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이창용이 말한 '고르디우스의 매듭'…구조개혁 '한목소리'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 2024.09.30 16:00

한은 총재,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기재부 방문…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구조개혁 과제 논의

[서울=뉴시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 참석해 앞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4.09.30.
한국은행 총재가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기획재정부를 방문했다. 독립성을 강조해 온 한은의 총재가 기재부를 방문한 것 자체가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표현대로 '역사적 사건'이다. 최 부총리와 이창용 한은 총재는 구조개혁 과제를 주제로 양 기관의 직원들과 의견을 나눴다.

3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최 부총리와 이 총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 위치한 기재부에서 '한국경제 고르디우스의 매듭 풀기 : 지속가능 경제를 위한 구조개혁'을 주제로 타운홀 미팅을 개최했다.



한은 총재, 역사상 처음으로 기재부 방문


타운홀 미팅은 최 부총리가 지난 2월 한은을 방문했을 때 이 총재에게 기재부 방문을 요청한 것에 대한 화답 성격으로 이뤄졌다. 당시에도 최 부총리와 이 총재는 구조개혁 과제를 두고 의견을 나눴다. 이 총재는 한은 핵심간부, 직원, 청년 인턴 등 30여명과 함께 기재부를 방문했다.

최 부총리와 이 총재가 던진 핵심 화두는 타운홀 미팅의 주제처럼 '고드디우스의 매듭'이다. 신화에 등장하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풀기 어려운 과제를 의미한다. 그 누구도 풀지 못한 매듭은 칼로 잘라내면서 풀렸다. 과감한 결단을 의미하기도 한다.

최 부총리는 타운홀 미팅에 앞서 "한국경제가 성장잠재력 약화, 사회이동성 저하, 인구 오너스(Onus) 등의 구조적 문제가 누증되면서 지속가능성의 위기에 직면했다"며 "단기·경기적 이슈로 보이는 문제도 그 기저에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어 구조개혁은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싱크탱크인 중앙은행의 우수한 연구 역량을 구조적 이슈로 확장해 다양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한은의 최근 노력을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최근 '이슈노트' 등의 보고서를 통해 다양한 구조개혁 과제의 현황과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4.09.30.
이 총재는 "낡은 경제구조를 그대로 두고 조금씩 수리하면서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것은 한계에 봉착했다"며 "낡은 경제구조를 시대에 맞게 개혁해야 한다는 데에 국민적 이견이 없지만, 막상 개별 사안에 들어가게 되면 세대·지역·계층간 갈등으로 구조개혁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개혁이 모든 계층을 만족시킬 수 없겠지만 기존의 공급자 중심에서 이제는 수요자와 공급자 간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한은이 연구한 결과들이 사회적 담론으로 발전돼 다양한 장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상목 "서비스 산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이창용 "디지털 전환, 기회이자 도전"


이어진 대담에서 최 부총리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기술 기반 혁신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산업 혁신을 이뤄내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킨 미국의 사례가 한국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최근 서비스 산업이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교역재 성격이 강화됨에 따라 IT(정보기술)와 수출 강국인 우리나라가 서비스 산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개방적인 인재 생태계 구축을 통해 글로벌 인재를 적극 유치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인구 문제에도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우리 기업의 수요에 맞는 해외 우수 인재들에 대해선 관련 제도와 규정을 보다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AI(인공지능)와 디지털 전환이 우리 경제의 생산성을 높여 장기적으로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일자리 대체, 금융시장 리스크 확대 등 문제점도 예상되는 만큼 우리의 대응에 따라 큰 기회이자 도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분산된 지역 투자로는 투자효율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며 "비수도권 거점도시 중심으로 균형발전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대담 이후 기재부와 한은 젊은 직원들의 인적교류를 확대하자고도 제안했다. 최 부총리는 공감한다는 뜻을 전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기재부 도서관에 회전책장을 증정했다. 기재부가 경제현상을 다각도로 바라보고(회전), 심도 있게 연구(책장)해 좋은 정책을 만들길 바란다는 의미에서다. 이 총재는 "회전책장이 정책과 연구가 만나 한국경제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데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지난 2월 한은 방문 당시 직원 휴게 벤치를 선물했다.
[서울=뉴시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 행사 시작에 앞서 기재부 도서관에 한국은행 선물로 설치된 회전책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4.09.30. /사진=류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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