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실실 웃지 말라" 질책…여친 살해한 60대, 법정서 어땠길래

머니투데이 이소은 기자 | 2024.09.30 20:15
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집에 불을 질러 한때 교제했던 여성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이 재판 중 판사로부터 "실실 웃으며 답변하지 말라"는 따끔한 질책을 받았다.

30일 뉴스1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고권홍)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A씨는 지난 5월 9일 경기 화성시 남양읍 활초리 2층짜리 단독주택 불을 질러 B씨(60대·여)를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케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과거 교제했던 사이로, A씨는 '접근금지' 임시조치 명령이 내려진 데 불만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4월 22일 B씨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와 법원의 임시조치 명령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임시조치 명령은 가정폭력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가 심리가 이루어질 때까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임시로 취해지는 조치다. 100m 이내 접근금지 등이 이에 해당한다.

A씨는 범행 직후 사건 현장 인근 야산에 숨어 있다 4시간 만인 5월 10일 오전 2시께 경찰에 붙잡혔다. 이후 같은 달 29일 재판에 넘겨진 그는 '무죄'를 주장하며 국민참여재판 희망 확인서를 제출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이날 이뤄진 피고인 신문에서 A씨는 '보복살인'과 '폭행치상' 혐의를 내내 부인했다. 피해자를 숨지게 하려고 주택에 불을 지른 것이 아니라, 단지 피해자의 재산에 피해를 입히려 했다는 것이다.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고 부장판사는 "(어쨌든) 피고인의 행동으로 피해자가 숨진게 아닌가. 그런데 그렇게 실실 웃는게 맞냐"면서 A씨의 답변 태도를 지적했다. 이어 "원래 그렇게 웃으면서 말하냐. 지금도 웃고 있다. 피고인 평소 표정이 그런거냐"고 꾸짖었다. 그러자 A씨는 "웃는 게 아니다. 저는 진짜 진지하다"고 답했다.

A씨는 "임시조치는 법원이 결정을 내린 거고 준수해야 하는거 아니냐"는 검찰의 물음에 "우리는 사실혼 관계였는데, 나가라는 말 한 마디에 제가 나올 수 있냐. 제가 단독주택 테라스 예쁘게 꾸미는 것에 돈 들이고 오래 살려고 했는데 조그만 다툼으로 너 나가라고 한다고 나오는 건 아니지 않냐"고 반박했다.

"흉기는 왜 챙겨 나왔냐"는 질문에는 "이 집을 불 태워 피해자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후에 흉기로 자해하려고 했다"고 답했다.

재판부가 A씨에게 "사람이 살기를 바라면서 집이 불에 타는 걸 보여주고 극단선택을 하는 게 맞냐"고 하자 A씨는 "고통을 주고 싶었다. 내가 그 집에 정성을 쏟은 게 엄청난데 하루 아침에 (접근금지로) 허망하게 됐다. 돈은 돈대로 다 쓰고. 얼마나 허망한가, 피해자도 그걸 느껴보라고. 그게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다음 기일은 10월 22일 열린다. 이날 A씨에 대한 검찰의 구형이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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