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파트너' 김준한, 배우로 살아가는 또 다른 삶 [인터뷰]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 2024.10.01 10:20
/사진=아티스트 컴퍼니


배우 김준한은 '굿파트너'를 통해 20년 만에 장나라와 한 카메라에 담기게 됐다. 그러나 20년 전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장나라를 서포트하기 위해 드럼을 쳤던 김준한은 이제 서로 연기를 주고받으며 호흡을 맞춰 나가게 됐다. 20년 전의 일이 전생처럼 느껴진다는 김준한은 배우로 환생해 또 다른 삶을 착실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지난 20일 종영한 SBS '굿파트너'(연출 김가람, 극본 최유냐)는 이혼이 천직인 스타변호사 차은경(장나라)과 이혼은 처음인 신입변호사 한유리의 차갑고 뜨거운 휴먼 법정 오피스 드라마다. 김준한이 맡은 정우진은 대정로펌 이혼2팀 파트너 변호사로 차은경과 달리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혼팀을 이끄는 인물이다.


방송이 모두 끝난 지난 27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준한은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셔서 모두 행복하게 마무리했다"는 소감과 함께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셔서 마지막 촬영 때까지 모두 행복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마무리했어요. 마지막 방송을 다 같이 봤는데 '우리 잘한 것 같다'며 행복하게 끝냈어요. 특히 작가님은 이 작품을 가장 오랜 시간 함께 했던 분이고 첫 작품이기도 해서 더 애틋하셨던 것 같아요. 저 역시 처음에는 작가님처럼 그랬어요. 갑자기 툭 잘려 나가는 느낌을 받는 거죠. 요즘에는 그런 이별에 조금은 익숙해졌어요. 여전히 허하지만, 받아들이고 다음 만남으로 채워보려고 하는 편이에요."


7.8%의 시청률로 1화를 시작한 '굿파트너'는 방송 이후 입소문을 타며 많은 사랑을 받았고 7회 만에 올해 SBS 금토드라마 최고 시청률인 17.7%를 기록했다. 파리 올림픽으로 3주간 결방이 있었지만 기세를 막을 수는 없었다. 비록 후반부에 정체를 보이며 이를 갈아 치우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성과였다.


"방송이 중간에 잠깐 쉬어서 아쉽긴 했지만 배우들끼리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모두들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사실 결방 이전에 많은 사랑을 주셔서 기뻤는데 현장에서는 그런 것에 들떠서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는 게 신기했어요. 묵묵히 마지막까지 잘 해내자는 암묵적인 다짐 같은 것들이 느껴져셔 좋았어요."





/사진=아티스트 컴퍼니


정우진은 극 초반부터 대정로펌 오대규 대표와 묘한 접점을 보인다. 대외적으로는 조카로 알려져있지만 사실 정우진은 오대규 대표의 혼외자였다. 오대규의 뒤를 이어 대정로펌의 대표가 된 정우진은 가족 간의 갈등을 봉합하는 결말을 맞이한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에요. 우진이도 어머니, 아버지라는 이름을 부르고 찾으면서 새로운 시작을 해볼 수 있는 출발을 맞이했잖아요. 남들에게는 평범한 것들을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찾게 됐는데 저 사람들이 따뜻한 미래를 함께 그려갔으면 좋겠어요."


동시에 정우진은 10년 가까이 차은경을 짝사랑하고 있다. 그러나 '굿파트너'의 마지막까지 정우진은 차은경을 향한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끝까지 감정을 숨긴 우진의 모습을 두고 '진정한 굿파트너'라는 의견과 '그래도 마지막에는 감정을 드러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충돌했다. 정우진을 직접 연기한 김준한은 은경의 딸 재희를 언급하며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두 사람이 어쩌자는 말도 없이 끝났잖아요. 가장 가까이에 있는 굿 파트너임이 분명하다는 건 마지막까지 보여준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러브라인을 응원해 주셨지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특히 가장 마음에 걸렸던 게 재희예요. 재희는 어른스러우려고 노력하는 아이 잖아요. 재희가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우진이가 쉽게 자기 사랑을 찾기 위해 움직이지는 못할 것 같았어요. 은경이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것도 말하지 않아도 공유되는 사이인 것 같아요. 우진이도 가족의 상실, 빈공간을 안고 살아온 사람이기 때문에 엄마 친구로서 든든하게 있어 주려고 결심한 것 같아요. 세월이 많이 흐른 후에는 모르겠지만, 작품이 끝나는 그 순간에는 그런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이러한 부분들이 초반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자칫 무색무취해질 수 있다는 걱정이 생길 수도 있다. 김준한 역시 그런 부분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오히려 여백을 연기하자 시청자들이 빈 공간을 채워줬다고 덧붙였다.


