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SSG? 다 부담스럽다. 기세 하나로!" WC 출격 대기 다승왕, 지난해 악몽 씻는다 [잠실 현장]

스타뉴스 잠실=안호근 기자 | 2024.09.30 17:47
두산 곽빈이 30일 팀 훈련을 마치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빨리 10월 2일이 됐으면 좋겠어요. 하루하루 쫄리는 마음을 버리고 싶어서요."

국가대표 투수, 다승왕까지 거머쥔 두산 베어스의 에이스지만 가을야구를 앞두고 떨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곽빈(25·두산)은 다음달 2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24 KBO 신한 SOL뱅크 포스트시즌(PS) 와일드카드 결정전(WC) 1차전에 선발 투수로 나선다.

KT 위즈가 5위로 시즌을 마친 가운데 30일 홈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만나는 SSG 랜더스가 승리할 경우 WC에 나설 팀을 가리기 위한 순위 결정전이 진행된다. 아직까지 상대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두산은 곽빈으로 선발 투수를 낙점했다.

지금껏 WC를 거쳐 5위팀이 진출한 사례는 없다. 절대적 유리함을 안고 1차전에 나선다. 더구나 KT와 SSG는 시즌 최종전까지도 전력투구를 해야하는 상황이었고 타이브레이커까지 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여유를 부릴 순 없다. 3,4차전도 아닌 2차전 선발부터 고민이 커질 만큼 선발진이 무너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무조건 곽빈이 나오는 1차전에서 승리를 챙겨야만 하는 상황이다.

잠실구장에서 훈련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곽빈은 "연습할 때 이제 날씨도 서늘해지고 실감이 났는데 90%는 재밌을 것 같고 10% 정도는 걱정을 하고 있다. 1차전에 대한 부담이 없지는 않기 때문"이라면서도 "(5위로 나선 지난해보다) 오히려 편하다. (1차전에서 져도) 2차전에 이기면 된다"고 말했다.

두산 곽빈.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지난해 5위로 나서 NC와 펼친 WC 1차전에선 3⅔이닝 동안 4피안타(2피홈런) 3사사구 4탈삼진 5실점으로 무너졌고 결국 팀 패배로 고개를 떨궜다. 그럼에도 곽빈은 두산이 가장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다. 유일하게 시즌 내내 로테이션을 돌았고 무려 30경기에서 167⅔이닝을 책임지며 15승 9패 평균자책점(ERA) 4.24의 성적을 냈다. 시즌 막판 4연승을 달리며 원태인(삼성)과 함께 공동 다승왕에도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이번 시즌 힘들었지만 많이 배운 시즌이었다"는 곽빈은 "30경기를 던져본 게 처음인데 몸 관리의 중요성이나 안 될 때 극복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시즌이었다"고 전했다.

큰 기대를 걸었던 조던 발라조빅도 결국 이번 가을야구에선 불펜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그만큼 더 어깨가 무거워진다. 곽빈은 "프로에 와서 가을야구를 3번 경험해 봤는데 다 1차전이 나였다"며 "운이 좋기도 했지만 그렇게 큰 부담감은 없다. 오히려 감사할 일"이라고 1차전에 나서는 각오를 말했다.

선호하는 팀이 있을까. 올 시즌 두산은 KT에 12승 4패로 강했던 반면 SSG엔 7승 9패로 근소 열세를 보였다. 곽빈도 마찬가지였다. KT전 6경기 5승 무패 ERA 1.51로 극강의 면모를 보였고 SSG전에선 2경기 1승 1패 ERA 6.75로 부진했다.


그럼에도 곽빈은 "솔직히 선호하는 팀은 없다. 둘 다 강팀이라고 생각하기에 둘 다 부담스럽다"며 "어느 팀이 올라오더라도 부담되는 상대이고 제 공을 믿고 던지는 것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타이브레이커까지 가는 걸 원하냐는 질문에도 "그것도 잘 모르겠다. 사실은 빨리 10월 2일이 됐으면 좋겠다"며 "빨리 끝내버리고 하루하루 쫄리는 마음을 버리고 싶다"고 전했다.

포스트시즌에서 불펜 투수로 변신할 예정인 조던 발라조빅(왼쪽)이 투구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이승엽 감독도 곽빈이 긴 이닝을 책임지는 것보다는 강력한 퍼포먼스를 통해 실점을 최소화해주기를 더 바랐다. 곽빈이 5이닝만 책임진다고 하더라도 이후엔 강력한 불펜으로 틀어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두산은 올 시즌 탄탄한 불펜 야구를 펼쳤다. 불펜 팀 평균자책점(ERA)은 4.54로 1위에 올라 있다.

주전 마무리로 등극한 특급 신인 김택연을 비롯해 그에게 임무를 넘겨주는 역할을 했던 이병헌과 최지강, 홍건희, 김강률, 박정수, 이영하 등이 있기 때문이다.

곽빈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점수를 안 주는 게 가장 큰 목표다. 많은 이닝을 던지면 당연히 좋겠지만 거의 단판 토너먼트이기 때문에 점수를 안 주는 데 가장 중점을 두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불펜이 강력한 면모를 보였다고는 하지만 가을야구 경험이 적은 젊은 투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곽빈은 이들을 향해 "기세 하나로 해야 하는 것 같다"며 "열심히 운동하고 관리한다고 잘 던지는 것도 아니고 멘탈 관리를 잘하면서 기세 하나로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긴장되는 순간 이겨낼 수 있는 방법도 공개했다. "긴장할 때 빨리 내 템포를 찾아야 한다. 투수가 경기를 지배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럴 때 빨리 템포를 찾자고 생각하고 던졌다"며 "경기에 이끌려가지 말고 내 템포를 만들어서 경기를 만들어가자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최종전에서 홈 팬들에게 "제가 작년에 가을야구 때 못했지 않았습니까. 올해 꼭 설욕하겠다"라고 다짐을 했던 곽빈은 "말 안하고 던질 걸 괜히 말했다.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도해야 한다. 그 방법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홈 최종전에서 관중들에게 각오를 밝히고 있는 곽빈.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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