022년엔 조국반환 25주년을 축하하는 깃발이 펄럭였다"고 했다. 역사적인 2019년 홍콩의 민주화투쟁을 폭동이라고 표현했다.

한 해를 걸러 다시 나타난, 중국이 바라보는 홍콩 상황은 보다 극적으로 대조된다. 화 부부장은 올해 홍콩 시위대가 지난 2019년 민주화운동 당시 우산으로 최루탄을 막으며 돌을 던지는 사진을 게재하고 이를 '블랙 테러'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지난 7월 홍콩 반환 27주년을 축하하며 중국 오성홍기와 HKSAR(홍콩특별행정구) 깃발을 흔드는 주민들의 모습을 대조시켰다.

화 부부장은 18세 때 난징대에 수석합격한 것으로 유명하다. 23세때 공직에 들어 서구사(서유럽국), 주(駐)싱가포르 대사관, 주유럽연합(EU) 대표단, 구주사(유럽국) 등에서 일했다. 2019년 외교부 신문사 사장(국장)이 되며 중국의 27번째이자 5번째 여성대변인이 됐다. 대변인으로 일하면서는 강한 서방 비판으로 명성을 얻었다. 2021년 부장조리(차관보)를 거쳐 올해 부부장으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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