"사실 큰 특징이 없고 자기 특징을 드러내는 사람도 아니에요. 대본을 봤을 때 본인을 주인공으로 두지 않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어요. 주인공롤을 달았다고 해서 꼭 드러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게 됐어요. 대본에 있는 그대로 뒤에 서 있어주자는 생각을 했는데 한편으로는 '이도저도 아니게 나오면 어떡하지' 싶더라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보시는 분들이 그 빈 공간을 상상으로 메워주셨어요. 늘 그렇지만 이번에는 '없는 걸 쥐어짤 필요 없이 소신껏 그 순간에 진심을 담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더 느껴졌어요."






/사진=아티스트 컴퍼니


극 중 차은경과 김준한은 14년 지기이지만 장나라와 김준한의 인연은 그보다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밴드 izi로 데뷔했던 김준한이 20년 전 장나라의 무대에서 드러머로 무대에 올랐던 것이다. 김준한은 "사는 게 정말 신기한 것 같다"며 장나라와의 오랜 인연에 대해 말했다.


"사는 게 정말 신기한 것 같아요. 어떻게 인연의 흐름이 이렇게 흘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입장에서는 '이런 우연이 있지?' 싶지만 선배님은 오히려 덤덤하게 받아들이시더라고요. 워낙 스타니까 그런 인연을 많이 겪어오셨던 것 같아요. 신기한 경험인데 그걸 넘어서는 좋은 선후배로 인연을 다시 만들게 돼서 좋았어요. 문득 인생을 두 번 사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제가 음악을 했을 때가 전생처럼 느껴져요. 예전에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못했는데 완전히 다르게 인연을 맺으니까 제가 큰 변화를 겪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장나라와의 과거 인연이 전생처럼 느껴졌다는 김준한. 그렇다면 그가 환생한 시점은 언제일까. 김준한은 군 전역 후 음악과 연기를 병행하다 연기를 택했던 순간을 자신의 전환점으로 꼽았다.


"군대를 다녀와서 28살 때 연기를 본격적으로 공부했어요. 처음에는 연기 공부를 하면서 음악 활동을 병행했는데 이게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저를 더 설레게 하고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되는 연기를 선택했어요. 이후로 돌아보지는 않았는데 그 때가 가장 큰 결심이었던 것 같아요. 음악 하던 친구들끼리 '언제 돌아오나 보자'며 내기를 했다는 말도 들었는데 결국 돌아가지 않았어요. 아마 그때 다시 태어났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20년 전 잠깐 만났던 것이 전부였던 장나라와 김준한은 말 하지 않아도 호흡이 통했다. 극 중 차은경과 정우진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김준한은 "정말 잘 맞는 파트너를 만난 것 같아 재미있었다"며 다시 만난 장나라와의 호흡을 밝혔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두 사람은 오랜 세월이 만들어낸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해 주는 순간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은경이가 '정우진,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하면 대답도 없이 고개만 끄덕이고 빠지는 그런 모습들이요. 배우로서의 호흡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냥 와서 한 번 받아보고 연기하는 느낌이라 편했어요. 제 입으로 말하긴 쑥스럽지만 케미가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말 잘 맞는 파트너를 만나서 연기하면서도 재미있었어요."





/사진=아티스트 컴퍼니


조금은 뒤늦게 시작한 배우의 길이지만, 김준한은 그렇게 차곡차곡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었다.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많아 다행이라는 김준한은 앞으로 더욱 다양한 장르에서 자신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해보고 싶은 장르나 역할, 만나보고 싶은 배우와 감독님이 아주 많아서 다행이에요. 즐거울 일이 많이 남아 있잖아요. 저라는 배우를 어떤 식으로 봐주실까 상상하게 되고요. 액션도 좋고 치열한 두뇌 싸움도 재미있고 공포도 좋아해요. 우진이를 보고 멜로를 하라는 분도 계셨는데 멜로도 원래 엄청 좋아해요."


그렇다면 김준한의 목표는 무엇일까. 김준한은 "계속해서 연기라는 일을 사랑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가 말한 사랑은 거저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이 뒷받침되어야만 비로소 사랑이 생긴다고 말하는 김준한의 모습은 앞으로의 활약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제가 인터뷰 때마다 늘 이야기하는 말이라 찾아보시는 분들께는 지겨울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계속 재미있게 이 일을 해 나가고 싶고 계속 이 일을 사랑하고 싶어요. 저는 사랑이라는 게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일이건 사람이건 물건이건 계속 노력하고 가꿔나가려는 마음가짐과 노력이 있어야 사랑이 깊어진다고 생각해요. 또 그래야 찾아올 수 있는 권태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어요. 어떻게 하면 이 사랑을 잃지 않고 변해가는 상황 속에서도 마치 예쁘게 세월을 맞이한 노부부처럼 나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 같아요. 다행히도 지금까지는 그 사랑이 계속 깊어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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