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만 골라 괴사 시킨다…항암 포기한 어르신들 '희소식'

머니투데이 남미래 기자 | 2024.10.08 07:00

[스타트UP스토리] 박정호 엔도큐라 대표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박정호 엔도큐라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노인 암 환자들은 고된 항암치료를 견디기 힘들어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75세 이상 고령의 위암 환자 3명 중 약 1명은 항암치료를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항암치료를 포기한다고 고통스럽지 않은 건 아니다. 암 말기로 가면 종양으로 인한 출혈량이 늘고 극심한 통증을 호소해 결국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

국소투여 항암제를 개발하는 엔도큐라 박정호 대표는 "치료를 포기한 암 환자들도 마지막에는 병원을 찾아 엄청난 양의 피를 수혈받고 치료를 받다가 고통스럽게 사망한다"며 "엔도큐라는 고령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부작용이 없고 효과적인 국소투여 항암제를 개발해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암세포 아닌 종양혈관 공격해 항암효과↑"


엔도큐라 개요/그래픽=이지혜
암 환자 대부분은 항암치료 중 부작용을 겪는다. 독성이 강한 화학물질로 암세포를 파괴하는 과정에서 정상세포도 공격을 당하기 때문이다. 식욕부진, 구토, 어지럼증 등이 대표적이다. 면역력도 크게 떨어져 항암치료 기간에 미열만 있어도 바로 응급실에 가야 한다.

박 대표는 "암세포를 타깃으로 하는 표적항암제가 있지만 암세포만 전부 없애기 어렵고 가격도 비싸다"며 "특히 기존 항암제는 체내에서 약 10시간 정도 약물을 내뿜는 서방형 제재이기 때문에 정상세포에도 영향을 주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엔도큐라가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줄이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 바로 혈관독성약물 국소투여 플랫폼 '바스블록'이다. 바스블록은 암세포가 있는 혈관을 타겟으로 항암제를 투입한다. 종양 혈관을 막아 암세포가 괴사시키는 원리다. 더 이상 암세포가 자라나지 않거나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박 대표는 "종양 혈관의 내피세포에 항암제를 투입해 내피세포의 독성을 유발시키면 혈관이 깨지고 혈전이 발생한다"며 "혈관을 막아 암세포가 썩어서 죽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약물 효과시간도 10~15분으로 주변 조직에 영향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임상 2상도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패혈증까지 발생해 기존 항암치료가 불가능했던 84세 여성 위암 환자에게 12주간 임상을 한 결과, 암덩어리가 거의 없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박 대표는 "수술이나 입원할 필요 없이 1~2달에 한번씩 병원에서 내시경을 받으며 치료를 받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희귀질환 대상 상용화…글로벌 시장 진출


박정호 엔도큐라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엔도큐라는 우선 바스블록을 거동이 불편한 노인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희귀의약품으로 등록할 계획이다. 국내 희귀의약품 지정 요건은 △유병인구가 2만 명 이하 희귀질환용 의약품 △적절한 치료 방법과 치료제가 없는 질환에 사용하는 의약품 △기존 대체 치료제 대비 안전성 또는 유효성을 현저하게 개선하는 의약품 등이다.

박 대표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 위암 환자는 약 5000~8000명로 추산된다"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임상 2상을 마치고 판매할 수 있어 기존 신약개발보다 제품 출시가 빨라진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위암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나 식도나 대장 등 다른 암으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임상을 진행 중인 바스블록1보다 효과가 좋은 바스블록 2, 3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연구·개발 중이다.

미국 등 글로벌 진출에도 나선다. 박 대표는 "미국 제약사 유로젠이 개발한 신장암 국소 치료제인 젤마이토가 요관이 폐쇄되는 부작용이 발생했지만, 신장을 살렸다는 이유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3년만에 승인을 받았다"며 "이같은 사례를 보면 부작용이 크지 않은 바스블록도 FDA 승인을 받는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연봉 10억, 100억 집…'지연과 이혼' 황재균, 재산분할 규모는
  2. 2 김장훈, '200억' 기부 아쉬워한 이유 "그렇게 벌었는데…"
  3. 3 "국민 세금으로 '불륜 공무원 커플' 해외여행" 전남도청에 무슨 일?
  4. 4 김건희 여사 이 복장에 필리핀 대통령 부부 깜짝…"매우 기뻐했다"
  5. 5 미국도 까맣게 몰랐다…헤즈볼라 넘어간 모사드의 '삐삐 폭발 작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